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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기타국가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59759675
· 쪽수 : 648쪽
책 소개
목차
1부 황천길
2부 망천수
3부 나하교
4부 맹파탕
5부 미망인
에필로그 1
에필로그 2
작가 후기
리뷰
책속에서
모든 죽음에는 사전에 징조가 있다고 나는 믿는다. 피살되기 2주 전 죽음이 빨갛게 농익은 사과처럼 연달아 뉴턴 앞으로 떨어졌다.
1995년 6월 5일 월요일 새벽 6시, 나는 창밖에서 들려온 날카로운 비명에 놀라 깼다.
악몽 속에서 들린 소리라고 생각했다. 아주 오랫동안 꾸지 않았던 악몽이 또 찾아왔다고 생각했다. 일어나려고 애를 썼지만 힘이 없었다. 누군가 내 위에 올라타 있는 것처럼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다들 이런 경험을 해보았을 것이다. 귀신이 침대를 누르고 있는 것이라는 말도 있다.
“타살입니다.”
가무잡잡한 얼굴에 짙은 색 형사복을 입은 삼십대 초반의 남자였다. 그는 시종일관 무표정한 얼굴과 침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범, 범인의 단서를 찾으셨나요?”
맙소사! 말을 이렇게 더듬다니. 나는 무의식중에 손가락으로 옷자락을 계속 만지작거렸다. 2층 교무실에는 우리 두 사람뿐이었다. 바깥 복도에서 창문에 매달려 구경하던 학생들이 교도주임의 호통에 뿔뿔이 흩어졌다.
나는 여섯 시간 전 학교 도서관 지붕 위에서 3학년 2반 여학생 류만의 죽음을 확인했다. 나는 그녀의 담임이자 어문교사다.
황하이 형사가 담뱃불을 비벼 끄며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들겼다.
“『몬테크리스토백작』을 읽어보셨나요?”
“소설을 읽을 시간은 없지만 무슨 말을 하려는지는 알겠습니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누가 선밍 씨를 모함했다고 생각하십니까? 질투가 아니라 모함 말입니다. 선밍 씨의 얘길 들으니 저도 질투심이 생기군요. 나는 10여 년을 목숨 걸고 일하며 살인범을 숱하게 잡고 온몸이 상처투성이인데도 변변한 집 한 채 받지 못했는데 선밍 씨는 새파랗게 젊은 나이에 그토록 특혜를 누리고 있으니 질투가 나지 않는 게 이상하겠죠!”
“살인죄를 뒤집어씌우면서까지 모함하는 건 단순한 질투가 아니란 건 저도 압니다. 펜과 종이를 주실 수 있나요?”
황하이 형사가 내 눈을 뚫어져라 응시하며 펜과 종이를 건넸다. 나는 볼펜을 들고 두 글자를 또박또박 썼다.
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