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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58245025
· 쪽수 : 196쪽
· 출판일 : 2024-05-02
목차
1부 - 지나간 팔십 년 세월
길 13
청산리 빠깨스 18
지나간 팔십 년 세월 29
딸 나면 비양기 타고 아들 나면 빠스 타안댜 34
친구親舊 39
내 영정 사진을 보면서 45
깡패 오징어와 한패거리 낙지에게 깔보인 날・1 51
깡패 오징어와 한패거리 낙지에게 깔보인 날・ 2 56
2부 - 하늘의 마지막 열차
영어도 할 줄 모르는데 혼자 미국 여행이라니 67
아내가 유럽 여행을 떠나던 날 77
하늘의 마지막 열차 82
번데기 86
라면 91
외손자와 할아버지 96
엄마와 아기의 만남 103
그린벨트 훼손 유감 107
3부 - 인생 그리고 죽음
부의 원천이 될 소금 117
地龍(지렁이) 121
물(水) 125
작가 129
봄 133
통감 139
요양원에 입원한 부모 144
인생 그리고 죽음 148
4부 - 행복의 조건
기타의 추억 155
인간의 수명 160
새끼 거지 164
삼 대째 종 아들 168
명상과 주술사 174
아킬레스건 179
불교에 한 종파에 미이라는 무엇인가 182
행복의 조건 188
저자소개
책속에서
첫 딸은 살림 밑천이라더니 첫딸을 낳았으니 비행기 표에 용돈에 맛있는 요리까지 큰 호강을 한 셈이다.
식당에서 환대받은 것은 정말 VIP 대우다. 직원 네 명이 사돈 내외와 우리 내외 옆에서 시중을 드는데 너무 기가 차서 정말 그 사람들을 보내고 싶을 정도였다. 그들은 정말 맛있는 바닷가재요리를 상위에서 먹기 좋게 잘라준다. 젓가락으로 바닷가재 살을 한 점 집어먹고 상에 올려놓으면 그것을 얼른 들어 그 사람들이 다시 반듯하게 놓는다. 무엇을 먹든 수저를 놓으면 수저가 있던 자리에 꼭 다시 정돈해 놓고는 부동자세로 서 있는다. 참으로 수저 놓기도 미안하다. 그저 고맙다고 고개만 까닥거렸다.
그들에게 사돈이 월급이 얼마냐고 물어보니 월 우리나라 돈 2만 원이란다.
그들 4명의 한 달 치 월급을 우리가 한자리에서 앉아서 먹고 있으니, 그들의 눈에 비친 우리는 어떻게 보였을까? 팁으로 준 몇 달러도 그들에게는 큰돈이었을 것 같다.
체면 구긴 여행이 끝나고, 며느리를 끔찍이도 아끼는 사돈은 다음에 한 번 더 가잖다. 대답은 ‘Yes로 해야 할 것 같은데. 그 소리는 목구멍으로 꼴딱 넘어가고 고개를 까딱이는 것으로 대신했다.
그래도 집에 와서 생각나는 것은. ‘얼굴 달아올랐던 것은 어디로 도망가고.’
딸 나면 바양기 타고 아들 나면 빠스 타안댜.였다.
내가 첫째로 딸을 낳자. 시골 동리 할머니 아주머니들이 집에 와서 한 말이다.
유교 사상에 물든 한국은 아들 위주로 모든 일을 처리했으며 딸은 예외였다.
충청도 사투리가 아니더라도 우리 세대에 딸을 나면 딸 난 엄마에게 위로의 말쯤으로 생각됐던 말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현실이었다.
딸을 키우면서 이걸 누구에게 시집보내나! 그냥 같이 살고 싶었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세월이 딸들을 뺏어 가던 날. 기쁨보다는 한구석은 텅 빈 것만 같았다. 그러면서도 싸우지 말고 잘 살아야 할 텐데 걱정도 많이 했었다.
환경이 다른 생활에서 커온 아이들이 과연 싸우지 않고 잘살까?
