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좋은부모 > 육아 > 성장/발달
· ISBN : 9788958072812
· 쪽수 : 220쪽
· 출판일 : 2010-06-28
책 소개
목차
1. 6개월까지
산후조리원에서 ― 시끄러운 게 젤 싫어! ∥ 젖이 잘 안 나와 ― 걱정 말아요, 엄마! 서두르면 안 돼요! ∥ 마침내, 집으로 ― 산후조리원보다 더 시끄러운 아파트 ∥ 나의 체질 문제로 일어난 엄마와 아빠의 말다툼 ∥ 아빠에 대한 생각 ― 갓난아기의 무시무시한 경쟁자? ∥ 각기병 사건 ― 아이, 열 같은 거 없다니까! ∥ 분유병을 둘러싼 기 싸움 ― 갓난아기의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 ∥ 평균치의 함정 ― 개성을 인정해 주세요 ∥ 전차 안에서 ― 심각한 신변의 위협을 느끼다 ∥ 할머니 집에서 ― 질투대마왕 에미 누나에게 당한 봉변 ∥ 영화관에서 ― 저렇게 남을 깨물면 안 되는데… ∥ 동네 진료소에서 ― 무슨 병이든 주사기부터 찌르고 보는 ‘주사파’ 의사 ∥ 엄마는 가장 충실한 관찰자 ∥ 어린이공원에서 ― 고무공에 머리를 얻어맞고 뇌진탕당할 뻔하다 ∥ 대중목욕탕에서 ― 온몸에 뜨거운 물세례를 ∥ 한밤중 수유를 둘러싼 엄마와 아빠의 논쟁 ― 난, 젖이 부족하다니까! ∥ 폭발해 버린 아빠, 엄마에게 반기를 들다 ∥ 기저귀커버 ― 도대체 누가 이런 걸 발명한 거야?! ∥ 더운 날 분유 먹기 ― 왜 또 내 탓인데……? ∥ 유원지에서 ― 질 나쁜 예술가를 만나다 ∥ 오지랖 넓은 옆집 아줌마 ∥ 단것을 싫어하는 아이도 있다고요! ∥ 큰이모의 방문 ― “나처럼 일곱 명이고 여덟 명이고 키워 봐” ∥ 이유식 ― 가장 똑똑한 심판관은 정확한 체중계
2. 12개월 전후
예고 없이 찾아오는 복통 ― “아가, 왜 그랬어? 엄마 깜짝 놀라게 하고…” ∥ 허걱, 장(腸)이 장(腸) 안에 들어갔다고? ∥ 장중첩증 강사가 된 엄마 ∥ “여보, 우리 아기가 손을 놓고 섰어!” ∥ 별난 상담사 ― 뚱보 되는 게 뭐 그리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 상담사가 나쁜 게 아니야! ∥ 기차 여행 ― ‘노란 액체’를 마시면 악당이 되는 사람들 ∥ 여관에서 ― 이 세상에 아기도 살고 있다는 사실을 자주 망각하는 어른들 ∥ 동전을 삼키다 ― 혹시 엄마에게 초능력이…? ∥ 한밤중 꿈에 나타난 술주정뱅이들 ∥ 아빠의 ‘폭력’에 완강히 저항하다 ∥ 꿈을 꾸는 건, 지혜가 붙었다는 증거 ∥ 배설 길들이기 ― 엄마와 팽팽한 기 싸움 ∥ 동상에 걸린 아기 ― 엄마, 발가락이 자꾸 가려워요! ∥ 아이들을 공포와 위험에 빠뜨리는 헬리콥터 ∥ 머리를 부딪쳐서 바보가 되면 어쩌지?
