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넌

"내가 병원에 같이 가줄까?"
소녀는 소년이 병원에 가기 무서워하는 걸로만 생각하는 것이 분명했다. 소년은 그런 소녀의 따뜻한 마음에 자꾸만 눈물이 고여 넘치려고 해서 연신 눈을 끔뻑여야만 했다.
"아니, 병원은 안 가도 돼."
사실 소년은 병원에 가본 적이 없었다. 소년의 몸에 닿은 의료의 혜택은 학교에서 단체로 맞는 예방접종이 전부였다. 그 외엔 워낙에 병치레를 하지 않는 건강 체질이기도 했지만, 간혹 다치더라도 소년의 부모는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소녀에게 말은 불퉁스럽게 하면서도 소년은 이 소녀와 함께라면 치과든 어디든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불행한 소년, 민하영과 불행이 뭔지 모르는 소녀, 도정인의 첫 만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