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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8660941
· 쪽수 : 391쪽
· 출판일 : 2011-05-25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제1부 토요일
제2부 일요일
제3부 월요일
발문_쓸 수밖에 없는 운명이 소설가 모두를 구원하리라 - 소설가 김연수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느닷없는 소음 때문에 K는 잠에서 깼다. 강제로 깨어난 불쾌감 때문에 K는 어리둥절하였다. 잠과 현실의 모호한 경계에서 K는 자신을 깨운 소리의 정체가 무엇인지 잠시 생각해보았다.
자명종 소리였다.
따르릉 따르릉 따르르릉─
자명종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 위해 필사적으로 울부짖었다.
따르릉 따르릉 따르르릉─
K는 투덜거리며 머리맡 탁자 위에 놓인 자명종의 버튼을 눌렀다.
비명 소리는 멎었다.
K는 아직 잠에서 덜 깬 상태였다. 자명종의 버튼을 눌러 끈 K는 필름을 영사기에 걸어 스크린에 투영하는 영사기사처럼 끊긴 잠의 필름을 의식적인 접착제로 강제로 이어 붙인 후 다시 잠들기 위해 눈을 감았다.
순간 K는 의식이 명료해졌다.
자명종이 울렸다면 일어나야 할 시간이 된 것이다.
K는 무거운 눈꺼풀을 겨우 떠 시계의 숫자판을 쳐다보았다.
정각 7시였다.
7시라면.
“이 핸드폰을 어디서 발견했습니까. 술에 취해 어젯밤의 일이 기억나지 않아서요.”
“극장입니다.”
‘을’이 대답하였다.
“어젯밤에는 휴일 전날이라 시간이 있어서 늦은 식사를 하고 심야극장을 갔었지요. 영화를 보는 도중 앞좌석 포켓 속에서 핸드폰을 발견했습니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주인이 찾으러 오겠지 하고 기다렸는데 끝나고 나서도 아무도 찾는 사람이 없어 극장 측에 맡겨 두고 올까 하다가 내가 보관하고 있었던 겁니다.”
“극장이라면 어느 극장을 말하는 건가요.”
“바로 이 건물 3층에 있지요. 가만 있자.”
‘을’은 주섬주섬 자신의 바지 주머니를 뒤졌다.
“아, 여기 있군. 어젯밤에 보았던 영화의 입장권입니다.”
“내게 주시겠습니까.”
“가지려면 가지세요. 내겐 소용없는 물건이니까.”
오늘 아침 일어나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K는 수많은 낯익은 인물과 낯익은 존재와 만나고 헤어졌다. 낯이 익은 자명종 소리와 낯익은 침대, 낯익은 K의 방, 낯익은 아내와 낯익은 딸, 낯익은 강아지, 낯익은 처제의 얼굴과 낯익은 장모의 모습. 그와 반대로 낯선 벌거숭이의 몸, 낯선 성냥갑, 낯선 게이바와 낯선 결혼식, 낯선 장인의 등장과 휴대폰을 주운 낯선 ‘을’과의 만남, 낯선 여인의 넓적다리와 낯선 〈눈먼 자들의 도시〉의 영화 내용, 낯선 C열 45번,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는 아내의 얼굴과 닮은 동영상 속 낯선 여인의 얼굴.
K는 자신이 온종일 겪은 낯익은 사물과의 익숙함과 낯선 사물과의 이질감 사이에서 방황을 하고 갈팡질팡하는 인식이 자신을 불안케 하는 근본적인 원인임을 깨달았다. 어젯밤에도 마찬가지가 아니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