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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2580203
· 쪽수 : 128쪽
· 출판일 : 2023-11-20
목차
시인의 말 | 5
1부
눈 오는 저녁에 물고기는 | 13
고래불 | 14
날 | 16
낯선 도시의 계단에 앉아 | 18
민어 부레 | 20
안좌 | 22
갠지스 강의 모래를 세었다 | 24
녹동 | 26
누가 나무 조각에 내 옛 주소를 썼다 | 28
회다지 | 30
물고기 등뼈를 빌려와서 | 32
느릅나무가 죽었다 | 34
와불 | 36
무반주 | 38
플라멩코 | 40
2부
저녁 | 45
지장地藏 | 46
나는 가끔 여기 없다 | 48
임시臨時 | 50
늪에 갇혔다 | 52
순장자 | 54
담징 | 56
재즈클럽 야누스 | 57
숭어 | 58
요나 | 60
감나무 | 62
소년 | 64
여 | 65
아라비아 말 | 66
3부
빈터 | 71
풍등이 가는 곳 | 72
걸어서 국경을 건넜다 | 74
헛샘 | 76
우물에 빠진 사슴이 | 77
배고픈 꽃 | 78
저 여 | 79
올가미 | 80
낮달이 걸린 대피소 | 81
목발을 짚었다 | 82
누구나 신전이 있다 | 83
매생이국 | 84
또 다른 유적지가 있다 | 85
내 날개뼈가 거치적거린다 | 86
혜성이 오는 곳 | 87
통나무 배 | 88
4부
귀신사 대숲 | 93
저편에 낫을 두고 왔다 | 94
그 수도원 | 96
산등 | 98
목어 | 99
손톱 밑에 강이 있다 | 100
향유고래 | 102
지금 집이 없는 자 | 103
곶자왈 | 104
귀가 먹은 강 | 105
저무는 바다 | 106
저녁 물소리 | 108
서향집 | 109
바간은 수미산 가는 길에 있다 | 110
양귀비 | 112
해설┃시간의 슬픔, 모성의 너그러움┃이숭원 | 114
저자소개
책속에서
옛날 일이지만
북촌 오래된 우물 아래 밥집에 앉아
당신은 고래불이라 했지요
매운 국물에 밥을 말며
그건 바다 이름이라 했어요
보석같이 파란
길고 긴 해안이라 했지요
고래 뱃속에 든 불덩이 아니고
고래 부처 아니고
반구대 암각화 안에 천년을 누웠던 귀신고래가
장생포에서 떠날 채비를 할 때
슬쩍 배밀이하고 지나가는
물길이라 했어요
입술을 달싹이며 소리내보면
고래기름으로 켜는 등잔같이 희미하게
거기 불 하나가 켜 있곤 했는데
나는 포경 작살 같은 사랑을 품고
달이 뜬 바다 언덕을
오래 걸어왔어요
당신의 다친 지느러미를
잠깐 보았을 뿐인데
그날 밤 북촌 우물 옆
작은 불빛이
마음 안에 서 있곤 했어요
― 「고래불」 전문
산등성이들이 각을 풀어내며
능선을 만든다
이른 새벽
산의 테두리는 희미하고
마음의 뼈 수없이 금 가서
이 무게를 더는 들고 있을 수 없을 때
도망치듯 여기 와서
막다른 골목같이 버티고 선
산의 푸른 등을 본다
몇십 년 잊고 살던
초라한 내력들이
더듬더듬
내 부서진 것들을 받치고 있다고
그림자도 힘이 된다고
비 뿌린다
능선은 오늘 심란해서 흐리다
빗발 뒤에 서 있다
― 「산등」 전문
이 집 주인은 캄캄한 새벽에 배에 불을 켜고
고기를 잡으러 나간다
애기 엄마가 조금 성치 않은 아이를 데리고 논다
둘이 종일 따뜻한 밥그릇처럼 다정하다
창문을 열면 가까운 바다에
커다란 혹등고래 같은 바위가 있다
섬 같은 바위 옆에 작은 여가 있다
다친 고래가 대책 없는 새끼를 데리고
뿌옇게 바닷물에 젖을 푸는 것 같이
이제 죽으려고 해안에 밀려온 것 같이
고래 울음이 피리 소리같이 내 속에 들린다
세상 모든 어미는
천 개의 회한이 있다
가슴 저미는 것들이 등짝을 때린다
― 「저 여」 전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