작은 탈주자 ― 다로 형의 신나는 모험 ∥ 유아맘들의 모임 ― 탁아소가 필요해 ∥ 드라이 클럽 파트타임 탁아소 ∥ 경기(驚氣)로 정신을 잃다 ∥ 첫 고열 ― “사흘만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 지혜 열 ― 열꽃이 피면 다 나았다는 증거 ∥ 보육소 보모로 일하는 요시코 이모 ∥ 감기성 설사 ― 어떻게 하면 설사를 멈추게 할 수 있나요? ∥ 의사가 약자라고? ∥ 떼쓰기 대마왕, 가즈 짱 ∥ 젖 먹이기 ― 엄마만 할 수 있는 최고의 사랑 표현 ∥ 뇌성 소아마비 아이 때문에 가출한 204호 아줌마 ∥ 돌잔치 ― 기다리고 기다리던 나의 첫 번째 생일 ∥ 갓난아기가 아닌 소아과의사로서의 조언
3. 1년 6개월까지
보행기 ― 좁은 아파트에서는 너무 위험해! ∥ 동물원에서 ― 아빠 원숭이를 닮은 우리 아빠 ∥ 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어! 혹시, 이질? ∥ 자가중독 ― 죽을병인가요? ∥ 질병 치료에도 역시 ‘경험의 힘’이 최고 ∥ 자가중독은 치료보다 예방이 더 중요 ∥ 날씨가 추울 때 오줌이 흐려지는 건 괜찮아! ∥ “왜 이렇게 잠을 안 자! 혹시 유아불면증?” ∥ 허걱, 아기에게 수면제를…? ∥ 두 살짜리 아이는 하루 몇 시간을 자야 할까? ∥ 난 그저, 엎드려 자는 게 편하고 좋을 뿐이고! ∥ “애기 엄마, 눈동자가 크다고 조금 잘라내서 작게 할 거야?” ∥ 침대는 싫어, 엄마 아빠랑 자고 싶어! ∥ 평균 몸무게보다 450그램이 모자란다고? ∥ 식사는 30분 안에 끝내고 나머지 시간은 맘껏 뛰어놀기 ∥ 450그램 차이가 죽느냐 사느냐 문제가 되는 건 베니스 상인뿐! ∥ 개에게 물리다 ― 광견병에 걸리면 어쩌지? ∥ 개 주인 찾기 대작전 ∥ 흙을 먹다 1 ― “뱃속에 기생충이 있어서 그래!” ∥ 흙을 먹다 2 ― “그럼, 이건 당신네 집안 유전이네!” ∥ 신발 신고 아빠와 난생 처음 나서는 산책길 ∥ 천식에 걸린 에미 누나 ∥ 천식 ― 모르는 척해야 낫는 병? ∥ “아이를 울리지 않는 의사가 되고 싶어요!”
리뷰
책속에서
나는 그저께 태어났다. 아직 눈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소리는 잘 들린다. 이 산후조리원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일도 기척으로 알 수 있다.
간호사 누나는 왜 저렇게 또각또각 소리를 내며 걸어다닐까. 아마도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모양이다. 게다가 방문을 여닫을 땐 꼭 저렇게 큰 소리를 내야만 하는 걸까. 저건 분명 욕구불만 때문이다. 간호사 대우가 별로 좋지 않아서일까? 다른 사람들과의 사이에서 뭔가 화나는 일이 생기면 서로서로 도란도란 상의해서 해결하면 될 텐데, 왜 아무 죄도 없는 문짝에 화풀이를 해대는 걸까.
나는 시끄러운 게 젤 싫다. 나만 그런 게 아니다. 엄마도 그렇다. 우리는 아직 기력이 딸리는 것이다. 아직 한참 동안은 푹 자고 싶다. 근데 또각또각 소리 내며 복도를 걸어가거나 문을 쾅 ― 닫으면 그때마다 화들짝 잠이 깨어 울음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울면 딱하게도 초보 엄마는 내가 왜 그러는지 몰라 쩔쩔맨다. 그저 조용하게 해주기만 하면 나는 기저귀가 젖었을 때나 배가 고플 때 외에는 울지 않는다.
산후조리원 안이 좀 조용해지면 이번에는 창문 밖이 소란스러워진다. 가장 짜증나는 건 광고 차량. 이상한 유행가를 크게 틀어놓고 천천히 다가온다. 그리고 노래가 끝나면 부담스러울 만큼 상냥한 목소리로 상품의 효능을 떠들어 댄다. 무척이나 공손한 말씨지만, 그렇게 남의 집 앞에서 큰 소리로 떠들어 대서는 누구라도 불쾌한 느낌을 갖게 마련이다. 내가 크면 오늘 광고 차량으로 떠들어 댄 그 상품은 절대로 사지 않을 것이다. 광고 차량이 떠나고 나면 이번에는 헬리콥터다. 전단지를 뿌리고 다니는지 어린애들이 길 위를 마구 뛰어다니며 그걸 줍느라 한바탕 난리가 벌어진다. 이런 살인적인 광고 행태를 아무런 단속도 하지 않고 방치하다니, 다들 머리가 어떻게 됐나 보다.
