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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55640960
· 쪽수 : 220쪽
저자소개
책속에서
결국 그들이 타고 가던 자동차는 가로수와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찌그러졌고, 그 안에 타고 있던 4명의 고등학생 모두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던 것입니다.
설명을 다 들은 아버지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습니다.
“아니야, 그럴 리 없어……. 그럴 리가 없다고. 우리 애가 술을 마시다니!”
아버지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러다가 정신을 잃은 사람처럼 멍하니 서서 굵은 눈물만 뚝뚝 흘릴 뿐이었습니다.
“자, 이제 정신을 차리세요!”
곁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경찰관이 어깨를 두드리자 갑자기 정신을 차린 듯 아버지가 소리쳤습니다.
“술을 마셨다고요? 절대로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 어린 학생들에게 술을 팔다니! 내가 아이들에게 술을 판 사람을 잡아내고 말겠어요!”
이성을 잃은 듯 몹시 거친 목소리로 외치던 아버지는 경찰관의 도움으로 간신히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아버지는 슬픔을 삭이기 위해 평소에 술병을 놓아두던 장식장 문을 열고 술병을 꺼내 들었습니다. 맨 정신으로는 도저히 견딜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술병을 들어 올리자 술병 뒤에 이상한 쪽지가 하나 놓여 있었습니다.
“아빠! 아빠가 가장 사랑하는 딸이 이 많은 술병 중에서 한 병 정도 가지고 갔다고 해서 크게 화내시지는 않겠죠?”
그 순간 아버지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본문 중에서
“난 원래 안 먹어. 멜론은 내 체질에 맞지 않나 봐.”
남편의 대답에 아내는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예전에 멜론 먹고 탈난 적이 있거든. 그래서 그 후부터 멜론이라면 쳐다보기도 싫어.”
그러나 아내는 그 말을 듣고도 배시시 웃으며 멜론 한 조각을 남편 입에 갖다 대며 말했습니다.
“그래도 이건 달라요. 얼마나 시원하고 꿀맛인데! 그러지 말고……. 자꾸 그러면 저도 안 먹을래요.”
고개를 뒤로 돌리던 남편은 가슴에서 뜨거운 것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여보, 미안해. 가난한 남자를 만나 먹는 것조차 마음대로…….’
아내도 속으로 눈물이 차오르는 것을 막을 수 없었습니다.
‘이 세상에 도대체 멜론도 못 먹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그런 거짓말을 해 가면서까지…….’
결국 남편은 입을 크게 벌려 아내가 가져다준 멜론 한 조각을 입에 넣었습니다. 입 안 가득 단물이 퍼져나갔습니다.
그런 자신을 눈물이 촉촉한 눈으로 바라보는 아내를 보며 남편이 짐짓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이제 큰일이야, 큰일! 또 배탈 나면 어떡하나?”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