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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예술/대중문화의 이해 > 미학/예술이론
· ISBN : 9788960907102
· 쪽수 : 276쪽
책 소개
목차
책머리에 | 시와 예술 사이의 작은 길
1 찢긴 대지를 꿰매다
벽의 반대말은 해변이에요 · 아녜스 바르다
행성과 거미 · 토마스 사라세노
맞아, 바로 이 소리야! · 류이치 사카모토
걷기, 찢긴 곳을 꿰매는 바느질 ·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이 대지는 누구의 것인가 · 황윤
한 사람이 여기 있다 · 정영창
2 나, 스스로의 뮤즈가 되어
나는 나를 낳을 거야 · 파울라 모데르존 베커
말과 나는 같은 삶을 사네 · 마리 로랑생
한 여자가 자기 삶의 진실을 말한다면 · 케테 콜비츠
허공을 향해 몸을 던지는 거미처럼 · 시오타 치하루
인어에게서 배운 노래 · 클라우디아 요사
사라진, 또는 사라져가는 얼굴을 위하여 · 한설희
3 이것이 그의 자화상이다
악마, 진실의 다른 얼굴 · 고야
조각가와 모델들 · 자코메티
음악 속으로, 한 개의 점이 되어 · 글렌 굴드
목소리로서의 회화 · 마크 로스코
흙빛의 시 · 윤형근
아무것도 아닌 동시에 모든 것인 · 김인경
4 경계 없는 창조자들
예술과 체스 · 뒤샹
손을 그리는 손을 그리는 손 · M.C. 에셔
색채와 음색 · 칸딘스키
사건으로서의 연극 · 우스터 그룹
매화와 붓꽃, 그 너머의 세계 · 김용준과 존 버거
의자는 자명하지 않다 · 목수 김씨
5 시는 아주 특별한 방식으로 도착한다
잃어버린, 또는 아직 오지 않은 시 · 짐 자무시
화가의 시詩 사용법 · 데이비드 호크니
타인의 아름다움에서만 ·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
새가 되어 날아간 대기의 감별사 · 조동진
산책자의 고독과 풍경의 진화 · 장민숙
아주 오래된 말의 지층 · 이매리
도판 출처 및 저작권 276
저자소개
책속에서
바르다는 이처럼 벽화나 사진을 통해 새로운 벽을 창조함으로써 벽 너머를 보게 한다. 상상을 통해서든 회상을 통해서든 벽은 더 이상 우리를 가두는 장애물이 아니라 즐거운 몽상의 통로가 된다. 아무리 완강해 보이는 벽도 그녀의 손길이 닿으면 물렁물렁한 점토처럼 부드러운 물성으로 변한다. 벽에 붙어 있는 해변 사진에서도 어느새 파도가 일렁이기 시작한다. 이런 것을 바르다 영화의 마법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류이치 사카모토는) 또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 현장을 찾아 출입 제한구역에서 사진을 찍거나 소리를 채집했다. 쓰나미가 지나간 강당에 남아 있는 피아노 한 대. 조심스럽게 그 피아노를 열고 건반을 눌러보며 그는 “자연이 조율해준 피아노 소리가 좋다. 그런 소리가 내 안에도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쓰나미를 겪은 피아노를 어루만지는 그의 손길에서 원전 사고로 희생된 사람들에 대한 애도와 진혼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영화 <어느 날 그 길에서>가 제기하는 문제는 숱한 야생동물들의 죽음이 과연 윤리적으로 심미적으로 옳은가 하는 것이다. “한국에는 10만 킬로미터가 넘는 자동차 길이 있다”는 자막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그런데 한국도로공사는 몇 년 이내에 고속도로를 20만 킬로미터까지 건설하고, 대부분의 도로를 4차선으로 확장하겠다고 한다. 과연 주행 시간이 단축되면 우리가 더 행복해지고, 단절된 관계가 이어지게 될까? 그리고 길과 대지가 인간의 것이라는 생각이 그 위에 깃들어 살아가는 생명체들에게도 두루 온당한 것일까? 이런 질문을 던지기 시작할 때 ‘어느 날 그 길에서’ 윤리는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