겨우 잠잠해지면 순서를 기다렸다는 듯 일가친척들이 아기의 탄생을 축하한다며 찾아온다. 다들 똑같이 내 얼굴을 들여다본다. 개중에는 나를 자기 품에 안고 매너 없이 연거푸 기침을 하 가는 사람도 있다. 감기라도 옮으면 어쩌라는 건가. 막 태어난 갓난아기에게 감기가 옮으면 폐렴으로 진행되는 일도 적지 않은데 말이다. 그 사람들은 학교의 보건 위생 시간에 분명 병든 닭처럼 끄덕끄덕 졸았을 것이다.
산후조리원의 원장도 그렇다. 건축 공사장처럼 신생아의 방에는 〈외부인 출입금지〉라는 팻말을 붙여 둬야 할 게 아닌가. 하지만 그런 걸 붙이면 너무 엄하게 통제하는 산후조리원이라는 소문이 퍼져서 인기를 끌지 못하는 모양이다. 그럴싸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참 딱한 직업이다.
또 한 가지 이 산후조리원에서 무척 시끄러운 건 바로 도우미 아줌마들의 수다다. 그 아줌마들은 항상 다른 사람에 대해 이러니저러니 평가를 내린다. 6호실 애기 엄마는 지독한 짠순이다, 조리원 원장은 4호실만 특별 대우하는 거 아니냐, 3호실 애기 엄마의 남편은 아내하고 나이 차가 너무 많이 나는 게 아무래도 수상하다, 등등 참 말들도 많다. 왜 그리 남의 일에 관심이 많은 걸까. 분명 자신의 삶이 공허한 거다.
― 본문 「산후조리원에서 ― 시끄러운 게 젤 싫어!」 중에서
내 인생도 이제 두 달째로 접어들었다. 조금씩 앞이 보인다. 엄마는 나를 안고 낮에 10분이나 15분쯤 바깥바람을 쐬어 주었다. 너무너무 기분이 좋다. 엄마가 간밤에 아빠에게 강의를 한 내용에 따르면, 앞으로 신선한 공기를 자주 쐬어서 피부를 단련할 거란다. 겨울에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날씨가 좋을 때 피부를 단련해 두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햇볕을 받으면 피부에서 비타민D가 합성된다고 한다. 비타민D가 부족하면 뼈가 약해진다고 하니까 햇볕을 쬐는 건 나처럼 뼈가 굵어지는 시기에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는 얘기다.
하긴 이런 지식은 엄마가 예전부터 여성에게 필요한 교양으로 갖추고 있었던 건 아니다. 아빠를 출근시킨 뒤 내가 깨어 있을 때는 라디오를 켜 놓는데, 그 라디오의 주부 대상 프로그램에서 얻어들은 지식인 것이다. 주부를 위한 프로그램은 온종일 떠들어 대는 라디오 방송 중에서도 가장 충실한 내용이라고 한다. 어떻게 하면 평화를 지킬 수 있는가, 헌법을 개정하면 어떤 불편한 일이 생기는가, 하는 이야기는 낮 시간이 아니면 들을 수 없다.
엄마는 나를 낳은 뒤로 그런 좋은 내용의 방송을 더욱 열심히 들었다. 비로소 모성을 자각한 모양이다. 이러다가는 적어도 우리 집에서는 아빠보다 엄마가 더 훌륭한 사람이 될 것 같다. 아빠는 저녁에 집에 들어오면 빈둥빈둥 누워서 놀기만 한다. 라디오도 경음악이나 만담, 코미디 방송 같은 것만 열심히 찾아 듣는다. 엄마와 연애하던 시절에는 제9심포니 LP판을 선물하기도 했다던데, 대체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다. 책장의 문학전집도 아빠가 아니라 엄마가 읽는다. 아빠가 읽는 활자라고는 기껏해야 신문과 주간지뿐이다. 회사 일에 지쳐서 그런 거라면 정말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빠들이 녹초가 되어 집에 돌아오는 건 우리 아기들에게는 심히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다. 결국은 엄마에게 100퍼센트 서비스를 요구하기 때문에 우리 같은 갓난아기들에게는 무시무시한 경쟁자가 나타나는 셈이다.
