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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60499256
· 쪽수 : 276쪽
· 출판일 : 2023-03-30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어딘가 맞지 않는 사람
서문 마트료시카의 가장 깊숙한 곳
1장 완벽에의 환상
감정과 욕구를 마비시키기
나를 믿어주지 않는 사람
(정답이) 되고 싶은 나는 실패한다
자기애와 수치심의 상관관계
나서지 마, 드러나지 마
2장 집에 두고 온 나
남김없이 설명되어야 한다는 불안
내 머릿속의 파파라치
가면의 비극
그를 숭배하는 이유
관계성의 전제는 나에게 소속되기
말하기 귀찮아
3장 가치 증명 전쟁
성취라는 덫
무엇이든 중 제일 좋은 것
소녀들의 자기부정
아무것도 되지 못할 거라는 공포
주류 되기와 도망치기
좋은 영화를 만들 자신 같은 것
4장 여자라는 봄
티 없이 완벽하게
불경한 몸
헛똑똑이라는 갑절의 욕
대화를 수다로 만드는 시선
5장 완벽과 충분 사이
나만 그런 줄 알았어
너에게 기대기 위해서는
수줍은 사람이 아니에요
오후 세 시의 수치심에 관하여
이름이란 존재의 서걱거림
수치심에 비추는 햇빛
에필로그 쓰기의 주문
참고 자료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모임을 앞두고 심란한 마음을 들여다보자. ‘모임이 취소되었으면 좋겠어’라고 적힌 커다란 마트료시카를 앞에 둔 상황. 마트료시카를 열어본다는 건 마음을 열어본다는 뜻이다. 그 안에는 한 사이즈 작은 인형이 들어 있어 ‘그 모임은 어딘가 불편해’라는 마음이 적혀 있다. 뭐가 불편한지, 왜 그런지, 계속 파고들다 보면 마지막으로 가장 작은 마트료시카, 더는 열리지 않는 핵심 마트료시카가 어둡고 깊숙한 곳에서 ‘나는 그들과 어울리지 못해. 나는 어디에도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야’라고 쓰여 있는 채 발견되는 일이 바로 수치심을 가진 사람의 내면이다. 겉마음과는 영 딴판인 것이다.
-‘마트료시카의 가장 깊숙한 곳’ 중에서
집을 나설 때마다 진짜 나를 두고 나오는 기분이 든다. 현관에 서서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거울 속의 나에게 다짐하듯 말한다. 밖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지? 그래야 세상에 수용될 수 있어. 진짜 나는 혼자 있을 때 실컷 되면 되잖아. 지금부터는 내가 쓰기로 선택한, 나라는 이름의 가면을 쓰는 거야. 자신으로부터 분리되는 느낌이 들어도 어쩔 수 없다. 나를 꾸밈으로써 삶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응하는 방식을 원하는 방향으로 통제하고자 한다.
-‘가면의 비극’ 중에서
사람들의 표현에 따르면 나는 대체로 노력보다 큰 성과를 내왔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오래 앉아 있던 나무 책상의 감촉, 책상에 앉아 고개를 들면 보이는 작은 창문 속 밤하늘의 냄새, 늘상 학교 서랍에 넣어두는 수학 교재의 빛바랜 색깔 같은 것을 떠올렸다. 기울인 노력의 정도에 대해 스스로 아는 것은 절대적인 수준일 뿐, 상대적으로 남들은 얼마큼의 노력으로 얼마큼의 성과를 내는지 알지 못하니 반박할 근거가 없었다. 정말 그런 걸까, 그렇다면 나는 어디서도 하소연이나 불평을 하면 안 되겠구나, 생각할 뿐이었다. 그렇지만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내 노력이 뭉개지는 기분이 조금씩 나를 갉아먹고 있었다. 성취는 인정받았지만 과정은 인정받지 못한다고 여겼고 그럴수록 더욱 완벽한 인정을 향한 욕구에 시달렸다.
-‘성취라는 덫’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