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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60390447
· 쪽수 : 277쪽
· 출판일 : 2006-11-30
책 소개
목차
- 책머리에
1. 지게 사 오던 날
2. 오, 내 새끼들!
3. 사과는 복숭아를 모르고
4. 미국은 살만한 땅이던가요
5. The Undelivered Envelop
저자소개
책속에서
벼랑 끝에 서서 지난날을 생각해보았습니다. 힘들고 답답할 때면 어두운 밤에 이 언덕을 찾아와 출렁이는 강물을 바라보며 소리를 질러대곤 했습니다. 그때마다 이 언덕은 내 아픔과 설움을 보듬고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열일곱 살 서툰 농사꾼이 합수통을 지고 가다 언덕길에 미끄러져 똥물로 뒤범벅이 되던 날, 나를 가만히 안아준 곳은 이 언덕이었습니다.
고등학교 배지를 단 친구들이 많이도 부러웠던 어느 날 혼자 걸어와 울먹였던 곳도,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 한없이 허허로운 내 마음을 달래준 곳도 이 절벽이었습니다. 늦었지만 학교를 다녀야겠다고 결심하던 스물한 살 설날 밤, 고향을 떠나야겠다고 작심하던 그 날 밤, 바람으로 내 머리칼을 쓸어주며 등을 토닥여 떠밀어 나를 보내준 곳도 이 언덕이었습니다. 내 젊음의 굽이굽이에서 말없이 나를 지켜주었던 곳이 바로 이 절벽이었습니다.
쉰 살이 훨씬 넘은 나이로 언덕에 서 있으려니, 쌍코뺑이를 떠난 다음의 세월들도 머리를 스쳐갔습니다. 어머니가 꾸려주신 보리쌀 섞인 쌀 닷 되를 짊어지고 광주에 올라와 야간학교에 입학하던 일, 방송통신대학과의 인연, 다시금 서울에 올라가 학비를 벌어가며 대학을 다니던 시절, 미국에 건너와 남의 땅 낯선 하늘 아래 문패를 내걸고 뿌리내려 살아왔던 일 등이 꼬리를 물고 지나갔습니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