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모델론

머리말 / 서론

1부 개념과 이론
1장 중국모델의 등장과 의미_전성흥
2장 워싱턴 컨센서스와 베이징 컨센서스_김도희

2부 거시 비교
3장 중국의 체제 전환과 러시아_장윤미
4장 동아시아 발전모델과 러시아_이민자

3부 개혁의 정치경제
5장 중국식 시장화와 사유화_이홍규
6장 분권화와 지방정부 역할에 대한 재평가_이종화

4부 전망과 과제
7장 중국모델의 이론적 기초_이희옥
8장 WTO 시대 신발전 전략과 중국모델의 변용_이문기

중국모델을 둘러싼 논쟁은 중국 사회의 발전과 변화에 대한 새로운 이해뿐 아니라 중국 연구의 방법론적 경향에 대한 비판적 성찰에도 유익한 계기가 된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중국모델의 논의는 기존 사회과학적 설명의 한계와 방법론적 제약을 잘 보여 주는 것으로 이에 대한 우리 인식의 지형을 보다 넓힐 것을 요구하고 있다. (...) 또한 현실적 측면에서 중국모델의 등장과 그 논의는 미국식 세계질서 형성에 중대한 도전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신자유주의적 패러다임의 이면에는 미국식 패권 질서가 암묵적으로 내재되어 있다. (...) 그런 점에서 중국 특색의 발전 경로를 통해 성공적인 개혁과 고도 경제 성장을 이룩했다는 사실, 그리고 이에 근거해 전개되는 중국모델의 논쟁 자체는 기존 질서의 보편 타당성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 내지 새로운 대안의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이다. (1장 72-73쪽에서)

중국모델이 과연 신자유주의적 모델과는 다른 대안의 길을 제시하는가? 이는 중국모델이 얼마나 많은 불평등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지, 얼마나 많은 사회적 합의를 얻을 수 있을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중국모델이 자기 결정성(self-determination)을 가장 큰 특징으로 한다는 점에서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은 없다. 중국의 발전 경험은 중국과 같은 방식과 전략을 취한다면 주변국도 반드시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주는 것은 아니다. 중국이라는 대국경제 그 자체가 갖는 규모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단순히 성장 방식과 전략만으로 극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중국의 발전모델이 주변국의 동반 성장을 도모하며 긍정적인 의의를 갖추려면 아직 더 많은 논쟁이 필요하며, 중국의 규모로 인한 문제의 여파가 얼마나 심각할 수 있는지 우리는 아직 가늠할 수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중국모델이 많은 정책 실패국과 발전을 꿈꾸는 개발도상국에게 던져주는 함의는 실패의 교훈을 다른 어떤 합의로 대체하는 것이 아닌 각 국가의 조건에 따라 적합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3장 152쪽에서)

중국 발전에 관한 또 다른 시각은 국가 주도적인 성장 모델을 추진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대표적으로 스티글리츠는 중국 정부의 자본 통제와 거시경제 정책이 동아시아 위기와 같은 최악의 상황을 막았다고 지적하면서, 중국은 러시아와 달리 사유화와 구조 조정보다 국가가 주도적으로 구조 조정과 일자리 창출을 병행했고, 점진적인 자유화 조치를 실시했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본다. 즉 중국 경제의 성공 원인을 무역과 금융에 대한 통제되고 제한적인 자유화에서 찾고 있다. 이런 주장은 중국에서 신자유주의의 대안을 찾고 싶어 하는 진보적 세력들에게 자본주의도 국가 사회주의도 아닌 제3의 길을 모색하는 새로운 상상력의 자원을 제공해 주는 것 같지만, 발전의 동력을 국가 중심적인 것으로 이끌어가는 논리는 공산당 일당 지배를 합리화해 준다는 점에서 오히려 사회주의적 전망을 어둡게 하는 주장이라고도 볼 수 있다. (121쪽, '3장_중국의 체제전환과 러시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