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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역사 > 한국고대~고려시대 > 한국고대사 > 신라/통일신라
· ISBN : 9788958451075
· 쪽수 : 464쪽
책 소개
목차
독자들에게
제 1장 │ 초년기 : 가야계로 태어난 소년, 신라의 화랑으로 성장하다
프롤로그
화랑이 된 김유신
김유신, 동지를 만나다
낭비성 전투
제 2장 │ 중년기 : 편견을 이겨내고 신라의 대장군으로 일어서다
고타소랑의 죽음
내우외환의 시기
비담의 난
김유신의 대반격
김춘추 왕위에 오르다
제 3장 │ 원숙기 : 삼국 시대, 김유신에 의해 막을 내리다
백제의 멸망
긴 인연의 헤어짐과 새로운 시작
고구려 식량 수송 작전
백강구 전투
당의 제안
제 4장 │ 말년기 : 생애 마지막 전쟁에 패했으나 영웅으로 기억되다
고구려 멸망
나당 전쟁
최후의 승리
에필로그
참고문헌
리뷰
책속에서
그런데 어느 날 김유신 묘를 찾아온 나는 여전히 김유신 비석에 물을 적시는 사람들을 보며 문뜩 이런 생각이 들었다. 물을 뿌림으로써 능이 묘로 변하는 비석의 모습…. 그리고 본래 묘로 새겼으나 이를 능으로 고친 흔적…. 하나의 무덤에 능이라는 비석과 묘라는 비석이 공존하는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묘한 공간…. 이 모든 것들이 오늘날 사람들이 김유신에게 보이는 이중적인 눈길과도 같은 흔적이 아닐까? 실수라는 우연을 가장한 필연처럼······. 나의 이러한 생각은 자연스럽게 김유신이라는 인물에 대한 깊은 연구를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다.
오늘날 김유신이라는 인물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을 달린다. 누구는 삼국통일을 이룩한 영웅으로 누구는 민족을 팔아버린 역적으로 보기도 한다. 그 결과 대중들이 가장 쉽게 접하는 드라마나 영화에 종종 등장하는 김유신의 모습도 극과 극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피도 눈물도 없는 간웅의 모습과 가야계 신라인의 한계에서 노력하여 일국의 거인이 되는 가장 일반적인 영웅의 성장 모습을 그린 것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극과 극의 모습도 물을 뿌리면 능이 묘로 변하는 비석처럼 그리고 하나의 무덤에 능과 묘라는 비석이 공존하는 것처럼 결국 한 사람을 평가하는 다양성을 보여주는 것이라 여겨진다.
-머리말 중에서
천막 중앙에는 검하얀 수염의 노장수가 앉아있었다. 가죽으로 만들어진 갑옷은 주인의 오랜 연륜만큼 여기저기 긁힌 자국과 변한 색이 보였지만 주인의 얼굴에서 보이는 단단함을 그대로 닮았는지 여전히 꽉 짜매인채다. 그가 바로 김유신이다. 가야계 무장 집안의 적자로 태어나 이제 신라 대장군으로서 최고의 라이벌인 백제를 무너뜨리기 위해 이곳까지 온 것이다. 66세의 나이임에도 밤새 치른 전투에서 그는 눈을 곧추 뜬 채 전황의 상황을 지켜보았다.
“가족을 죽이고 왔다지?”
4번째 패배를 알리는 전령이 도착한 뒤로도 한참 후에서야 김유신이 보인 첫 반응이다.
계백이 이번 전투를 임하기 전 가족을 죽이고 왔다는 소식은 이미 신라 진영에서도 널리 퍼진 이야기다. 죽음을 각오하고 싸움에 임한다는 표식을 위해 계백은 자신이 가장 아끼는 피붙이를 죽이고 그 피로써 무너지는 백제군의 사기를 붙잡았다. 결국 지옥도와 같던 날씨 속에서 벌어진 악귀 같은 4차례의 전투는 계백의 가족 피가 준 힘으로 버텨내고 있었던 것이다. 반면 신라군은?
김유신의 뜬금없는 말에 신라 장군들은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없이 대장군의 얼굴을 쳐다볼 뿐이었다. 잠시 후 짧은 침묵을 깨고 김품일이 말한다. “대장군, 오늘이 바로 소정방과의 기일입니다. 어떻게든 백제군을 물리쳐야 할 텐데 어떤 구체적 지시가 지금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백제군을 무너뜨렸다는 소식이 당장 전해와도 약속 시간 내 당군과 만나기란 빠듯하오.”
그렇다. 신라는 당과 함께 백제를 무너뜨리기로 약조했는데 7월 10일, 바로 이날이 당군과 만나 백제의 사비성으로 진격하기로 정한 그날이었던 것이다. 정해진 날짜를 어긴다면 당 장수 소정방의 반응이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었다. 그는 성격이 고약하기로 유명했다. 특히 신라 측 인사 중 벌써 그의 행동에 의해 크게 봉변을 당한 자도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김유신은 급한 기색의 김품일 말에도 깊은 생각을 하는지 별 반응을 안 보인다. 자신의 의도와는 동떨어진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반응이 없자 김품일은 다시 말한다. “태자께서도 이곳에 와 계십니다. 겨우 백제 5천에게 막혀서 5만의 신라군이 움직이지 못한다는 치욕을 어찌 태자께 설명드린단 말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