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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경제경영 > 경제학/경제일반 > 경제이야기
· ISBN : 9788959892297
· 쪽수 : 232쪽
책 소개
목차
서문
01 행복은 소득 순이 아니잖아요
02 더 많은 것이 더 좋은 것이다
03 이스털린의 도전
04 도대체, 행복
05 행복의 조건
06 행복을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07 행복지수를 신뢰할 수 있는가
08 행복경제학을 고발합니다
09 상대적 위치와 행복
10 행복은 천의 얼굴을 가졌다
리뷰
책속에서
남들의 수입이나 소득이 나의 삶에 얼마나 중대한 의미를 지니는지, 쉬운 예를 하나 더 들어보도록 하겠다.
어느 날 갑자기 상사가 나만 조용히 불러서 커피 한 잔을 권한 뒤 금번 프로젝트를 훌륭히 수행해 내느라 고생이 많았다며 어깨를 두드려 준다. 월급도 5퍼센트 인상해 주겠다고 한다! 이쯤 되면 기쁨을 감추려야 감추기 힘든 상황. 행복지수가 팍팍 올라가는 게 온몸으로 느껴지는 순간이다. 그런데 그 행복은 오래 가지 않는다. 상사의 방에서 나오자마자 복도에서 같은 직급의 동료와 마주쳤는데, 그 동료가 만면에 환한 웃음을 머금고 이렇게 말을 건네는 것이다.
“뭐야? 자네도 연봉이 10퍼센트 인상된 거야?!”
그 말에 전혀 기분이 상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좋았던 기분이 갑자기 팍 상해야 정상이다. 그런데 잠깐, 대체 동료의 연봉이 나보다 조금 더 오른 것뿐인데 왜 내가 이렇게 기분이 나빠진 것일까?
그렇다, 행복은 여러 개의 얼굴을 지니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행복에 대해 논할 때면 정확히 어느 종류의 행복을 말하는지를 분명히 알고 있어야만 한다. 어떤 종류의 행복이냐에 따라 변수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 다음에 이어지는 질문은 누구나 예상하듯 “그렇다면 과연 어떤 종류의 행복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까?” 하는 것이다. 돈이 삶의 만족도는 높여 주지만 그날그날의 기분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거기에서 우리는 어떤 결론을 도출해야 할까? 그 답을 얻으려면 돈의 영향력이 왜 사람마다, 혹은 행복의 종류마다 다른가부터 고민해 보아야 한다.
최근 행복경제학 분야에서 도출된 일련의 연구 결과들은 분명 소득과 인생 만족도 사이에 강한 연결고리가 존재한다고 했다. 그런데 왜 소득과 정서적 행복감, 즉 감정적 행복감 사이의 연결고리는 그보다 느슨한 것일까?
행복의 형태나 종류를 구분하는 작업은 매우 중요하다. 그뿐 아니라 서로 종류가 다른 그 각각의 행복을 어떻게 측정할지도 심각하게 고민해 보아야 한다. 예컨대 똑같이 0에서 10까지라는 등급을 활용한다 하더라도 응답자 스스로 0이 어디인지 혹은 10이 어디인지를 구체적으로 떠올려 보게 만드는 경우와 단순히 0부터 10까지의 숫자만을 떠올리게 하는 경우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또, 정서적 행복감을 측정할 때에는 주관적 삶의 만족도를 평가할 때와는 전혀 다른 방식을 활용해야 한다. 물론 소득이 정서적 행복감과 삶의 만족도 두 가지 모두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돈이 그 두 분야에 미치는 영향력의 정도에는 분명 차이가 있다.
23살을 먹은 한 미혼남에게 매년 “지금 이 순간 얼마나 행복한가요?”라는 질문을 던지고, 0에서 10 사이의 숫자로 점수를 매기라고 해보자. 설문지를 받아든 그 미혼남은 아마도 과연 자신에게 있어 ‘행복지수 10’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고민할 것이다. 그의 머릿속에는 다음과 같은 장면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우선 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다. 이후 꽤 괜찮은 직장에 성공적으로 취직하여, 멋진 여자친구를 만나 결혼에 골인하고, 둘 사이에 자녀까지 낳아 화목한 가정도 꾸린다. 그러고 나면 아마도 그 이상적인 그림에 비해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은 상대적으로 덜 행복하게 느껴질 것이고, 이에 따라 아마 ‘6’ 정도의 점수를 줄 것이다.
그로부터 5년 뒤, 같은 질문을 다시 던진다. 그간 그는 학업을 마쳤고, 취직도 했다. 현재 직장에 꽤 만족하고 있고, 승진 전망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얼마 전에 결혼도 했다. 즉, 5년 전에 목표했던 바를 모두 이루었고, 그런 만큼 이번에는 자신의 행복지수에 10이라는 점수를 매겨야 마땅하겠지만, 그보다 낮은 점수를 줄 공산이 매우 높다. 그간 또 다른 꿈이 생겼거나 자신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인생의 밑그림이 달라졌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번에는 ‘8’이라는 점수를 매긴다. 어쨌든 행복지수가 조금 높아지기는 했다. 문제는 5년 전의 6과 지금의 8이라는 수치를 단순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응답자의 마음속 잣대가 이미 달라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