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롱이 돌아가며

시인의 말

1 빗방울과 이파리
간밤에 내린 비
고로쇠 수액
빗방울과 이파리
매미들의 향연
아침 해맞이
숲의 아침
산딸기
바람이 일면
산의 제 모습
새벽
노을 진 바다
그래도 바다인데
단풍
산사 숲에 단품 들면
길가 단풍나무 한 그루
바위 틈새 소나무
지리산 소나무
일몰
절터에서 서면
장항선 기찻길

2 고갯마루 넘으며
외진 산길 접어들 때면
고향 친구
고향
고갯마루 넘으며
지하철 막차
소 장날
유년의 가난
보리술
점심 안 먹나요
막걸리
한밤중의 고라니
비
오뉴월
나를 달래주는 바다
첫사랑
휴대폰에 담긴 사랑
문전옥답
감기
환갑줄에 들어서니
할아버지
할아버지 산소 성묘
할머니 산소 성묘
후회와 망설임

3 무릇 세상사
물에 담긴 이치
의치義齒
무릇 세상사
바람 피하지 마라
건강검진
내 정원에는
사랑한다는 건
새롭게 다시 사랑하리라
딸 결혼식
저승보다는 이승이
거울 앞에서
카페에 들르면
찻잔 앞에서
커피향
잡초의 생명력
산모롱이 돌아가며
복권 한 장
믿음의 지하철
교통신호등
목련
전연 퇴직사

4 밀수제비 장국 한 그릇에도
밀수제비 장국 한 그릇에도
길
밥상을 받으며
말의 씨
병상
사랑하려면
사랑한다는 말, 그 진실성의 변질
여명
숲속 의자가 비어 있다
오륙도 밤바다
지리산 산골 사람들
손톱
하루살이 치마
주님의 날
하늘
공무원
태극기 신세
젊음
어디 한 색깔, 그 모양만이던가
컨덕터의 지휘봉

평설∥자연과 교감과 삶에 대한 사유의 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