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외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88959522903
· 쪽수 : 408쪽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한 발을 의자 발걸이에 걸친 채, 나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심지어 숨까지 멈춰버린 것 같았다. 영화배우 같다는 말로는 부족했다. 넋이 쏙 빠질 정도로 잘생겼다는 말로도 모자랐다. 신의 축복을 받은 대천사가 그렇게 생겼을 것이라는 말로 그의 얼굴을 묘사할 수 있을까? 길게 내려오는 금발 머리, 은빛으로 빛나는 연한 눈동자, 금빛이 도는 피부, 그 남자는 보는 사람의 눈을 멀게 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내 몸에 난 털 하나하나가 동시에 바짝 일어섰다. 그와 동시에 말도 안 되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이 아냐.'
나는 그 말도 안 되는 생각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다시 의자에 앉았다. 바텐더에게 일러주긴 하겠지만 일단은 그가 바에서 멀어질 때까지 기다릴 작정이었다. 갑자기 그에게 다가가는 것이 덜컥 겁이 났다.
하지만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바에 기대어 선 채 위스키 뚜껑의 봉인을 뜯고, 뚜껑을 돌려 열고는 병째로 길게 한 모금을 마셨다.
그런 그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을 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내 몸에 난 가는 솜털 전체가 진동하듯 떨리기 시작하고, 방금 먹은 음식이 한 덩어리의 납처럼 뱃속에서 무겁게 변하더니, 갑자기 일종의 환상이 보이는 것 아닌가. 바도, 그도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지만 환상 속에서 보이는 그의 모습은 전혀 잘생기지 않았다. 정성을 들여 변장한 흉측한 괴물에 지나지 않았고, 완벽한 겉모습 바로 아래에서는 숨길 수 없는 부패의 악취가 그대로 올라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