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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건축 > 건축이야기/건축가
· ISBN : 9788959137480
· 쪽수 : 264쪽
· 출판일 : 2013-07-03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부. 나에게 묻는다
1-1 나는 지금 여기서 행복한가
1-2 나는 나를 지키며 살고 있는가
1-3 나의 이야기를 어떻게 담을 것인가
1-4 나는 어디서 살고 싶은가
1-5 나는 여기서 언제까지 살 것인가
1-6 집의 가치를 어디에 둘 것인가
1-7 나의 집은 누구를 위한 집인가
1-8 나는 언제 집에 머무는가
1-9 내 몸에 맞는 크기의 집은
2부. 나를 살리는 집
2-1 고독과 사색의 공간
2-2 햇빛이 가득한 남쪽 창
2-3 크기를 다시 생각한 안방
2-4 시선에서 자유로운 거실
2-5 게으른 여자를 위한 부엌
2-6 바람이 향기로운 화장실
2-7 어른도 필요한 놀이의 공간
2-8 숨 쉴 틈의 다락과 마루
2-9 푸른 휴식의 발코니와 옥상정원
3부. 우리를 살리는 집
3-1 진정한 친환경건축이란
3-2 단열과 환기에 대한 오해
3-3 아파트는 필요악인가
3-4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3-5 집은 친구다
3-6 산책 예찬
3-7 유기 재배를 하듯이
3-8 학교의 눈물
3-9 또 하나의 집, 일하는 공간
4부. 살리는 집을 그리고 짓다
4-1 자연에 대한 예의
4-2 좋은 땅을 고르는 방법
4-3 한옥처럼 누마루를 둔 집
4-4 유쾌한 놀이터 같은 집
4-5 텃밭도 가꾸고, 음악도 듣는 집
4-6 시작과 끝의 경계에 선, 1월의 집
4-7 존경과 행복의 집
4-8 층층나무 옆, 삼대가 사는 집
4-9 가족이 모이는, 산조의 집
에필로그
리뷰
책속에서
우리는 집에서 삽니다. 집이란 내가, 그리고 우리 가족이 살기 위해 존재하는 곳입니다. 그저 머무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힘들고 괴로운 일들을 잊고 편안하고 즐거운 상태가 될 때, 우리는 진정으로 ‘살아 있다’라고 느낍니다.
그런데 참으로 묘하게도 집의 그 본연의 가치는 어디론가 증발되고 엉뚱한 가치가 마치 주인인양 그 가운데 들어앉아 있습니다. 모두들 바라마지 않는 경제적 가치라든가 언제 찾아올지 알 수 없는 손님들, 각종 매체를 통해 유행이라 일컬어지는 스타일과 그림들, 그런 것들이 집의 중요한 인자로 들어앉아 있어 정작 주인들은 문밖에서 서성거리고 있는 것이지요.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는 모두 집에 대한 바람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남들이 제시해주는 기준이 아니라 내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가령 작은 다락방이나 정원을 갖고 싶다거나, 마음껏 볼륨을 높여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나만의 방을 갖고 싶다거나, 천장이 아주 높은 서재를 꾸미고 싶다거나 하는, 그런 집에 대한 꿈들은 내 마음을 살려주고, 가족과 이웃 간의 관계와 동네를 살려주고 심지어 자연까지 살려냅니다.
그 모든 일들은 바로 나부터, 나를 살리는 집에서 시작됩니다.
집을 설계하면서 처음의 생각과 머릿속에 떠올렸던 그림이 하나하나 실현되는 과정에서 행복해했던 건축주들이, 막상 집 공사에 들어가자 주변의 참견과 간섭과 조언들로 인해 흔들리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내가 지어봤더니……” 혹은 “살아봤더니……” 하는 사공들로 인해 갑자기 선택했던 자재에 의심이 생기고 창의 크기가 늘었다 줄었다 하고 난방 방식이 바뀌기도 하면서, 점점 집은 산으로 올라갑니다. 끝나고 보면 나의 생각으로 지은 집도 아니고, 남의 생각으로 지은 집도 아닌 어정쩡한 집이 되어버리고 맙니다. 남이 재단해준 옷에 자신의 몸을 맞추는 것과 같습니다.
‘나를 살리는 일’은 다른 사람의 취향과 판단에 좌우되지 않고 내 마음 속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서부터 시작됩니다. 나를 믿고 나를 지키는 일이야말로 나를 위한 삶의 출발점입니다.
얼마 전 그런 고독과 사색의 공간에 대한 설계를 의뢰받은 적도 있습니다. 그는 어릴 때 가로세로가 각각 2미터가 채 안 되는, 한 사람 겨우 들어가 누울 수 있는 작은 방에 있을 때 가장 편안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그런 방을 만들어달라고 했습니다.
실은 너른 마당이 있는 무척 큰 집에 사는 사람이었고, 물론 그 집에는 여러 개의 방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혼자 조용히 책을 읽을 만한 마음 편한 공간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일어나면 막 머리가 닿을 듯 천장이 낮고, 아무런 가구 없이 앉은뱅이책상 하나 겨우 놓을 정도의 좁은 면적의 방을 그렸습니다. 별다른 설계랄 것도 없이 마당을 사이에 두고 바로 옆에 있는 본채와 시선을 적당히 가리는 얇은 벽을 하나 세웠고, 그냥 아주 작은 방과 그에 딸린 마루를 하나 놓았을 뿐입니다. 방의 창을 열면 마음이 열리듯 환해지며 세상의 풍경이 들어오고, 창을 닫으면 세상과 단절된 완전한 고독의 순간이 되는 공간. 한 사람이 들어갈 작은 방을 하나 만드는 일이란, 별것 아닌 듯 시작했지만 새삼스러웠고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따로 공들여 어떤 공간을 만들지 않더라도, 주변에 있는 나무 아래, 석양을 볼 수 있는 작은 발코니, 벽에 등을 기대고 창밖을 물끄러미 바라볼 수 있는 작은 방…… 모두 우리 주변에서 너무 쉽게 구할 수 있는 고독과 사색의 공간들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