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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명사에세이 > 기타 명사에세이
· ISBN : 9788960901582
· 쪽수 : 272쪽
책 소개
목차
수줍은 자신감
외동딸이던 시절
이코노미 클래스 키드
눈 감은 남자
외국 병원에서의 나날
청춘의 기나긴 겨울
서점에서 사진 찍기
늘 연애하는 여자
브라질리안 댄스파티
너의 결핍을 좋아하니까
청춘의 합숙
늘 연애하는 여자들은 뭐가 다를까
장남, 차남 그리고 막내외아들
섬세하고 예민한 남자
선 긋기
사랑은 얼마나 자의적인가
새로운 개인의 탄생
개인의 탄생
피부색의 차이
개인성의 예의
서가에서 우린 만났지
교복 입은 여고생들
유태인 동네의 동양인 아가씨
나를 표현해도 되는 기쁨
엑스맨 기숙사
누군가의 인생을 상담한다는 것
나는 행복해지고 싶을까
전학생 정서
어른 남자가 내게 가르쳐준 것
나는 왜 차였나
인생은 직선이 아니니까
독자와 연애하기
나는 정말 행복해지고 싶을까
현실주의자의 꿈
아름다운 이별은 존재하는가
속 깊은 이성친구의 필요성
우연한 전직
내가 원하는 것을 알아가는 어려움
현실주의자의 꿈
행복한 가회동 길
에필로그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때로는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기도 한다는 진부한 운명론적인 말을 결코 인정하고 싶진 않았다. 그러나 그 겨울과 봄을 거치며 시간의 흐름이 확실히 나를 그 이전과는 다른 장소에 가져다놓았음을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누구에게나 인생에서 그냥 ‘묵혀내야’ 하는 시간이 있다. 살기 위해 죽은 듯이 살아내야 하는 시간. 기다리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 나는 세월의 흐름이 안겨준 재생력에 겸허히 감사해야만 했다. 스물두 살의 나로서는 인정하기 싫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지만.
감정을 표현하고 내지르고 싶어 안달하는 내 모습을 발견할 때마다 ‘참 사람은 지긋지긋하게 안 변하는구나’ 싶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비록 그 후에 남는 것이 서로의 실체에 대한 실망과 몰이해, 그리고 마침내 이별이라 할지언정, 최소 매일 반나절은 그 사람과 몸과 마음을 꼭 끼운 채로 보내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았다. 이런 정신 상태가 파멸을 보다 확실하게 가져다줄 걸 알면서도 나도 나를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이런 말을 듣곤 했다.
“너랑 사귀고 있으면 어디론가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아.”
사랑이 식은 후 그 사람의 표정이, 몸짓이, 말투가 달라지는 것을 보며 어떻게 이렇게 하루아침에 변할 수 있느냐고 나는 통탄했다. 그러나 사실 그 사람이 변한 게 아니었다. 사람의 정신과 감각을 뒤흔드는 바이러스가 어느 날 저절로 빠져나가 본래의 상태로 돌아온 것뿐이었다. 잠시 우리는 감염되었고 사랑이 그 사람에게 그림자처럼 아우라를 드리웠다. 아름답고 눈부시게 빛나는 사람으로 만들어서 내 앞에 가져다준 것이다. 그러니 사람은 죄가 없고 차라리 사랑에 감사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