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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여인의 편지

모르는 여인의 편지

슈테판 츠바이크 (지은이), 원당희 (옮긴이)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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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여인의 편지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모르는 여인의 편지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동유럽소설
· ISBN : 9788955865851
· 쪽수 : 136쪽
· 출판일 : 2020-02-27

책 소개

주인공은 결코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한 남성을 평생 동안 사랑한 한 여인이다. 츠바이크는 지독하리만큼 끈질긴 사랑의 비극적 이면을 치밀하고 적나라하게 그리면서 심리 소설의 정수를 유감없이 보여 준다.

목차

1 ‧ 009
2 ‧ 013
3 ‧ 127
역자 해설 ‧ 131

저자소개

슈테판 츠바이크 (지은이)    정보 더보기
1881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났다. 김나지움 시절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고, 빈과 베를린 대학에서 독일문학과 프랑스문학을 전공했다. 1901년 첫 시집 『은빛 현』을 출간하며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1914년 제1차세계대전 당시 자원입대하여 군 신문의 기자로 활동했고, 전쟁 종식 후 오스트리아로 돌아와 『세 거장』 『악마와의 투쟁』 『세 작가의 인생』 『로맹 롤랑』 등 유명 작가들에 대한 평전을 발표했다. 또한 역사적 인물을 통찰하는 심도 있는 전기 『조제프 푸셰』 『마리 앙투아네트』 『메리 스튜어트』 등을 집필하며 세계 3대 전기 작가 중 한 사람으로서 명성을 떨쳤다. 무엇보다 「불타는 비밀」 「아모크 광인」 「감정의 혼란」 등, 프로이트의 영향하에 욕망하는 인간의 내면과 인간관계에서의 심리작용을 예리하게 포착해낸 완성도 높은 중단편들로 평단과 대중을 모두 사로잡았다. 유대인으로서 나치의 금서 탄압과 압박에 시달리다, 1934년 런던으로 피신해 영국 시민권을 획득했다. 이후 유럽을 떠나 브라질로 망명했다. 1939년 소설 『초조한 마음』을 발표했고, 1941년 자전적 회고록 『어제의 세계』와 소설 「체스 이야기」를 완성했다. 1942년 정신적 고향인 유럽의 자멸로 우울증을 겪다 유서를 남기고 아내와 함께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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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당희 (옮긴이)    정보 더보기
고려대학교 독어독문과에서 토마스 만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잠시 독일 에얼랑엔대학교에서 수학하며 독일 문예학과 철학 세미나에 참석했다. 이후 고려대학교와 한양대학교, 동덕여자대학교 독어독문과에서 강의했다. 현재는 주로 독일 문학과 철학에 관한 문헌을 번역하고 있다. 논문으로는 「토마스 만에서 독일적 유미주의의 정치적 현실화 문제」, 「현대소설의 시간 현상: 토마스 만을 중심으로」, 「루카치의 문예비평과 총체성」 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는 슈테판 츠바이크의 『천재, 광기, 열정』, 『환상의 밤』, 토마스 만의 『마법의 산』, 『쇼펜하우어, 니체, 프로이트』, 힐레브란트의 『소설의 이론』, 위르겐 슈람케의 『현대소설의 이론』, 프로이트의 『토템과 터부』, 한스 레만의 『프로이트 연구 I, II 』, 한스 큉의 『안락사 논쟁의 새 지평』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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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그것은 어림잡아 20장가량 되는, 급히 써 내려간 여인의 불안한 필체였는데, 편지라기보다는 수기라고 하는 편이 옳을 듯했다. 그는 혹시 첨부된 다른 글이 없는지 무의식적으로 흔들어 보았다. 그러나 봉투에는 편지 외에는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았다. 안에 든 편지의 내용물에도 발신인의 주소나 서명 따위는 없었다. 이상히 생각하여 그는 편지를 다시 손에 들었다. 편지 윗부분에 이름을 대신하는 첫마디로 ‘저를 결코 알지 못하는 당신께’라고 씌어 있을 뿐이었다.


물론 당신의 그 눈길은 노골적으로 욕망을 드러내는 그런 막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여인을 볼 때의 그 눈길은 여인에 대한 당신의 타고난 친절함 때문에 아주 무의식적으로 부드럽고도 따뜻하게 우러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겨우 13살이었던 저는 그것을 헤아릴 수 없었습니다. 저는 부드러움이 제게만, 저 한 사람에게만 보내지는 것이라고 착각했습니다. 저는 뜨거운 불기둥의 세례를 받았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그 순간에 미성숙한 소녀 안에 있던 여성은 잠에서 깨어나 영원히 당신에게 바쳐진 것이었습니다.


저는 당신 방 내부, 당신의 세계, 늘 당신이 앉아 있던 책상과 그 책상 위에 놓인 몇 가지 꽃이 꽂혀 있는 푸른색 유리 꽃병, 당신의 옷장이며 사진들, 그리고 당신의 책들을 보았던 것입니다. 그것은 당신의 생활을 도둑질이나 하듯 재빨리 들여다보는 짧은 순간에 불과했습니다. 충실하기 그지없는 요한이 제가 방을 자세히 관찰하도록 놔두질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그 짧았던 순간만으로도 저는 방 전체의 분위기를 모조리 빨아들여 그것을 밤낮 없는 무한한 꿈의 뿌리로 삼았습니다. 바로 그때의 단 몇 분이 제 소녀 시절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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