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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60499218
· 쪽수 : 256쪽
· 출판일 : 2021-10-25
책 소개
목차
외도
주먹과 노래 사이
성역할
이혼 확정 기일, 법원에서
욕망
휘발유와 삼천만 원
죄책감
행복주택 서류를 접수하며
정치
마지막 침대 시트 갈기
임신 중단
마음의 경련
남편
고독해지고 싶은 열망
에필로그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솔직하게 고백하면 용서받을 줄 알았어.”
준호의 말에 코웃음을 치고 다음 날 아침 8시에 서울남부지방법원으로 갔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그는 몸을 떨었다. 내가 아주 나쁜 일을 하는 것 같았다. 날씨가 너무 좋았다.
-‘외도’ 중에서
내가 지금 이 이야기를 하는 건 ‘코르셋’을 수행하는 여자들을 비웃기 위함이 아니다. 나는 내가, 그리고 다른 여자들이 다이어트를 하고 결점 없는 흰 얼굴을 만들고 머리카락을 길게 길러서 트리트먼트에 힘쓸 때 무엇을 꿈꾸었는지 안다. 우리는 행복을 꿈꿨다. 사랑받고 사랑하는 삶.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 일요일에 성당에 다니는 일상. 대단히 특별할 건 없어도 남부럽지 않게 사는 보통의 삶. 그 천진한 기대를 생각하면 나는 도무지 우리를 비웃을 수 없다. 이런 작은 바람조차 철저하게 모욕하는 세상에 화가 날 뿐.
-‘외도’ 중에서
나는 나라는 사람을 가장 모르겠다. 구속하는 아내가 될까 봐 겁먹다가 기만당한 아내. 다른 아내들처럼 남편한테 집착하지 않는다고 자만했던 아내. 이혼한 사람들 앞에서 그들은 실패자이고 나는 행운의 별의 수호를 받는 사람이라고, 삶의 어떤 시점에서는 분명히 그렇게 생각했던 여자.
페미니즘에 눈뜬 이후 한국 사회에서 남자를 사랑하기 너무나 힘이 들었지만, 그래도 준호라는 한 인간과는 다른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믿었던 여자. 비혼 비출산을 외치는 목소리에 공감하고, 기혼 여성은 가부장제 부역자라는 소리에 위축이 되면서도, 아무리 내가 지지하는 이데올로기라도 내 삶을 검열하도록 놔두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여자.
-‘외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