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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7078013
· 쪽수 : 360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작가의 얼굴
혼자 사니 참 좋아
둘이 사니 더 좋아
셋이 사니 진짜 좋아
에필로그―물의 기원
작가의 말
해설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2학년 소설 수업에서 발표한 그녀의 소설은 아주 특별했다. 제목은 ‘우물’이었다. 합평 수업에선 여러 악평이 나왔다. “이게 소설인지 잘 모르겠어요!” 어떤 학생은 지적했다. 반은 옳고 반은 틀린 지적이었다. 그녀의 소설은 그녀만 쓸 수 있는 소설로서, 몽환의 덩어리였다. 보편성에 길들여진 시선으로 보면 일종의 암호 책 같았을 것이었다. 그러나 소설이 암호 책이면 왜 안 된단 말인가. 분명한 것은 ‘우물’을 읽은 모든 독자들이 어떤 불안한 충격을 받았다는 사실이었다. 그녀는 동료들의 질문에 오로지 단답형으로 대답했다. 그녀가 소통을 거부하고 있다는 걸 그래서 나는 금방 알아차렸다. “작가가 되고 싶니?” 내가 물었고 그녀는 명쾌히 대답했다. “아뇨. 그냥, 시집이나 가고 싶어요!” 웃어야 할 대답인데 아무도 웃지 않았다. 수업은 그렇게 끝났다.
‘몸짓’으로부터 빠져나온 ㄱ이, 구체성을 획득하며 무한대로 확장된다면 얼마나 좋으랴. 재직하고 있던 대학의 교수직을 그만두고 내가 혼자 이곳으로 내려온 것이 벌써 2년여 전이다. 가난한 밥상, 쓸쓸한 배회가 이곳에서 내가 사는 법이다. 그런데 쓸쓸했던 호숫가 나의 외딴집이 돌연 그 무언가로 가득 차는 듯한 느낌이 나를 사로잡는다. ‘시멘트 데드마스크’ 때문일 게다. 저 홀로 가득 차고 저 홀로 따뜻이 비어 있는 여기, 호숫가 나의 집.
이야기란 그렇다. 존재의 비밀스럽고 고유한 홀림 속으로 킬러처럼 소리 없이 걸어 들어가기.
‘섹스’가 아니라, ‘덩어리’다.
나는 그렇게 말하고 싶다. 나-그는 때로 ‘덩어리’가 된다. 나-그 사이의 정적, 나-그의 몸뚱어리 속 가시가 훼손되지 않도록 하자는데 암묵적인 동의를 전제한 ‘덩어리 되기’였다고 생각한다. 소유하지 않고 덩어리를 이루는 법을 우리는 알고 있었으며,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덩어리로 인한 어떤 소음도 발생하지 않는다. 피차 생의 가시를 촘촘히 내장하고 있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