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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88958075011
· 쪽수 : 256쪽
· 출판일 : 2014-02-25
책 소개
책속에서
수전이 머리를 창문에 기댄다. “지금 한창 바쁜 때라는 거 알잖아.”
“그럼 내 시험은요? 그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1년 내내 열심히 준비해 왔는데, 재수 없는 머핀 때문에 이제 말짱 꽝이 될 판인 나는요?”
“올리버, 그 재수 없는 머핀 덕분에 이만큼 먹고살고 있는 거잖아.”
올리버는 관자놀이가 빠르게 뛰고 있지만 멈출 수가 없다.
“그래서 우리보다 머핀이 더 중요한 거네요. 그래서 나는 공부해야 할 시간에 애를 보고요. 빌어먹을, 피곤해 죽겠다고요! 엄마는 아침에 머핀 굽고, 배달하고, 다시 굽고, 배달하고, 그러다 오후에 잠깐 눈이라도 붙이지. 난 언제 자냐고? 눈에 불을 켜고 공부해도 모자랄 판에 피곤해 미치겠다고! 여기다 난 과외도 안 받아!”
“우리 형편 몰라서 그래?” 일말의 죄책감도, 망설임도 없이 반문한다. “엄만 싱글맘이야, 올리버. 그게 얼마나 힘든 건지 아니?”
“세상에 싱글맘이 엄마 혼자예요? 아버지였으면 이러지 않았을 거예요.”
지난 7년 동안 올리버는 생활인으로서의 아버지 모습을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어쩌다 한 번씩 퍼스로 자식들을 만나러 온 아버지가 이토록 먼 곳에 있는, 간이 부엌과 손때 낀 토스터기밖에 없는 오두막집으로 돌아가는 줄은 정말 몰랐다. 연민인지 슬픔인지 올리버는 먹먹해졌다.
“여긴 도시의 허세나 포장이 없어. 그냥 살아가는 게 다야. 노인들은 나를 보면 늘 반가워해. 커피가 맛있다고 좋아하고, 어딜 가면 간다고 좋아해. 퍼스에 정말로 행복해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나이를 먹으면 행복해지는 거예요?”
“행복해진다기보다 그렇게 될지 말지 선택하게 되는 거겠지. 여기저기 쑤시고 아프다고 끙끙거리고 푸념할 수도 있어. 실제로 그런 사람도 많고. 그런데 여기 사는 대부분의 노인들은 ‘지랄염병, 뭔 대수야, 이렇게 살아 있음 됐지.’ 해 버려. 그러곤 세상에서 제일 운 좋은 사람인 양 하루하루를 보내는 거지.”
짐은 술잔을 휘휘 돌리며 방금 자신이 한 말을 곰곰이 반추했다. “올, 인생은 한 번뿐이야.”
“알아요. 그래서 망치고 싶지 않은 거예요.”
짐이 훅 웃음을 터뜨렸다. “그럴 일은 없어, 우리 모두. 나라면 돈을 쫓진 않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