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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8243274
· 쪽수 : 412쪽
· 출판일 : 2017-05-17
책 소개
목차
제2장 개화(開化)의 기수(旗手)
제3장 묵상(黙想)의 계절
제4장 부산포(釜山浦) 가는 길
제5장 하늘에 세운 가람(伽藍)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가 다급하게 소리치는 것이다.
“야, 왜놈 순사다!”
모두들 깜짝 놀라 신작로 쪽을 바라보니 왜놈 순사 둘이 자전거를 타고 교회 앞을 막 지나쳐 가고 있었다.
“야, 이장수! 너 때문에 깜짝 놀랐잖아!”
중국에 가 있는 김원봉, 오늘 결혼식의 신랑 윤세주와 함께 <일장기 훼손 의거 사건>을 일으켰던 강인수가 벌컥 화를 낸다. 대중 집회를 금하고 있는 게 일제의 방침이라, 도둑이 제 발 저린 격으로 왜놈 순사들이 나타나자 가슴이 철렁했던 모양이다. (제1장 ‘청사초롱(靑紗炒籠)’ 중에서)
신문 구독을 중단하였던 지난 십 년의 세월은 구한말 정치 세력의 한 축을 이루었던 동산리 여흥 민씨들에게는 그야말로 눈과 귀가 다 막혀 버린 청맹과니 시대나 다를 바가 없었다. 왜놈들의 천지가 되어 버린 식민지 하늘 밑에서 그들의 입맛대로 떠들어 대는 소리에 아예 귀를 틀어막고 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벼슬길에서 물러난 구시대의 문중 어른들에게는 신문 구독의 필요성이 별로 없었는지는 몰라도, 바깥세상과 소통하며 문중 개혁과 개방을 꿈꾸고 있는 지금의 중산으로서는 비록 조선총독부의 대변자 역할을 하고 있는 매일신보일지라도 싫든 좋든 그것의 구독을 재개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제2장 ‘개화(開化)의 기수(旗手)’ 중에서)
“이보게, 중산 장질(長姪)! 강태공들이 낚시를 하다 보면 그들이 던진 미끼만 뜯어 먹고 도망을 가 버리는 약삭빠른 물고기가 있을 수 있듯이, 미끼를 따먹는 행위 자체로서는 아무런 문제 될 게 없지 않겠는가? 내 실속만 챙겼을 뿐, 왜놈들의 낚싯밥에 걸려들지 않았으니 말일세. 그리고 친일적 반역 행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겉으로 노출되지 않고 있는 경우라면 또 어떻게 하냐고 했는데, 그럴 경우에는 실상의 확인이 아직도 안 된 상황이기 때문에 당연히 친일 인사로 단정을 해서는 안 되지! 친일 행위를 하고 안 하고는 행동의 결과를 통해서만 판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야. 운사나 중산 자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왜놈들이 기밀문서를 접할 수도 있는 그런 관공서의 소사 자리에 아무나 취직을 시켜 줄 까닭이 없는 것은 맞아! 다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그것이 친일 반역 행위의 대가인지, 앞으로 그렇게 하도록 만들기 위한 떡밥인지도 불분명한 마당에 그것만으로 친일 앞잡이로 결론짓지는 말자는 것이야, 내 얘기는! 왜냐하면 그것이야말로 애매한 일로 생사람을 잡는 가혹한 행위일 수도 있기 때문이야!” (제3장 ‘묵상(黙想)의 계절’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