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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60217485
· 쪽수 : 120쪽
· 출판일 : 2023-12-25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지하 계단 플라스틱 바구니에 던져진 동전 한 닢은 13
환절기를 건너는 법 14
저 달 때문이다 15
안구건조증 16
등산 18
수수꽃다리 20
대봉…… 감 21
얼레지꽃 22
노랑턱멧새 24
암만 26
맥문동 28
흰나비 29
장평 멜론 30
목련 마스크 32
박규흔전傳 33
제2부
참나리꽃 37
흑두루미 날다 38
방임放任 40
간들바람 42
인천대공원에서 43
된서리 내린 아침 44
자동 살균 예약 46
시詩에게 48
성금요일 아침 50
월동 51
잠시도 눈 감을 수 없다 52
조팝나무 53
자귀나무 54
이팝나무 56
보행육교 57
곁 58
제3부
쇠뜨기 61
직박구리 62
저어새섬 63
파도의 뒤꿈치를 밟고 서서 64
천장호 출렁다리를 건너며 66
분갈이 68
백신 효과 70
꽃잎을 머리에 인 사람들 71
펜스를 뛰어넘는 72
아픈 손가락 74
황제펭귄 76
바지락 칼국수를 먹는 중이다 78
이통령 댁 면사랑 80
개미 81
감자알 이웃 82
절름발이 춤 84
제4부
집 한 채 89
대물림 90
자목련 92
가오리연 94
가장 차가운 처방 95
착한 머슴 96
뒷짐 98
구절초 99
고드름 100
능소화 101
화면 속 102
북한산 능선을 오르다가 103
묵서명墨書銘 104
옛집 105
해설
공광규 동식물과 고향 제재의 시편들 106
저자소개
책속에서
흑두루미 날다
순천만은 철새 도래지인데 새들이 보이지 않는다
갈대들만 가볍게 몸 비비며 서 있다
고요한 둘레길을 걷다가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는데
서쪽 하늘로 기우는 해가 마침표를 붉게 찍는다
순간, 푸르륵 푸르륵
여기저기서 새들 한꺼번에 깃 치는 소리 들린다
누가 무슨 신호를 보냈는지
갈대밭에서 숨 고르던 수천 마리의 흑두루미 떼가
오후 다섯 시를 끌고 하늘로 날아오른다
발목이 간지러운 갈대들이 잎을 뾰족이 세우고 휘청거린다
저 새들, 어느 행성에서 날아온 누구일까
오래 봉했던 입이 한꺼번에 열린 듯
뚜루루루 뚜루루루 뚜루루루 뚜루루루……
공중의 합창이 웅장하다
새까맣게 하늘을 덮은 군무가 시작된다
제 색에 취한 노을이 서천에 점묘화를 그린다
새들은 해 지는 쪽으로 날다가 돌아서 길게 원형을 만들다가 화르르
건너편 논바닥에 앉았다가 다시 날아오른다
머리 위에서 회오리가 인다
이곳의 저녁은 새 떼에 포위되었다
갈대들은 방죽에 서서 오도 가도 못하고 있다
새들은 제가 걸어온 길을 지우고 서서히 하루를 지운다
길이 없어진 길 위에서 나는 넋 놓고 그들을 바라본다
저 새들 지금 저 붉은 눈동자로 무얼 주시하고 있는지
긴 다리를 뻗어 이 저녁을 떠메고 어디론가 날아갈 태세다
뚜루루루 뚜루루루 뚜루루루 뚜루루루……
높이 더 멀리 날아가 까마득한 점이 되는 새들
목을 길게 빼고 커다란 날개를 휘저어
저무는 하늘 끝까지 날아갈 듯하다
문득, 겨드랑이가 간지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