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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과 제인처럼 우리는

존과 제인처럼 우리는

조동범 (지은이)
천년의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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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과 제인처럼 우리는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존과 제인처럼 우리는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60215542
· 쪽수 : 148쪽
· 출판일 : 2021-04-26

책 소개

시작시인선 373권. 조동범 시인의 시집. 생성과 소멸이 반복되는 세계에 존재하는 폐허와 같은 삶에 대해 성찰한다. 조동범 시에 등장하는 화자들은 어둠과 그늘, 분노와 슬픔, 회환과 절망에 물들어 있거나, 그렇게 물들어 있는 대상과 마주한다.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완벽한 저녁을 향해, 죽음의 문장처럼


오랑 13
휴스턴 15
1월 18
총체성 20
선셋 22
극의 역사 25
인터내셔널 26
세계의 모든 석양 28
수취인 30
호라이즌 32
영웅담 34
현대성 36
원근법 38
타투이스트의 끝없이 흘러나오는 비문과 축문과
무너지는 구름의 기원과 축복과 40
기묘한 국숫집 42

제2부 존과 제인과 암스테르담행 심야 버스

Jane Doe 47
John Doe 49
뒤따르는 침묵 50
친애하는 고인들 52
입동 54
암스테르담 56
종種의 애도 58
개와 늑대의 시간 60
플라세보 62
파일럿 64
드라이플라워 66
스톡홀름 68
일 년 전의 낮과 밤과 당신과 70
고전적인 밤의 익사체 72
알레고리아 74

제3부 난센

난센―첫 번째 이야기 79
난센―두 번째 이야기 81
난센―세 번째 이야기 83
난센―네 번째 이야기 85
난센―다섯 번째 이야기 87

제4부 모나카와 슬픔과 모든 애도의 밤

동물원과 기린과 헤어질 수 없는 연인들 93
해변의 산책 96
태극당 모나카와 어느 오후의 줄줄줄 98
세계의 끝과 여전히 다정한 연인들 102
당신의 손등과 동물원과 모든 이별의 전조 106
터널 속의 기린과 눈물이 마른 소녀들 109
이야기의 끝과 시작처럼 112
엘리펀트 116
구름의 경로 118
얼음 물고기 121
수면의 배후 124
불가촉의 음성과 모든 애도의 밤 126
공휴일 128
매일매일 밤의 끝과 당신이라는 소녀 130
그러니까 가령 오후는 132

해설
권성훈 시인의 묘비명과 황혼의 문장 134

저자소개

조동범 (지은이)    정보 더보기
문학동네신인상을 받은 이후 시와 산문, 비평과 인문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글을 쓰고 있다. 그동안 쓴 책으로 시집 『심야 배스킨라빈스 살인사건』, 『카니발』, 『금욕적인 사창가』, 『존과 제인처럼 우리는』 평론집 『이제 당신의 시를 읽어야 할 시간』, 『4년 11개월 이틀 동안의 비』, 『디아스포라의 고백들』 연구서 『오규원 시의 자연 인식과 현대성의 경험』 시창작 이론서 『묘사 진술 감정 수사』, 『묘사』, 『진술』 글쓰기 안내서 『부캐와 함께 나만의 에세이 쓰기』, 『상상력과 묘사가 필요한 당신에게』 인문 교양서 『팬데믹과 오리엔탈리즘』, 『100년의 서울을 걷는 인문학』 산문집 『알래스카에서 일주일을』, 『보통의 식탁』, 『나는 속도에 탐닉한다』 등이 있다. 김춘수시문학상, 청마문학연구상, 딩아돌하작품상, 미네르바작품상을 수상했다. 대학 안팎에서 문학과 인문학을 강의하고 있다.
펼치기

책속에서

그의 시편들은 “저녁 식탁마다 평화로운 안부”가 “가득하고, 창문마다 저물녘의 일몰”이 “천천히 고개를 돌리려” 하는 쪽과는 반대 방향으로 향해 있다. 일몰의 반대쪽은 지나온 역사를 지나가기 전에 예측하는 시그널인 것이다. 그는 이미 “예언서마다 죽음의 문장들은 눈물을 흘리지만, 저녁 식탁의 가족사는 행복했던 과거만을 기억”하고 있는 세계를 암시한 바 있다. 사건 속에서 폐기된 세계는 몰락한 것이며 “폐허 이전의 역사”이기 때문에 그러한 세계는 존속할 수 없다. 끊임없는 생성과 소멸을 통해 건너가고 있을 뿐이다.
―해설 중에서


휴스턴

휴스턴, 들리는가? 지표면을 바라보며 나는, 돌이킬 수 없는 순간을 그저 흐느낄 뿐이구나. 이곳은 돌이킬 수 없는 우주이고, 나는 이윽고 유폐되었다. 눈앞에 펼쳐진 그곳이 아메리카의 어느 곳인지, 아시아의 어느 곳인지, 그것은 언제나처럼 분명치 않다. 침몰한 범선들의 전설이 웅성대는 바다를 향해, 그러나 올리브 나무가 자라는 들판의 햇살과 풍요로운 저녁은 여전히 아름다울 것이다.

휴스턴, 그리하여 올리브 과육마다 해안선의 풍요롭고 감미로운 바람은 불어오겠지. 휴스턴, 문득 그곳을 떠나려 마음먹던 어느 저녁이 생각나는구나. 그날, 지평선 너머로부터 바람은 당도했는지, 현관 벨을 맨 처음 누른 방문객이 누구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끝없이 타오르며 사라지던 노을은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날을 떠올리면 휴스턴, 투명하게 담긴 올리브와 햇살이 쏟아지던 체크무늬 커튼이 가장 먼저 생각난다.

휴스턴, 들리는가? 나는 지금 그날의 식탁과 올리브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것의 부질없음을 나는 이미 알고 있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올리브에 대한 이야기만을 떠올리게 되는구나. 올리브를 올린 생선찜이나 올리브를 곁들인 와인을 앞에 두고, 그날의 우리는 누군가의 생일을 축하했을 것이다. 폭죽을 터뜨리며 생일 축하 노래를 소리 높여 합창했겠지. 그래, 생일은 그런 날이다.?

휴스턴, 들리는가? 황혼의 해변으로 파도는 몰려오고 있는가? 아니면 수평선은 어둠으로 가득한가? 지표면은 여전히 알 수 없는 미지로 가득하고, 나는 그곳이 아메리카의 어느 곳인지 아시아의 어느 곳인지 언제나처럼 알 수 없구나. 그저 나는 오래전의 생일 파티와, 그날의 평화롭던 노을과 올리브를 떠올릴 뿐이다. 아! 죽음을 목전에 두고 떠올리는 올리브라니.

휴스턴, 들리는가? 이제 졸음이 몰려온다. 체크무늬 커튼이 드리운 창문과, 창문을 관통하던 고요와, 출렁이던 노을을 바라보던 올리브는 여전히 아름답겠지. 그러나 그날의 그런 기억들은 오래지 않아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그날은, 누군가의 생일이었지. 그리하여 나는 문득, 삶과 죽음을 중얼거려 본다. 휴스턴, 삶과 죽음은 이렇게 멀지 않은 곳에 있구나. 휴스턴.

휴스턴, 들리는가? 누군가의 생일처럼, 휴스턴. 휴스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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