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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7075555
· 쪽수 : 360쪽
책 소개
목차
떠나면 돼
만나면 돼
공부하면 돼
사랑하면 돼
벌면 돼
같이 살면 돼
15번 진짜 안 와
막 사랑하면 돼
해버리면 돼
그러면 돼
작가 뒷담화
해설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는 최대한 기억을 떠올리려 애쓰며 알을 낳는 닭 같은 표정으로 악보를 그렸다. 안 떠오르는 부분은 기타로 쳐봤다. 현실을 부정하기만 하면 아무것도 안 된다. 현실을 초월해버려야 한다. 마치 사랑 같은 것이어야 한다. 사랑은 비현실이 아니고 초현실이니까. 지금껏 안 되면 죽으면 된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버텼다면 이제부턴 이런저런 복잡한 현실을 초월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살고 싶었다. 사랑의 궁극엔 사랑이 없다. 그것이 사랑의 초월이다. 진짜 사랑, 진짜 한 명과 죽도록 사랑하는 것, 그런 건 비현실적이다. 고남일은 모두를 사랑한다는 초극의 플라토닉 사랑과 어떤 대상과의 자유로운 성애를 접목하는 부분에서 문득 감을 잡고 기타를 치기 시작했다.
고남일은 그걸로 속이 풀리자마자 곡에 가사를 붙여 기어이 완성해냈고, 그 곡에 <종말을 조용히 시킬 시끄러운 발악>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현실의 괴로운 냄새는 싫어
때 묻은 커튼이나 마찬가지지
멋있게 살지 못하는 게 종말이야
조용히 안주하려 들면 똥만 만들지
나는 너희들보다 빼어나야 할 기분이야
기타 소리로 현실을 면도하고
멋진 샤우팅을 꺼내 입었어
까다로운 삶은 그냥 무시해
경계와 한계들은 웃길 줄 몰라
선을 넘어 파닥거릴래
내 영혼은 리버럴
울지 않으면 못 살겠다는 통보들을 때릴래
시어빠진 공기들을 뱉어내버릴 거야
시끄러운 소리들로 발악할 거야
가소로워 초월해버리고 말 거야
불법체류자지만 얼굴에 불법체류자라고 써놓고 다닐 필요는 없다. 그런 꾀죄죄한 인상으론 될 일도 안 된다. 로잔나의 지적대로 너무 심각한 표정으로 자기관리도 안 하고 살았던 게 문제의 원인인지도 모른다. 고남일은 언젠간 잘될 거라고 믿으며 밝은 인상을 회복하려 애썼다. 인생이란 아무리 웃긴 얘기를 해도 웃지 않는 강퍅한 놈과 같다. 만약 그런 놈을 웃기는 데 성공하면 인생의 팍팍함도 극복할 수 있게 될 거라고 믿었다. 비운에 당했다고 절망하고 있으면 놈은 또 다른 비운을 불러온다. 지금껏 계속 그래왔다. 한 번이라도 비운을 웃어 넘겨서 그 고리를 끊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