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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56693811
· 쪽수 : 114쪽
· 출판일 : 2010-06-25
목차
詩를 쓰는 마음
제1부∥ 노을
남행길 21
노을 22
가을 소리 23
방짜(方字)유기 24
달밤에 25
오일장 26
서낭당을 지나며 27
부소담악(芙沼潭岳) 28
사발(沙鉢) 30
봄동 31
묵은지 32
일요일 33
풍경(風磬) 34
짝사랑 35
제2부∥ 새벽길
백탄(白炭) 39
풀꽃 40
감또개 41
봄날 42
여울 43
맞벌이 44
철새의 歸鄕 45
이동 양봉 46
황혼녘의 어촌 47
새벽길 48
가을斷想 49
윈도브러시 50
4월 51
겨울山行 52
제3부∥ 땅버들
봄 55
해거름에 56
과메기 58
평상에 누워 59
불립문자(不立文字) 60
땅버들 61
독도 62
귀향(歸鄕) 64
겨울湖水 65
산골로 들어서면 66
옹기(甕器) 67
고진감래(苦盡甘來) 68
구절초 69
농심(農心) 70
제4부∥ 봄날
선산에 들러 73
야생초 74
봄날 75
산사(山寺) 76
가을 77
일필휘지 78
숲 속에 들어 79
월동준비 80
나의 방 81
무청 82
함박눈 83
풀꽃 84
웃기 돌 85
저물녘 86
제5부∥ 상고대를 만나다
거미 89
보리까락 90
다도해에서 91
첫눈 92
백자기(白磁器) 93
낙조를 보며 94
단청(丹靑) 95
겨울날 96
천태산 영국사(天台山 寧國寺) 97
입춘(立春) 98
대숲마을에서 99
텃밭을 갈며 100
보리뿌리점 102
상고대를 만나다 103
詩를 읽는 마음
자연과 동심을 노래하는 친구 / 곽정우 105
풀내 나는 이웃집 詩人 / 김동엽 108내게 서정을 안겨준 남편 / 노인숙 111
저자소개
책속에서
詩를 쓰는 마음
인간은 누구나 마음의 병을 앓고 있다. 살아가다 보면 매사가 그리 뜻대로 되지 않고 더구나 무한경쟁 속에서 살다 보니 갖가지 이유로 삶에 찌들기 마련이다.
문학을 한다는 것, 詩를 잘 써야 만이 詩人은 아니다. 물론 詩 한 편은 수많은 생각과 각고의 노력 끝에 얻어지는 것이지만 내 감정을 글로써 토로하고 내 목소리로 허공을 울릴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내면의 치료약은 없을 것이다. 아무리 부귀영화를 누리고 명성을 얻는다 한들 마음의 병이 있다면 그것은 무척 불행한 일이다. 詩治療를 하는 사람들 또는 詩를 즐기는 사람들은 극한 절망에서의 새로운 희망을 詩로 달랜다. 마인드컨트롤의 힘이 여기에서 생긴다. 그래서 우리에게 詩와 같은 문학은 필요하고 태고 이래로 즐겨오고 있는 것이다.
보다 마음의 안정을 얻고 인간다운 삶을 꾸려나가기 위해서는 물질보다는 정신적인 요소가 앞선다. 물론 詩쓰는 일이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 뭇사람들에게서 그리 존경받는 일도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의 생활을 넉넉하게 해주지도 않는 詩를 쓰고 접하는 것은 어느 물질적인 것과도 바꿀 수 없는 마음을 다스리는 힘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러면 왜 詩와 노는가 하는 의문이 풀린다.
우리는 보다 짜릿한 맛을 느끼기 위하여 때론 자신을 극한상황으로 몰고 가야 하는 필요성이 있다. 그것이 단 한 번뿐인 인생의 묘미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본 적이 있다.
내게 있어서 詩는 종교의 기능을 한다. 하루하루를 지내오며 오감으로 느끼는 희로애락을 한 줄의 글로 즐기며 달랜다. 그러면 마음이 한결 편해지고 무언가 모르게 힘이 불끈 솟으며 삶의 희열을 느낀다. 부모형제를 그리는 마음도, 보고 싶은 친구들의 모습도 詩 한 편에 담아보곤 한다. 그러니 내게 있어서 詩는 종교에 버금가는 철학이요 무한의 힘을 지녔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詩를 쓰되 진정성과 양심을 잃고 싶지는 않다. 詩 한 편 한 편이 바로 나의 분신일진데 어찌 내 양심을 속이고 부질없이 헛된 욕심을 부릴 수 있겠는가? 오래전에 써놓은 詩 한 편을 들여다보고 계면적한 웃음을 띄워보기도 한다. 힘 있는 詩를 써야 하는데 내 주변엔 서툴고 다듬어지지 않은 詩語들이 너절하게 뒹굴고 있다. 그 말들을 다시 주워담고 가지런히 정리하려 하여도 그리 쉽지가 않다. 그래도 용기를 내어 詩篇들을 모아본다.
옆 마을 마실 가듯 살짝 내디뎌본다.
달은 휘영청 밝아 오히려 서글프다.
개 한 마리가 짖기 시작하더니 온동네 개들이 다 짖는다.
가슴에 응어리진 말 토해 놓는다.
이젠 후련할 법도 한데 뒤끝 찜찜하다.
얼마나 울어야, 아니 그 얼마를 더 뉘우쳐야 세상 쪼끔 보일 것인가?
나는 마구 몸서리친다.
그러니 한 모숨 추억이 되살아난다.
詩, 다분히 니가 좋을 뿐이다.
2010년 여름
이 명 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