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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60211995
· 쪽수 : 122쪽
· 출판일 : 2014-01-29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012 기네스
013 여시아문(如是我聞)
015 매복의 거처
017 재의 날
019 나쁜 피
020 시월
023 불수의적 정체(停滯)
025 갑골(甲骨)
026 반려
028 덫
029 비가 계속되는 동안 세상은 조금 평등해진다
030 독
032 젖은 지도
033 불꽃놀이
제2부
036 밤의 가스파르
038 이상한 소문
039 그믐
040 둔갑술
042 뱅이
044 직립
045 내력
047 거북이알의 시간
048 금요일의 지구라트
050 31일
051 낭만적 동결(凍結)
053 아스타 코메트
054 독주(獨奏)
055 분열의 율법
제3부
058 이물교혼(異物交婚)
060 갑충(甲蟲)
062 라인댄스의 기원을 찾아서
064 도형賦
066 어진사람인발―용국 형에게
057 개명(改名)
069 저녁 훈련소
070 파투
072 당신이라는
074 꼬리
076 적경
078 황홀 거울
079 자라
080 동대문 접골원
제4부
084 불씨
085 수풀에서 빛을 보다
087 당신의 북쪽
088 시간의 분재기
090 세드나
093 오페라
094 레인 스트라이크
096 매포역
097 구멍과 꼭짓점
098 삼선 파르테논―조 선생님께
099 물안개
100 황홀 거울 2―창귀
102 그녀는 모른다
해설
104 이경수 검은 무당의 춤
저자소개
책속에서
[시인의 산문]
시는 전염과 전이이다. 나의 고통이 당신에게 똑같은 고통일 수 없다. 나의 병은 전염력이 있으나 그 증상은 같지 않기를 꿈꾼다. 내 시에 빈 곳이 많았으면 한다. 그 빈 곳으로 당신의 숨결이, 당신의 아픔이, 당신의 언어가 채워졌으면 한다.
나에게 세상은 여전히 미결정이고 불확정이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를 세상의 미결수(未決囚)라 부른다. 다시 운명이라는 것을 점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람의 한 생(生)이, 오지 않을 미래가 그토록 명징하게 빛났으면 좋겠다. 비탄의 고요를 견디는 일은 이 별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춤이다. 예지의 촉수를 자르지는 않을 것이다. 상처를 감추는 일은 야수가 발톱을 숨기는 본능과 같다.
그리고 세상의 단 한 사람에게만 용서를 빌고 싶다. 내가 있어 당신이 살았다. 아니 이제 생각해 보니 당신이 있어 내가 살았다. 당신을 속이거나 기만하는 것이 아니다. 나의 말이, 나의 떨림이, 나의 흐트러진 삶이 당신의 얼마 남지 않은 생을 담보 잡게 할 수는 없다. 미안하다.
이 땅에 단풍과 눈이 사라질 때가 오면 나도 당신과 함께 부재할 것이다. 없음으로 당신과 나는 하나일 것이다. 오늘을 탈환하고 있을 당신에게 안부를 묻는다. 끝내 당신은 여기에 없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