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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외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88959525461
· 쪽수 : 464쪽
책 소개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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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책속에서
세바스찬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똑바로 서서 걸을 수 있었다. 그리고 주인보다 키가 더 컸고, 털 아래는 모두 근육이었다. 팔다리는 길고 가늘었다. 앞발은 이제 손과 같은 기능을 했다.
"제대로 된 게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모트가 말했다.
"삭스의 말로는 우리가 치료법을 찾아내는 데 거의 근접했다는데."
"EMSAH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제대로 된 게 아무것도 없다고 했어요. 저들 모두가 말입니다. 우린 지금 인간처럼 변해 가고 있어요."
모트가 말했다.
컬드삭은 불합리한 추론을 그대로 받아들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지?"
"난 어째서 저들이 스스로를 건물 안에 가둔 건지 알고 싶습니다."
모트가 말했다.
"저들은 자진해서 격리된 거야. 영웅이지. 우린 저들을 명예롭게 기억해야 해."
"아뇨. 저 질병은 저들이 최악의 모습을 보이게 만들었어요. 단상 위에 있던 개는 저들이 죽어가는 동안 일종의 격려 연설 같은 걸 했죠. 그게 아니라면 바로 그 개가 저들을 회관 안에 가뒀을 거고요."
"그건 모르는 일이잖아."
티베리우스가 끼어들었다.
"그럼 뭘 기대한 건가? 성대한 파티? 저들은 죽어가고 있었어."
컬드삭이 말했다.
"여우 한 마리가 목에 사슬을 달고 있었어요. 마치 동물처럼 말예요."
모트의 말에 컬드삭이 모트가 있는 쪽으로 몸을 내밀었다.
"무슨 일인지 제대로 털어놓는 게 좋을 거야."
모트는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의 마음은 여전히 죽은 새끼여우의 모습에 사로잡혀 있었다.
컬드삭이 그를 후려쳤다. 고개가 티베리우스 쪽으로 완전히 돌아갈 정도였다. 모트는 다시 고개를 바로 돌렸다. 만일 컬드삭이 두꺼운 장갑을 끼고 있지 않았다면, 모트는 얼굴에서 피를 흘리며 그대로 티베리우스의 발밑에 쓰러졌을 것이다.
그 순간 모트의 안에서 온갖 것들이 다 쏟아져 나왔다. 시바, 대니얼, 햇살이 내리쬐는 양탄자, 낑낑거리며 울던 강아지를 담은 양동이. 아무 이유 없이 시바의 이름을 불렀던 일. 상황을 바꾸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정말로 없었는지에 대한 끝없는 자문. 어째서 그는 살아있고 시바는 떠났는지에 대한 의문. 어째서 다른 이들은 자신들의 과거를 쉽게 극복하는데, 왜 그만은 잊을 수 없는가에 대한 의문.
티베리우스만 해도 자신의 과거를 어깨 한 번 으쓱하는 것으로, 혹은 술자리나 카드 게임 자리에서 하는 농담처럼 그냥 웃어넘길 수 있었다. 컬드삭의 경우에는 자신의 과거를 자신의 용기와 무자비함의 토대이자 명예의 훈장쯤으로 여겼다. 반면 모트에게 있어 과거는 나쁜 추억과 후회뿐이었다. 그는 언제나 옛 기억에 짓눌렸고, 그 여파가 현재까지 오염시키고 있었다. 마치 그가 인간이기라도 한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