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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외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59527243
· 쪽수 : 320쪽
책 소개
목차
prelude ~전주곡~
제1곡 만남
제2곡 내 왼손
interlude ~간주곡~
제3곡 빛과 그림자
제4곡 그녀의 왼손
postlude ~후주곡~
리뷰
책속에서
“저기, 죄송한데요. 잠깐 시간 좀 내주시겠어요?”
뒤에서 목소리와 발소리가 들려와, 나는 철망을 잡은 채 뒤를 돌아보았다.
나랑 조금 떨어진 옥상 한가운데에 하늘하늘한 복숭아색 치마를 입은 여성이 서 있었다. 당황한 나는 여성을 향해 돌아섰다.
완전마비.
장애등급분류에 사용하는 단어다. 기능을 거의 잃어버린 상태를 가리킨다.
뜨끔, 가슴이 또 한 번 아파왔다. 아까보다 강해 헉, 놀라게 만드는 아픔이었다.
태어날 때부터 뇌성마비로 오른팔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나을 가능성은 쭉 제로에 가깝다. 그 사실을 머릿속에 떠올리고 말았지만, 당연히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사야코는 건반 중앙으로 손을 뻗어- 레, 라, 시, 파, 솔, 레, 솔, 라- 캐논의 베이스를 이루는 음을 천천히 연주했다. 이 정도 속도라면 누르고 있는 건반이 보이기 때문에 나라도 음을 식별할 수 있다.
“캐논의 처음 부분은 보통 악보라면 왼손은 이 정도밖에 연주 안 해요. 하지만 곡을 전부 왼손으로만 치려고 하면 전혀 달라져서- ”
사야코는 건반에서 손을 떼고, 하얀 손을 내 눈앞에서 활짝 펼쳤다.
“- 대체로 새끼손가락이랑 약지로 저음이나 화음을 쳐요. 남은 세 손가락은 멜로디를 치고요. 하지만 말이 쉽지, 웬만해선 항상 이렇게 치기가 쉽지 않아서 치고 싶은 음의 균형을 잡아가며 손가락이 엉키는 건 바꿔줘요. 기본적으로는 높은음과 낮은음 사이를 교대로 계속 왔다 갔다 하면서 점프 뛰는 거예요.”
사야코는 다섯 손가락을 따로따로, 훌륭할 정도로 능숙하고 매끄럽게 움직이는 시범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