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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문학 잡지 > 기타
· ISBN : 9772951413048
· 쪽수 : 164쪽
· 출판일 : 2023-06-05
책 소개
목차
나, 지역의 소멸론 | 조문영
말과 소음 | 김태용
진입/하기 | 서이제
자연의 이치 | 손보미
팜 | 예소연
저자소개
책속에서
당신이 나를 뭐라 부르든, 지방이든 지역이든 로컬이든, 솔직히 난 별로 관심이 없어. 중요한 점은, ‘나-지역’을 당신 바깥에 두는 한 우리의 대화는 겉돌 수밖에 없단 거지. 오랜만에 찾았는데 주말인데도 도심이 휑하다며 안타까워하는 마음에 내가 감사해야 할까? 스스로 파괴한 것을 애도하는 제국주의자의 향수와 닮았다면 과도한 비판일까? 다른 지역을 원한다면, 무엇보다 당신이 달라지길 바라. 지역을 걱정하고 배려하는 대신에 당신과 내가 맺어온 관계를 돌아보길 바라. 지역의 주변성을 강요한 역사가 곧 메트로폴리탄 서울의 성장사였음을 알길 바라. 이 역사에 나도, 당신도 적극적으로 연루되고 공모해왔단 걸 깨닫길 바라. 이제, 나의 소멸이 아니라 우리의 미래를 함께 얘기해볼까?
_조문영, 「나, 지역의 소멸론」
할머니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내야 한다.
그 누구도 읽어서는 안 된다.
(……)
저런 할머니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기에 소설에서는 존재해야 한다.
소설만이 열어젖힐 수 있는 세계가 있다.
소설 속에서만 들려오는 말과 소음이 있다.
소설에서만 존재하는 인물이 있다.
할머니는 나다.
하지만 나는 할머니가 될 수 없다.
나는 할머니를 언어로 재현할 뿐이다.
언어가 아닌 사람을 만나야 할지 모른다.
_김태용, 「말과 소음」
글을 쓰면서 붉은색 경고등이 들어온 지역 지도와 인간의 자취만 남은 거리 풍경이 계속 되살아난 것 같다. 불안의 시선 속에서 소설 속 인물을 통해 지역소멸을 둘러싼 말들을 의심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지역은 과연 소멸하는 것이 맞는가?
_김태용, 「말과 소음」, 작가노트
우리는 매일 놀이터에서 만났다. 그때는 별다른 연락을 하지 않아도 매일 그럴 수 있었다. 만나서 같이 땅도 파고 고운 흙도 만들고 돌도 고르고 그랬다. 그네도 타고
시소도 타고 그러다 지겨워지면 애들을 모아 술래잡기도 했다. 사방치기도 하고 이따금 정체를 알 수 없는 게임을 하기도 했다. 우리보다 어린 아이들은 깍두기를 시켰다. 제외되는 아이는 없었다. 놀이터에서는 따로 통성명을 하지 않아도 게임 한 판이면 모두 친구가 될 수 있었다. 모두 승패가 중요하지 않은 게임이었다. 아니, 그 누구도 승패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이기면 이기고 지면 지는 것. 이긴다고 좋을 것도 진다고 나쁠 것도 없었다. 그냥 실컷 뛰어다니다가 해가 질 때 집에 가면 그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