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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57367582
· 쪽수 : 280쪽
· 출판일 : 2016-01-21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사랑하는 밀리에게
1일째
2일째
3일째
4일째
5일째
6일째
7일째
8일째
9일째
10일째
11일째
12일째
13일째
14일째
그날 이후
감사의 글
리뷰
책속에서
커다란 병원 침대에 작은 헝겊 인형처럼 앉아 있는 엄마의 모습이 하룻밤 사이에 족히 20년은 더 늙어 보였다. 30kg 남짓한 자그마한 몸 위로 환자복이 붕 떠 있었다. 가슴은 신장투석 때 꽂은 관으로 인해 생긴 검붉은 멍들로 덮여 있었다. 한때 풍성했던, 아직은 검은색이 좀 더 많은 희끗희끗한 머리칼은 성겨 보였고, 컬이 한쪽으로만 쏠려 있어 그 반대쪽 귀가 유난히 도드라져 보였다. 환자복 팔 윗부분이 어깨뼈 때문에 쑥 솟아 있었다. 쇄골은 너무 튀어나온 나머지 그 위에 책도 얹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엄마는 내 질문은 무시하고 이디스 벙커와 프란 드레셔를 섞은 듯한 콧소리로 대뜸 “투석 끝냈다”라고 말했다. “왔니? 잘 잤니? 아침은 먹었니?”도 아닌 “투석 끝냈다”라니.
내 눈은 설명을 갈구하듯 오빠의 눈과 마주쳤다가 다시 엄마에게로 돌아왔다.
“이제 투석 안 해도 된대요?” 나는 엄마의 말에 깃든 숨은 뜻을 애써 좋은 쪽으로 해석하며 물었다. “투석 끝냈다. 이제는 안 하고 싶어.” 엄마가 진저리난다는 듯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그냥 가게 해다오. 가고 싶어.”
내 머릿속은 마치 컴퓨터가 정보를 처리하듯 돌아가기 시작했다. 1과 0들이 한데 엮여 길게 이어졌다. 정보 처리 중, 정보 처리 중. 나는 저 말뜻을 파악하기 위해 애썼다.
‘갈란다. 그냥 가게 해다오.’ 엄마는 지금 죽고 싶다고 말하고 있었다.
엄.마.가.죽.으.려.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