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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60211834
· 쪽수 : 119쪽
· 출판일 : 2013-03-31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저 등 ― 12
부처洞 ― 14
화포(花浦) ― 15
용문역 ― 16
과 과 과 과 ― 18
자리돔 썰어 주듯 ― 20
장대비 ― 22
손 띤 마담 ― 23
을왕리 소금 창고 ― 24
삼성동 ― 26
흑천(黑川) ― 27
눈물 없어요? ― 28
고래 문신 ― 30
물 먹은 소 ― 32
당연(當然) ― 34
제2부
부적 1 ― 36
부적 2 ― 38
부적 3 ― 39
부적 5 ― 41
부적 6-이 유 ― 42
남사(南寺) ― 44
숭어 비늘 ― 46
간잽이 ― 47
바실로사우루스 ― 48
거울신경세포 ― 49
이른 봄날 ― 50
오빠는 잘 있단다 ― 52
깃발 걸린 집 ― 54
겨울 무지개 ― 55
아시안 하이웨이 ― 56
제3부
간 ― 60
나란히 누웠던 적 있다 ― 62
전족(纏足) ― 64
만주 ― 66
산벚 ― 68
어치 ― 69
미역국 ― 70
북양 ― 72
드랙라인실크 ― 73
뜬다 ― 74
에멘탈치즈 ― 76
우화(羽化) ― 77
솔거 ― 78
연꽃 ― 79
헐리다 ― 80
제4부
구름 사진을 보시겠습니다 ― 82
와와위 ― 84
박쥐나방 동충하초 ― 85
고려인 마을 문익점 ― 86
화정리(花井里) ― 87
자동응답기 ― 88
오이(烏耳) ― 89
쇠돌고래 한 마리 ― 90
꽃상여 ― 92
하강 ― 93
태백여관 ― 94
새마을노래방 ― 96
마량진 ― 98
눈 오는 저녁 ― 99
해설 유성호 소리와 시간의 풍경, 꿈과 사랑의 형식―김윤의 시 세계 ― 100
저자소개
책속에서
[시인의 산문]
히말라야에 가고 싶다.
그곳에 사는 독수리 얘기를 들었다. 히말라야 독수리는 높새바람을 타고 설산 빙벽을 넘나드는데 그 위용은 하늘의 제왕이라고 했다. 이 새가 삼십 년을 넘게 살고 나면 부리는 휘어지고 발톱이 무디어져 더는 사냥을 할 수 없게 된다. 까마귀 떼에게조차 공격을 당해 가며 서서히 죽어 간다.
그때 어떤 독수리는 높은 산정에 둥지를 틀고 암벽에 수도 없이 부딪쳐서 부리를 으깨어 버린다. 굶주리며 새 부리가 돋기를 기다리는 거다. 부리가 돋으면 다시 새 부리로 발톱을 뽑아낸다. 독수리는 피투성이가 되어 발톱이 새로 나기를 기다린다. 몇 달 동안 비장한 결행 속에 고통을 참아 낸 뒤에야 비로소 새 부리와 발톱을 얻는다. 독수리는 몇 십 년의 새 삶을 얻은 것이다.
이 커다란 히말라야 새의 얘기를 들을 때마다 나는 굶주린 독수리의 형형한 눈빛을 생각했다. 못 가 본 히말라야의 아침이 내 안에 선명하게 떠오른다. 빙벽에 햇살은 부서지고 주린 배로 얼어붙은 바위 위에 서서, 독수리는 신들의 산을 응시하며 전혀 다른 아침을 맞는다. 내 詩도, 사랑도, 고통의 긴 물길을 지나며 새 부리와 발톱을 얻기를 나는 꿈꾼다.
목숨 붙은 것은 다 슬프다.
내 날갯짓이 만년설 쌓인 삶의 영봉들을 넘으며 다만 의연하기를 꿈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