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경제경영 > 경제학/경제일반 > 화폐/금융/재정
· ISBN : 9788959893355
· 쪽수 : 280쪽
책 소개
목차
들어가는 말 4
起: 익스포지션
01. 돈의 미래주의자와 과거주의자 11
02. 고등어와 주식 18
03. 시인, 중앙은행 총재가 되다 28
04. 로봇과 인간의 트레이딩 대결 37
05.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월드컵 16강 진출 확률 46
06. 이집트 파운드와 스위스 디나르, 그리고 비트코인 54
07. 외환과 f(x), 그리고 인피니티 62
08. 와타나베 부인과 브라질 채권 71
承: 디벨롭먼트
09. 홍콩의 투자 vs. 한국의 치킨집 83
10. 물건 보관료와 마이너스 이자율 92
11. 모험사업의 본질은 불확실성에 있다 101
12. 벤처캐피털과 천사, 그리고 모험사업가 108
13. 투기와 모험, 우연과 행운 118
14. 영국인이 열광하는 프리미엄 본드 124
15. 하버드대와 예일대 기금의 흥망성쇠 129
轉: 클라이맥스
16. 엉터리 일본식 조어, 선도와 선물 139
17. 아파트 가격에 대한 투기와 헤지 146
18. 다른 사람이 단명해야 돈을 버는 톤틴 155
19. 내부자거래의 내부자와 임원의 보수 161
20. 투자은행의 파생거래 작명법 168
21. 리스크 프리미엄의 대안은 없을까 174
22. 금융시장에서 돈을 버는 한 가지 방법 181
23. 첫날밤만 넘기면 모델 맘대로 191
結: 카타르시스
24. 옥션과 경매에 의한 가격 결정 201
25. 회사 자체가 버블이라면 210
26. 민스키 모멘트와 케인스의 본심 217
27. 금융시장의 흑역사와 용기 있던 여변호사 224
28. 어빙 피셔의 굴곡진 삶과 말년의 걸작 234
29. 독일의 지하철이 신용평가제도에 주는 교훈 242
30. 금융에서의 통섭, 융합, 그리고 승병 251
31. 당신 가족과도 이 거래를 하겠는가 258
참고문헌 264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왜 자산시장이 실물시장과 다른지 살펴보자. 가령, 삼성전자의 주식이 100만 원에 거래된다고 하자. 누군가가 삼성전자 주식을 조금 사면 주가가 조금 올라가게 된다. 그래서 101만 원이 됐다고 하자. 그런데 주식 시장에는 투기거래자가 존재한다. 그들의 눈에는 뭔가 자신이 모르는 호재가 있어서 주가가 오르는 걸로 보인다. ‘늦기 전에 올라타야지!’ 하는 생각이 그들을 사로잡는다. 그래서 매수 주문을 낸다. 다시 말해, 수요가 증가한다! 그러한 수요 증가로 인해 가격이 이번에 102만 원으로 오르면, 더 많은 투기거래자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이른바 양의 피드백 루프라는 전형적인 양상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은 그런 식으로 부양된 가격이 모두의 눈에 불합리해 보일 때까지 지속될 수 있다. 자산시장의 이러한 불안정성은 가격 하락기에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주가가 떨어지면 뭔가 악재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고, 그래서 늦기 전에 내다 팔아야겠다고 생각하고, 그 결과 공급이 증가되고, 그러다 보니 가격이 더 떨어지는 악순환과 죽음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자산시장에는 불합리한 버블 형성과 과도한 폭락으로 대변되는 불안정성이 내재돼 있다. 균형가격을 찾아가는 교과서적시장과는 180도 정반대의 모습을 갖고 있다는 말이다. 냉탕과 온탕을 무의미하게 오락가락하며, 관찰되는 어느 가격에도 본질적 가치를 찾기가 매우 어려운 그런 시장. 시장이라는 말은 이처럼 흰색도, 검은색도 될 수 있다.
일련의 규칙과 사고 능력을 담고 있는 알고리즘 혹은 엔진과 그러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 탑재되어 있는 서버 등의 하드웨어가 결합된 트레이딩 봇은 그냥 번쩍거리는 대형 컴퓨터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이들의 능력은 한마디로 무시무시하다. 이 로봇들은 인간이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속도로 거래 주문을 내고 또 취소한다. 그 속도가 너무 빠르고 거래 주문 및 취소에 대한 빈도가 비정상적으로 높다고 하여, 이를 통상 고빈도거래high frequency trading; HFT 혹은 고빈도매매라고 부른다. 고빈도거래의 세계를 주름잡는 회사들은 통상적인 금융회사들이 아니다. 세계 금융시장의 파워하우스인 투자은행들도 이 분야에서는 별로 명함을 내밀지 못한다. 고빈도거래 좀 한다 하는 회사들의 이름을 한번 나열해보자. 겟코Getco, 트레이드봇 시스템스Tradebot Systems, 나이트 캐피털Knight Capital, 트레이드웍스Tradeworx, 타워 리서치 캐피털Tower Research Capital, ATDAutomated Trading Desk 등. 무슨 IT 회사들의 이름처럼 들리지 않는가? 이 중 어느 이름도 들어본 적이 없다는 우리나라 금융회사 임직원들의 수가 100명 중 99명은 될 것이라고 짐작한다. 이들이 자신들을 노출시키지 않으려고 굉장히 애쓰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미 국내에도 이들의 로봇들이 들어와 있다.
미래에 발생할 사건의 확률에 대해서라면 기상청도 사연이 많다. 예전에는 내일 비가 올 가능성을, “약간, 상당히, 꽤” 등의 형용사로 표현했다. 그런데 약간이라면 구체적으로 그게 얼마쯤 되느냐는 항의성 질의가 끊이지 않았다. 일기예보의 부정확성은 코미디의 단골 소재이기도 했다. 날씨에 대한 비선형 공기역학 모델에 내재되어 있는 카오스적인 특성을 설명해봐야 이해해줄 사람도 없었다. 결국 기상청은 비가 올 가능성을 숫자로 나타내기 시작했다. “비가 올 확률은 20%입니다”하고 얘기를 하니 사람들의 불평이 예전보다 줄더라는 관찰은 꽤 아이러니하다. 예전에 ‘약간’이라는 형용사를 쓰던 상황을 그냥 숫자로 바꾼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