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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88957072950
· 쪽수 : 288쪽
· 출판일 : 2023-02-16
책 소개
목차
기나코의 세계1 햇볕을 쬐며 꾸벅꾸벅 졸던 날 굴뚝 뒤에서
1 무게 , 사랑에 빠지다
기나코의 세계2 햇볕을 쬐며 꾸벅꾸벅 졸던 날 굴뚝 뒤에서
2 무게, 편지를 쓰다
기나코의 세계3 햇볕을 쬐며 꾸벅꾸벅 졸던 날 굴뚝 뒤에서
3 무게, 섬으로 가다
기나코의 세계4 햇볕을 쬐며 꾸벅꾸벅 졸던 날 굴뚝 뒤에서
4 무게, 하늘을 달리다
에필로그 그리고, 무게는 사랑을 한다
리뷰
책속에서
“어른의 분별력을 갖추지 못한 아이를 속여서 ‘저쪽’에 데려간다고……. 너도 조심해. 그 녀석은 인간들이 말하는 질 나쁜 고양이 요괴라고. 같은 고양이라고 해도 되도록 가까이하지 않는 편이 좋아.”
기나코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늙은 고양이는 조금 슬픈 듯이 금빛 눈동자를 가늘게 떴다.
“그렇게 가지고 싶은 게냐, 눈에 보이는 행복이란 것이.”
걸으면서 난 속으로 몇 번이고 되풀이했다.
‘이딴 세상, 지긋지긋해. 없어져 버렸으면 좋겠어.’
그때였다.
“앗!”
갑자기 들린 외침에 나는 깜짝 놀랐다. 왜냐하면 길 위에는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내 앞에도 뒤에도 하지만 그 노점은 확실히 그곳에 있었다.
빨갛게 칠한 나무로 만든 매대 위에는 가면이 죽 진열되어 있었다. 색은 다양했지만 전부 고양이 모양이었다.
“가면?”
내가 중얼거리자, 매대 옆에 앉아 있던 주인이 내 쪽을 돌아보았다. 고풍스러운 기모노를 입고 풍채가 좋은, 아니 몸 자체가 엄청 큰 사람이었다.
“어서 오쇼.”
모자를 깊이 눌러쓴 가게 주인은 손에 든 담뱃대를 뻑뻑 빨면서, 내게 히죽 웃어 보였다.
“써 볼 테냐?”
그 순간, 묘하게 차가운 바람이 내 어깨를 스쳐 갔다. 길가에 늘어선 빨간색 등롱에 쓰인 글자가 ‘신등’에서 ‘묘등’으로 바뀐 것을 알아챈 것은 훨씬 나중이었다.
캔을 다 먹은 기나코는 문득 거실 창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반짝반짝 윤이 나는 갈색 털로 뒤덮인 몸. 불필요한 살은 찾아볼 수 없다. 가오루도 예쁘다 칭찬해 주고, 스스로도 근사하다고 생각하는 모습이다. 털이 빠지는 일도 없다.
하지만 잊어서는 안 된다. 언젠가 기나코에게도 ‘그때’가 찾아온다는 것을. 문득 기나코는 늙은 고양이의 얼굴을 떠올렸다. 토관 위에서 언제나 둥글게 몸을 말고 앉아 있던 검고 늙은 고양이.
이제는 만날 수도, 서로 대화를 나눌 수도 없다. 기나코에게는 망설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