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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91141613150
· 쪽수 : 596쪽
· 출판일 : 2025-10-01
책 소개
살만 루슈디의 창작과 예술, 그리고 삶에 대한 강의
“모든 형태의 검열에 완강히 반대하고 예술적 자유를 갈망하는
저명한 소설가의 헌신을 엿볼 수 있는 에세이.”
_커커스 리뷰
진실을 가장 독창적으로 이야기하는 우리 시대의 셰에라자드
살만 루슈디의 예술, 창작, 삶에 대한 강의
『한밤의 아이들』로 부커상을 세 차례 수상한 천부적인 이야기꾼 살만 루슈디가 2003년부터 2020년까지 발표한 에세이, 비평, 연설을 한데 모았다. 『진실의 언어』에서 루슈디는 진실, 용기, 관용 등 인류가 지켜온 가치들이 도전받는 이 시대에 필요한 목소리를 예리하게 짚어낸다. 또한, 편협과 혐오로 얼룩진 세상을 다양하고 개방적이며 관용적인 세상으로 변화시키는 데 힘을 보태줄 것을 촉구한다.
『진실의 언어』에 실린 총 43편의 글은 주제에 따라 4부로 나뉘어 있다. 1부에서는 인간의 근원적 욕망인 스토리텔링에 대해 흥미롭게 분석하며 작가 루슈디의 창작론을 펼친다. 2부에서는 셰익스피어부터 세르반테스, 필립 로스, 커트 보니것, 사뮈엘 베케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해럴드 핀트에 이르기까지 문학사의 계보를 이루는 거장들의 작품과 삶을 유기적으로 비평한다. 3부에서는 자유라는 관념이 무차별적으로 공격받는 이 시대에 예술과 문학의 의미와 작가의 역할은 무엇인지 질문한다. 4부에서는 회화, 설치미술, 사진 등 문학 바깥의 예술 영역에서도 수많은 작가들이 표현의 자유를 옹호해왔음을 강조한다. 문학, 예술, 정치, 창작, 삶에 대한 날카롭고 밀도 있는 분석이 담긴 글들은 루슈디의 독서와 창작, 대학 강의, 예술 활동 등 폭넓은 삶의 범주에 기반한다.
이야기를 사랑하도록 태어난 인간은
문학을 통해 스스로와 세계를 만들어간다
『진실의 언어』는 문학과 소설에 대한 인간의 갈망을 주제로 포문을 연다. 아이일 때부터 인간은 먹을 것을 달라고 보채듯 이야기를 원하며, 이야기에서 그리는 세계는 우리의 일부가 된다. 결국 우리가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들이 가치관을 형성하고 현실을 이해하는 틀이 되어주는 것이다.
루슈디는 우리의 눈이 되어주는 이야기들이 반드시 사실적이거나 개연성이 있어야 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특히, 자전적 요소에도 집착하는 듯한 요즘의 풍조를 비판하며 소설이라는 장르는 그 자체로 허구성을 전제로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신비롭고 흥미롭고 초현실적이며 때로는 상스럽기도 한 이야기에서 우리가 발견해야 할 것은 어떤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진실이라고 말한다. 상상력으로 빚어진 이야기라는 ‘비진실’은 사랑과 증오, 용기와 비겁, 삶과 죽음이라는 ‘진실’에 도달하는 통로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문학은 걸핏하면 다투기 좋아하는 세계가 우리에게 망각하길 강요하는 것들로부터 눈길을 뗀 적이 없다. 문학은 모순을 향유한다. 소설과 시 속에서 우리는 인간의 복잡성을 노래하며, 동시에 예스면서 노도 되고, 이것이면서도 저것이 될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을 조금의 불편도 느끼지 않으면서 노래한다. (358p)
2부에서 영미문학의 계보를 구성하는 셰익스피어, 필립 로스, 커트 보니것, 사뮈엘 베케트 등의 작가를 비평하면서 루슈디는 이 작가들이 위대한 이유는 ‘변화무쌍함’과 ‘자유’라는 문학의 본질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더이상 자신이 태어난 국가, 지역, 언어권에 영속되지 않는 현대인에게 ‘이주’는 일상이 되었고, ‘변화 속에 자아를 재창조하는 일’이 당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루슈디는 이것이 문학의 오랜 주제였다고 지적한다. “우리의 자아는 동시에 많은 자아가 될 수 있고, 또 실제로 많은 자아”이며, 문학은 이런 모순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개인의 역설, 사회의 복잡성을 포용하고 이해하도록 포석을 깔아주는 것이 바로 문학의 역할이라고 루슈디는 말한다.
자유라는 관념이 무차별적으로 공격받는 이 시대에
거짓에 맞서는 진실의 언어만이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
루슈디는 이 시대를 허위 정보와 거짓, 선동과 혐오에 의해 진실과 용기가 가려진 세상이라고 진단한다. 생태적 문제, 종교적 광신, 독재 정치가 여전히 존재하는 시대에 신뢰라는 가치마저 힘을 잃고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더 나은 세대를 꿈꿀 수 있으며 꿈꿔야 한다고 요구한다. 자유를 억압하려는 움직임에 대항하고, 편협함에서 벗어나 상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용기 있는 진실의 언어를 통해 세상은 바뀔 수 있다고 루슈디는 주장한다.