딸들을 시집보내고 마음속으로는 그 애들이 잘 살기만을 얼마나 바랐는지 모른다.
어떤 부모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생각한다.
딸 셋을 낳고 막내로 아들인데 역시 딸들 덕에 외국 여행도 여러 번 했다.
그렇다고 아들이 여행비용을 안 준 것은 아니지만….
딸 나면 비양기 타고 아들 나면 빠스 타안댜.
그 말이 그냥 우리나라 전국을 휘돌아다닌 말은 아닌 것 같다.
- <딸 나면 비양기 타고 아들 나면 빠스 타안댜> 중에서
한 달 전 예약했던 아내가 2018년 9월 4일 유럽 여행을 가는 날이다. 인천공항 가는 버스가 오전 6시 30분에 출발한다. 여행은 자주 같이 다녔지만, 이번은 아내 혼자 가는 것이고 장거리 여행이니 신경이 쓰였다. 15일 패키지여행이라 청주에서 버스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직접 가는 것이고 가이드가 따라간다.
내가 여행을 떠나는 날보다 더 부산스레 혹시나 늦잠을 자서 버스 시간을 못 맞출까 봐 자명종 시계를 오전 5시에 맞추고 또 스마트폰도 알람을 오전 5시에 맞추고 전날 오후 10시도 안 되어서 거실에서 잠을 청하였다. 얼씨구! 아니 일어나보니 새벽 1시여! 도로 드러누울 수는 없고 또 뭐가 빠진 게 없나 곰곰이 생각했다.
여행 중 필요한 것. 여권 복사. 약. 그 나라 기후에 맞는 옷 등을 가방에 챙겨주고도 아이가 강가를 나가는 것만 같다. 혹시나 해서 스마트폰을 가지고 전화하는 법도 가르쳐 주고. 가는 곳 그 나라 사람들과의 대화에 지장이 없게 스마트폰에 번역기를 입력해서 주었어도 안심이 안 된다.
아니! 남편들은 다 떼어놓고들 여자들끼리만 가는데 남편이라는 자들은 다 돌려난 것 같은데 무슨 정이 그리 다독다독 준비를 해 주고 싶을까?
사실 따지고 보면 인연이 되어서 결혼을 하고서 나이가 들으니 아내는 나를 남의 편이라고 부른지가 꽤 오래된 것 같다.
언젠가부터 내가 쓰는 방은 있어도 거실에서 자는 것이 습관이 된 지 오래다.
나는 오래전부터 아침 식사 당번이다. 6시 반에 기상하면 건강을 위하여 아침은 당근, 사과, 토마토, 아사히 베리 등은 휴롬으로 주스를 만들고 다시 생강, 부추, 꿀 등을 넣어서 대형 믹서기에 갈아서는 식구들에게 한 컵씩 분배한다. 그리고 달걀 삶은 것 하나씩, 그것이 우리 집 아침이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손주들도 주스 한잔 달걀 익힌 것 한 개 그리 먹게 하고서 내가 학교에 데려다 준다.
식구와 하루 중 밥을 먹는 시간은 아마 저녁 한 끼일 텐데 그것도 밖에서 먹고 오면 삼식이가 아니라 무식이가 되기도 한다. 나이 먹은 삼식이는 쫓겨난다는데 나는 일식이이니 쫓겨날 일은 없을 것 같다. 생각해보면 옛날에 나는 완전 독재자로서 집에서는 왕이로소이다.였다.
젠장 나 같은 남편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 하고도 싶은 날이 있기도 했었다. 나와 같이 고생하면서 살아준 것이 고마워서 나는 집일은 될 수 있으면 내가 다 한다. 집 안 청소야 안 하지만 밖에 청소, 옥상 채소 재배, 계단 청소, 출입구 청소 집안 곳곳이 내가 할 일이 너무나 많다. 그리하면서도 사무실로 출근한다. 사무실에 가서야 글 쓰는 게 다이지만 제비가 세끼 밥 주러 오듯 그래도 집을 떠났다가 돌아오는 기쁨도 있다.
- <아내가 유럽 여행을 떠나던 날>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