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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88958079477
· 쪽수 : 260쪽
· 출판일 : 2023-02-10
책 소개
저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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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그러게. 나는 왜 발레를 했을까? 별 이유는 없었다. 발레를 제대로 마주한 순간, 가슴이 타들어가는 것 같았다. 엄마가 췄던 춤. 엄마가 사랑하고 증오했던 춤. 엄마가 그리워했던 것. 어쩌면 오래된 연적을 만난 느낌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걸 추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던 것뿐이다. 운명이거나 악연이거나 저주 같은 게 아닐까. 이것을 달리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원장 선생님은 정적을 봐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끝까지 답을 듣고 말겠다는 고집스러운 시선이 내게서 떠나질 않았다. 괜히 물을 홀짝이다가 간신히 할 말을 찾았다.
“원장 선생님… 저는 그냥 춰요. 그냥.”
그날 밤, 나는 한동안 잠에 들지 못했다. 무대에 서지 못한다는 결점이 평소보다 더 심각하게 느껴졌다. 잠을 설친 탓에 아침도 개운하지 않았다. 시리얼을 깨작깨작 먹다가 결국 한숨을 쉬자 맞은편에 앉아 있던 오슬비가 인상을 썼다.
“우리 클래스에 새로운 애가 한 명 올 거야.”
오슬비는 대번에 눈살을 찌푸리면서 싫은 티를 냈다. 그런데 어제 있었던 일을 구구절절 설명하자, 의외로 얼굴이 펴지더니 눈에 흥미로운 기색이 서렸다.
“모스크바 국립무용아카데미에서 태도 문제로 쫓겨난 발레 천재라고?”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한 오슬비는 영 껄끄러운 내 심정에 더 이상 공감해 주지 못했다. 하기야, 그 발레 천재를 통해서 결점을 극복해야 하는 것은 오슬비가 아니라 나였다. 그 처방이 통하지 않을 때, 실망감을 고스란히 감내해야 하는 것도 나였다. 괜히 입술이 불퉁 튀어나왔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도 달갑지 않은데, 태도가 나쁜 실력자라니…. 게다가 원장 선생님은 그 애를 나의 처방전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