우리는 우리 세대가 관용적이고 진보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여러분에게 관용적이지 않고 퇴행적인 세계를 물려주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세상은 탄력성이 있는 곳이고, 아직도 숨이 멎을 만큼 아름다우며, 놀라운 잠재력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우리가 만든 엉망진창의 세계를 바꿀 수 있으며, 여러분이 바꿀 것이라고 나는 믿습니다. 나는 여러분이 우리보다 낫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지구를 더 사랑하고, 덜 편협하고, 더 관용적입니다. 여러분의 이상은 우리의 이상보다 더 오래갈 것입니다. (481p)
제2차세계대전 이후 독일에서는 “폭격 맞은 도시가 재건되어야 하듯이 진실과 현실도 새로운 언어로, 바닥에서부터 재구성되어야”함을 인지하고 폐허문학이 그 역할을 맡아왔다. 루슈디는 이 시대에 문학과 예술이 수행해야 할 역할도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아이웨이웨이와 류샤오보가 중국의 사회문제를 고발하고, 푸시 라이엇이 러시아의 독재정권에 반대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태린 사이먼이 사진을 통해 미국의 숨겨진 것들을 폭로하고, 카라 워커가 회화작품을 통해 인종주의와 노예의 역사를 드러내듯이 말이다.
이처럼 루슈디는 거짓을 거짓이라고 말할 수 있는 대항의 언어를 지켜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다시금 사람들이 작가와 예술가, 언론인, 사상가들을 신뢰하고 진실을 바라볼 수 있도록, 새로운 언어로 현실을 다시 쌓아올려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한다. 『진실의 언어』에 실린 루슈디의 엄선된 글들은 평생 ‘자유’라는 근원적 가치를 수호해온 그의 문학적 족적과 맞물려 더욱 빛을 발한다.
목차
1부
마법 이야기 11
프로테우스 57
헤라클레이토스 87
또다른 작가의 시작 112
2부
필립 로스 151
커트 보니것과 『제5도살장』 179
사뮈엘 베케트의 소설들 195
세르반테스와 셰익스피어 205
마르케스와 나 210
해럴드 핀터(1930~2008) 233
『파리 리뷰 인터뷰』 제4권 서문 249
자서전과 소설 257
각색 288
나태에 관한 소고: 살리지아에서 오블로모프까지 317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337
데이비드 렘닉의 『세계의 왕 무하마드 알리』 343
그렇다면 나 스스로 모순되게 하리라 354
3부
진실 363
용기 370
PEN 관련 글들 378
1. 펜과 칼: 1986년 국제 PEN 총회 378
2. PEN 월드 보이스의 탄생 385
3. 아서 밀러 렉처, 2012년 PEN 월드 보이스 페스티벌에서 388
4. PEN 월드 보이스 페스티벌 2014 오프닝 나이트 396
5. PEN 월드 보이스 페스티벌 2017 오프닝 나이트 404
크리스토퍼 히친스(1949~2011) 408
자유 본능 417
오사마 빈라덴 442
아이웨이웨이와 다른 작가들: 2011년 중국의 탄압 448
절반의 여성 신 453
2006년 노바 사우스이스턴 대학교 졸업식 축사 468
2015년 에머리대학교 졸업식 축사 475
4부
복합 예술가: 아크바르 대제와 〈함자나마〉의 탄생 485
암리타 셔길의 편지들 513
부펜 카카르(1934~2003) 524
프란체스코 클레멘테 되기: 자화상들 529
태린 사이먼: 미국의 숨겨진 것들과 낯선 것들의 목록 541
카라 워커, 로스앤젤레스 해머미술관에서, 2009년 550
세바스치앙 살가두 554
비신앙인의 크리스마스 558
캐리 피셔 564
팬데믹 571
프루스트 설문: <배너티 페어> 590
이 책에 실린 텍스트에 관해 593
책속에서
나는 우리가 사랑에 빠지는 책과 이야기들이 오늘의 우리를 만들어낸다고 믿습니다. 책이나 이야기와 사랑에 빠지는 일은 우리를 어떻게든 변화시키며, 우리가 사랑하는 이야기는 우리가 그리는 세상의 일부가 되고, 우리가 하루하루를 살면서 세상사를 이해하고 판단하고 선택하는 방식의 일부가 된다고 주장해도 그리 지나친 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신화에서 공통으로 드러나는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인간이 신들의 도움 없이 스스로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하는 순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 신들의 죽음은 영웅들, 즉 인간이 전면에 나와 신들의 자리를 대신할 것을 요구합니다. 여기, 고대 그리스와 고대 북유럽에는 성장에 관한 우리의 가장 오래된 우화가 있습니다. 즉 부모님과 선생님과 보호자가 우리를 더이상 통솔하고 보호해줄 수 없는 때가 반드시 온다는 사실을 우리가 깨닫게 된다는 우화인 것이지요. 원더랜드를 떠나서 성장해야 하는 순간이 있는 겁니다.
문학에서 프로테우스처럼 변화무쌍한 것의 의미, 셰익스피어가 포착했고 그를 따르는 우리 모두도 포착하게 해준 바로 그 의미는 인생도 그렇다는 것입니다. 인생 자체도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가지이며, 단일하지 않고 형태가 여럿이며, 불변의 것이 아니라 무한히 변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인생은 유령 이야기이자 사랑 이야기이며, 정치 무용담이고 가족의 모험담이며, 희극이면서 동시에 비극이기도 합니다. 인생은 사실주의적이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