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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7075210
· 쪽수 : 352쪽
책 소개
목차
1부
2부
3부
에필로그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녀에게서는··· 야릇한 냄새가 났다. 뭐라고 얘기하기 어려운 냄새, 어디선가 꼭 맡아본 적이 있는 것 같은 냄새, 하지만 정확히 어떤 냄새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 냄새, 뭔가 슬픔과 고통, 외로움을 동반한 냄새······. 그것이 정말 냄새인지 아니면 느낌일 뿐인지 자신 있게 단언하기 어려운, 무슨 냄새 같은 것. 위기의 냄새, 불온한 냄새, 위험한 냄새, 자포(自暴)의 냄새······ 그런 것.
두 당사자가 각기 자신의 생각, 자신의 풍속, 자신의 세계에만 파묻혀 자기의 눈으로 저쪽 당사자를 알아보려 한 거야. 온전히 보일 리가 없지. 이해될 리가 없어. 그러니 괴물로 보일 밖에. 그러니 경멸하게 되지. 두려워하게 되거나. 콜럼버스가, 그리고 유럽 이민들이 인디언을 두려워하고 경멸했듯이. 인간에게서 인간을 보지 못하고 괴물만을 본 거야. 그러니까 그들은 스스로 괴물이 되어버린 거야. 그 순간 괴물이 되어버린 거라고 할 수 없을까. 서로에게 괴물이요, 스스로 괴물이 되어버렸다, 이렇게. 그러니까 서로 죽이고 죽은 거지. 그렇게 죽임으로써 더 큰 괴물, 더 잔인한 괴물이 되어버렸어. 괴물이 괴물로써 완성된 거지. 서로가 더 큰, 더 무자비한 괴물이 되어버린 거야.
그는 다시 평온해질 것이다. 평온하고······ 외로워질 것이다. 거울이 그를 빤히 쳐다보며 추궁했다. 다만 평온하고 외로워질 뿐인가? 아니었다. 그는 빼앗기는 것이다. 저 괴물에게, 저 괴물의 마술에, 진이를, 빼앗기는 것. 그의 저항을 비웃으며, 수천만 개의 거대한 황금 톱니바퀴를 굴리며, 그를 짓밟고, 진이를 짓밟고, 그들의 사랑을 짓밟고, 괴물은 코카콜라 송이라도 신나게 불러 젖히며 치달려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