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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7074961
· 쪽수 : 408쪽
책 소개
목차
제-1장 때늦은 모든 것
제0장 뜻밖의 모든 것
제1장 엇나간 모든 것
제끝장 모든 것의 모든 것
믿을 수 없이, 믿을 수밖에 없이 - 김태용과 나눈 좌담의 이름과 구멍들 (문학평론가 최정우)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우리의 삶은 시작도 끝도 없는 서사의 쪼가리다. 쪼가리의 쪼가리다. 더 이상 쪼가리가 될 수 없는 최후의 쪼가리다. 우리는 한 문장으로 요약되지 못한다. 우리는 부사와 형용사를 허용할 수 없는 무미건조한 문장의 조사에 불과하다. 우리는 우리를 살리지도 죽이지도 못한다. 우리는 우리도 아니다. 나는 우리 중의 하나가 아니며 나이기를 거부한다. 하는 실수와 후회라는 이름의 세계가 버린 사생아다. 주장하지도 토로하지도 못했다. 세상이 그들을 버리기 전 그들이 세상을 버렸다.
그의 말이 곧 문장이 되었고, 문장이 곧 그의 말이 되었다. 그러나 그는 결코 글을 쓰지 않았다. 목적도 대상도 결말도 없는 문장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가 사멸되었다. 궤멸과 괴멸의 문장들이 욕구가 거세된 그의 밤과 낮을 느슨하게 지배했다. 언제 글을 보여줄 건데, 라는 물음에 그는 결코 글을 쓰지 않는다고 그녀에게 말했다. 그가 쓰는 문장들은 문법에 어긋나 있으며 쉽게 허물어지는 허약한 상상력에 기대 있었다.
언어의 안과 바깥에 경계를 지워주는 창문은 도대체 어디에. 어디에? 어디에? 어디에! 어디에! 어딘가. 어디쯤. 어두워진다. 어두운. 언어의 속살. 파고드는. 바스락거리는. 이글거림. 최후를 예감하는 최초의. 사그라질 때만 빛을 발하는. 검고 텅 빈 곡선. 선명한 이름을 부르는 녹색 광선. 언어의 덫. 덫의 언어. 언어의 겹. 겹의 언어. 언어의 주름. 주름의 언어. 언어의 파동. 파동의 언어. 언어의 속. 속의 언어. 언어의 살. 살의 언어. 언어의 속살. 속살의 언어. 언어의 샅. 샅의 언어. 돋아나는. 더듬거리며 뭔가를 기억하려 애쓰는. 잡힌 것. 만질 수 없는 것. 잡혀도 볼 수 없는 것. 볼 수 있어도 말할 수 없는 것. 말할 수 있어도 만질 수 없는. 더듬거리고 파고드는. 지글거림. 없는. 없던. 말. 부스러기들. 말. 부스럭거리는. 미끄러지는. 서걱거리는. 가려운.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말의. 속살. 따위의. 말. 발목이 잡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