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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문학의 이해 > 한국문학론 > 한국비평론
· ISBN : 9788956409306
· 쪽수 : 288쪽
· 출판일 : 2012-06-30
책 소개
목차
■ 머리말
제1부
시와 인간의 구제
─ 문익환 시집 『꿈을 비는 마음』 / 장이두 시집 『겨울 빗소리』 / 김기종 시집 『겨울 과수밭에서』
안으로 닫힌 시정신
─ 김종삼 시집 『북치는 소년』
생활 속에서 찾아낸 삶의 진실
─ 양정자 시집 『아내 일기』 / 박남준 시집 『세상의 길가에 나무가 되어』 / 강세화 시집 『월동추』
두 권의 노동시와 두 권의 아리랑
─ 정일남 시집 『들풀의 저항』 / 김해화 시집 『우리들의 사랑가』 / 박세현 시집 『정선 아리랑』 / 박상률 시집 『진도 아리랑』
시대를 초월하는 서정의 힘
─ 이성선 시집 『절정의 노래』 / 조정권 시집 『산정묘지』 / 호인수 시집 『백령도』
삶의 진실과 시의 진실
─ 김남주 시집 『사상의 거처』 / 마종기 시집 『그 나라 하늘빛』 / 김명수 시집 『침엽수 지대』
살아남은 자의 부끄러움과 소망
─ 김규동 시집 『생명의 노래』 / 강인한 시집 『칼레의 시민들』 / 정세훈 시집 『저 별을 버리지 말아야지』
제2부
1950년대 시의 물길
1920년대의 시인과 시
1950년대 전기의 시인과 시
1970년대 전기의 시인과 시
제3부
그 겸허한 노년의 세계
─ 서정주 신작시집 『늙은 떠돌이의 시』
혁명적 로맨티스트의 자서적 수필
─ 김학철 산문집 『누구와 함께 지난날의 꿈을 이야기하랴』
뒤돌아보는 자의 희망과 사랑
─ 양성우 시집 『물고기 한마리』
희망을 지키는 파수꾼의 노래시
─ 이선관 시집 『지금 우리들의 손에는』
가난을 이긴 영롱한 시
─ 정세훈 시집 『끝내 술잔을 비우지는 못 하였습니다』
소박하고 올곧은 규수 시인의 시
─ 안금자 시집 『우회전하고 싶다』
천형(天刑)의 시인 한하운의 시세계
전쟁의 수레바퀴 밑에서
제4부
초정 김상옥의 시에 나타난 가족 사랑
─ 『불과 얼음의 시혼』
지뢰꽃 마을의 시인들
─ 『강원작가』 창간호
하늘로 날아간 「새」의 시인 천상병
시인, 그리고 고향
─ 『숨소리』, 2003,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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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책속에서
직업이 목사이기도 한 문익환(文益煥) 시인의 시는 이와 같은 기독교의 ‘원죄’ 위에 서 있다. 이 원죄는 구약에서 인류의 조상이 조물주에게 진 원죄가 아니라, 사람이 사람을 억압하고 약탈하는 일에 가담했던 세속적인 기독교가 진 죄악을 뜻한다. 즉 전시대의 기독교가 지녔던 호전적인 침략성·배타적인 선민의식·이기주의·기만·위선·잔학 등에 대한, 한 양심적인 기독교인의 뉘우침 위에 서 있다는 말이다.
그러기에 문익환은 민중을 한낱 정치적 이용물로 타락시키고, 억압하고, 착취하려는 자들에게 강력히 항의하고 있으며,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무모한 투쟁」인 줄 알면서도 「후퇴할 다리를 끊고」 자신을 내던져 불사르는 것조차 주저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 투쟁이야말로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 의를 구하라”는 성서의 가르침과 일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감옥에서 단식으로 맞설 때 이런 시까지 썼다.
나는 죽는다.
나는 이 겨레의 허기진 역사에 묻혀야 한다.
두 동강 난 이 땅에 묻히기 전에
나의 스승은 죽어서 산다고 그러셨지.
아!
그 말만 생각하자.
그 말만 믿자, 그리고
동주와 같이 별을 노래하면서
이 밤에도
죽음을 살자.
― 「마지막 시」 전문
이런 의미에서 문익환은 윤동주(尹東柱)의 순교자적 정신과 일맥을 상통하고 있다. 두 사람이 어렸을 때 북간도에서 같은 학교를 다녔대서가 아니라, 그 시대의 악을 물리치고 올바른 것을 위해서는 제 한 몸을 제단에 바치는 것조차 망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괴로왔던 사나이/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처럼/십자가가 허락된다면//모가지를 드리우고/꽃처럼 피어나는 피를/어두워가는 하늘 밑에/조용히 흘리겠읍니다.”(윤동주, 「十字架」 후반)
그러기에 문익환은 모든 인간이 하느님 앞에서 평등하다는 것을 믿으며, 남을 억압하는 교만한 자를 미워하고, 가난한 자의 아픔에 동참하고 있다. 또한 이 나라의 조임 당한 민주주의를 소생시키기 위해서 「땅에 떨어지는 한 알의 밀알」이 되기를 자청했던 것이다.
―「시와 인간의 구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