아빠가 좀 더 건강하고 활기찬 모습으로 집에 돌아와 나를 안고 산책도 나가고, 목욕도 시켜주고, 신나게 놀아 주면 좋겠다. 엄마의 일손을 덜어 준다는 소극적인 의미에서 그런 일이 좋다는 뜻이 아니다. 나는 엄마 혼자만의 아기가 아니다. 아빠의 아기이기도 한 것이다. 그러니 나는 아빠의 품에 안겨 함께 놀 수 있기를 바란다.
아기가 한참 성장할 때까지 육아 문제는 온통 엄마에게만 맡겨 두면서 자기 좋을 때만 교육자입네 하고 나타나 이러니저러니 간섭하는 건 참으로 뻔뻔한 일이다. 100퍼센트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신뢰감 없이는 가정교육이라는 게 제대로 될 리 없다.
청소년기에 자녀가 아버지와 거리감을 느끼고 어려워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데, 그건 그동안 차곡차곡 쌓인 ‘불신’의 적립금이 만기가 되어 돌아온 것일 뿐이다.
― 본문 「아빠에 대한 생각 ― 갓난아기의 무시무시한 경쟁자?
하지만 목에 가래가 차는 증상은 사실 아무렇지도 않았다. 정작 나는 그렇게 힘들지 않은데, 아빠와 엄마는 노심초사하며 심하게 맘고생을 하고 있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번에는 의사의 진단이 나빴다. 이 의사에게는 처음으로 감기 때문에 진찰을 받았는데, 대단한 주사파(注射派)여서 만나자마자 한 방 따끔하게 아픈 주사부터 놓았다. 나도 나름할 수 있는 대로 버둥거리며 저항을 해보았지만 직업적으로 이미 익숙해졌는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러기는커, 감기가 나은 뒤에 목에 가래가 차는 것을 보고는 ‘유아 천식’이니 뭐니 무시무시한 소리를 했다.
목욕도 하지 마라, 밖에도 나가지 마라……. 게다가 날마다 주사만 맞으러 오라고 한다. 이건 완전히 잘못되었다고요. 열도 없고 기분도 좋고(주사 맞을 때만은 엄청 기분이 나쁘지만) 젖도 잘 먹는 나를 왜 자꾸 환자로 만들려고 하냐고요. 목욕도 하고 바깥바람도 쐬어서 피부와 점막을 단련하면 이런 가래는 저절로 없어진다니까요.
그간 잘 가누지 못하던 목을 어느새 꼿꼿이 세울 수 있게 되었다.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며 다양한 것을 보기도 한다. 딸랑이도 움켜쥘 수 있다. 태어나서 4개월이면 이만큼 성장하는 것이다. 인생이 이런 식으로 발전한다면 머지않은 장래에 정말 대단한 사람이 될 텐데…….
울려 가며 주사를 맞히든 안 맞히든 목에서 그르륵거리는 가래는 별로 달라지는 게 없다는 것을 엄마가 깨닫게 되기까지 족히 열흘은 걸렸다. 덕분에 나는 하얀 가운을 걸친 사람만 보면 또 주사를 맞는 줄 알고 화들짝 겁을 내며 울음을 터뜨렸다. 요즘은 생선가게 아저씨들까지 흰 상의를 입는 바람에 나는 완전히 흰색 노이로제에 걸려 버렸다.
하지만 내 목에서 끓는 가래가 그리 큰 병이 아니라는 걸 가장 먼저 발견해 준 것을 보면 엄마는 역시 가장 충실한 관찰자다. 나는 그 수염 기른 흰 가운의 ‘주사파’만 눈에 띄지 않으면 그야말로 유쾌하게 잘 지내는 것이다. 요즘에는 소리 내어 웃을 수도 있게 되었다. 분유도 한 병으로는 부족할 만큼 잘 먹는다. 그저 밤에 잠자리에 들 때, 그리고 새벽녘에 목에서 그글그글 가래 끓는 소리가 나는 것만이 ‘옥에 티’였다. 그 이외에는 완전히 건강한 상태였다.
― 본문 「동네 진료소에서 ― 무슨 병이든 주사기부터 찌르고 보는 ‘주사파’ 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