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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58043911
· 쪽수 : 288쪽
책 소개
목차
목차가 없는 도서입니다.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를 처음 만났던, 강렬했던 그때를 떠올리는 것이 과연 잘하는 짓일까.
이별 노트를 사던 패기 넘치던 여자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이 노트를 쓰는 동안 절대로 울지 않으리라고 다짐했는데, 어느 순간 나는 울고 있다. 이 노트에 한 글자라도 쓰는 순간 나는 이별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아직 그를 사랑하고 있다.
처음에는 너의 잘못이기만 한 것 같았던 지금의 상황이 또 다르게 생각된다.
내가 너무 오랫동안 너를 사랑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그런 생각이.
“우리…….”
네가 식어가는 만큼, 나도 함께 식었어야 하는 건데. 내 마음의 온도는 언제나 처음처럼 뜨거워서 네가 답답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우리가 여느 오래된 연인처럼 서로가 미지근했다면 너는 그렇게 이별의 말을 꺼내기가 힘들어 절절매지 않아도 될 테고, 나는 네가 하는 말을 듣기가 무서워 이렇게 도망치지는 않을 테지.
“……좀 시간을 가지자.”
나는 너를 위해 노래를 불렀고, 너는 나에게 대신 촛불을 불어달라고 했었어. 후, 하고 내가 크게 숨을 불고 촛불들이 꺼지는 순간, 잔뜩 내밀고 있던 내 입술에 네 입술이 닿았던 그, 따뜻하고도 말캉말캉했던 첫 키스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내가 놀라 엉덩방아를 찧고 주저앉았는데도, 네 입술은 결코 떨어지지 않았지. 내 뒷머리를 다정하게 손으로 어루만져주면서 너는 내게 키스 했었어. 결코 대단할 것도, 서툴 것도 없는 딱 그 정도의 키스를. 잔뜩 붉어진 내 얼굴을 아주 가까이서 떨리는 검은 눈동자에 차곡차곡 담던 너의 모습이 얼마나 나를 숨 막히게 했는지. 그러고선 내 입술 위에서 달싹이듯 움직이는 네 입술에서 사랑한다는 말을 처음 들었던, 심장부터 퍼지는 박동소리가 어깨로 손끝으로 결국은 발끝으로 전해졌던 그 순간을 너는 아직도 나처럼 기억하고 있을까.
‘나’를 감싸는 우주가 온통 ‘너’일 뿐이었던 그때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