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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9134823
· 쪽수 : 292쪽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1. 사랑의 생애
2. 사랑할 자격
3. 누군가의 귀
4. 모르는 사람
5. 사랑―사건
6. 허기에 대하여
7. 파스타라는 기호
8. 자기 이름 부르기
9. 사랑으로부터의 도피
10. 유일하고 불변하는 사랑에 대한 논쟁
11. 사랑을 위한 도피
12. 실연에 대한 해석
13. 사랑한다는 말
14. 키스와 사랑
15. 라이벌
16. 알리사의 세계
17. 말의 주술, 사랑의 주술
18. 구걸하는 자
19. 연인의 역할
20. 고아의 사랑
21. 넝쿨식물의 넝쿨
22. 기적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23. 생존을 위한 사랑
24. 약함―끌림
25. 사랑을 믿지 못하다
26. 만진다는 것
27. ‘보고 싶다’는 말
28. 사랑과 우정
29. 질투―의심
30. 현미경으로 보는 일
31. 결투와 질투
32. 저승처럼 잔혹한
33. 두려움과 연민
34. 우월감
35. 사랑이 대체 뭐예요?
36. 앎과 함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사랑할 만한 자격을 갖춰서가 아니라 사랑이 당신 속으로 들어올 때 당신은 불가피하게 사랑하는 사람이 된다. 자격을 갖추고 있어서 사랑이 당신 속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사랑이 당신 속으로 들어와서 당신에게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다. 사랑이 들어오기 전에는 누구나 사랑할 자격을 가지고 있지 않다. 사랑했거나 사랑하고 있는 어떤 사람도 사랑할 만한 자격을 가지고 있어서 사랑했거나 사랑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은총이나 구원이 그런 것처럼 사랑은 자격의 문제와 아주 멀리 떨어져 있다.
사랑하는 자는 알아가야 하는 숙제를 떠안는 자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하려고 할 때 그 누군가는 앞으로 알아갈, 모르는 사람이(어야 한)다. 잘 알던(잘 안다고 생각했던) 사람도 갑자기 모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것이 사랑이 숙주 안에 깃들어 생애를 시작하려고 할 때 일어나는 신비스러운 일이다.
조금 전 그녀에게 전화를 걸 때 그는 분명히 파스타를 먹고 싶어 했다. 그 순간에 그는 강렬한 식욕을 느꼈는데, 그가 먹고 싶은 음식은 구체적으로 파스타였다. 먹고 싶지 않은데도 파스타를 먹고 싶다고 속인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그는 파스타에 대한 자신의 그 식욕이 실제로는 구체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는데, 파스타의 어떤 맛이나 모양이나 재료가 떠오른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가 떠올린 것은 어떤 재료로 만들어진 어떤 맛의 파스타가 아니라 그냥 기호로서의 파스타였다. 그리고 그 기호가 가리키는 대상은 그녀였다. 파스타는 그녀를 지시하는 부호에 지나지 않았다. 그는 그녀를 부르기 위해 파스타를 찾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