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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감지 마라

눈감지 마라

이기호 (지은이)
  |  
마음산책
2022-09-25
  |  
15,000원

일반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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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감지 마라

책 정보

· 제목 : 눈감지 마라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60907706
· 쪽수 : 320쪽

책 소개

이기호 작가의 연작 짧은 소설집. "2000년대 문학이 선사한 가장 개념 있는 유쾌함"(문학평론가 신형철)이라는 평을 받은 이야기꾼답게 찰나를 포착하는 절묘한 시선과 유머 감각은 여전하지만, 소설의 내용은 한결 묵직해졌다.
‘사회적 재난 앞에 지방 청년들의 삶은 안녕한가?’
한국문학의 대표 입담꾼 이기호 작가의 새로운 연작 짧은 소설집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 『세 살 버릇 여름까지 간다』 등을 통해 짧은 이야기의 미학을 보여주었던 이기호 작가의 새 연작 짧은 소설집 『눈감지 마라』가 출간되었다. “2000년대 문학이 선사한 가장 ‘개념 있는’ 유쾌함”(문학평론가 신형철)이라는 평을 받은 ‘이야기꾼’답게 찰나를 포착하는 절묘한 시선과 유머 감각은 여전하지만, 소설의 내용은 한결 묵직해졌다. 총 49편의 연작 짧은 소설에서, 작가는 ‘지방 청년들’에게 초점을 맞춘다. 대학을 갓 졸업했지만 학자금대출이라는 빚더미에 앉은 ‘박정용’과 ‘전진만’ 두 청년의 삶을 따라가며 편의점, 택배 상하차, 고속도로휴게소 등 각종 아르바이트 현장에서 노동하는 모습을 그려낸다. 코로나19의 나날 속, “고용주들도 힘들긴 마찬가지였지만, 아르바이트생들의 고통은 더 분절된 형태로 오는 것 같았다. 고통도 시급으로 왔다”(214쪽)라고 이야기하는 소설의 문장들은 절절이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사회적 재난은 평등하지 않고 항상 청년과 취약계층에게 더욱 위협적이기 때문이다.
이기호 특유의 위트가 소설 곳곳에 포진되어 있지만, 마냥 웃음 짓기는 어렵다. 청년들의 고단한 삶은 곧 ‘눈감고 싶은’ 현실에 가깝고, 계속해서 쌓여가는 두 인물의 사소한 어긋남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소설을 읽어 내려가게 만든다. 그리하여 후반부에 나타나는 비극 앞에서 자못 숙연해지게 된다.

“왜 없는 사람끼리 서로 받아내려고 애쓰는가?
왜 없는 사람끼리만 서로 물고 물려 있는가?”
모두 조금씩 ‘견디는’ 고단한 사람들


『눈감지 마라』의 주인공 정용과 진만은, 지방 사립대를 졸업한 후 저렴한 월세 원룸을 구해 함께 살기로 한다. 돈을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서이다. 그들은 출장 뷔페와 고속도로휴게소 아르바이트 등을 함께하고, 난방비를 아껴 겨울을 나기 위해서 팬티스타킹을 사 입는다.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하며 그들이 마주하는 것은, 역시나 가난한 사람들의 고단한 삶이다. 통닭집 앞에서 붕어빵 장사를 하다가 갈등을 일으키는 노부부, 설거지 일이 손에 익지 못해서 민폐를 끼치는 삼계탕집 아주머니, 진만에게 돈을 대신 갚아줘야 하는 택배 기사 최현수 씨……. 어떻게든 생활을 잘 꾸려나가기 위해 애쓰지만 저마다 어렵고 힘든 사람들인 것이다. 정용과 진만은 이러한 타인의 삶을 마주할 때마다 때로는 울컥함을, 때로는 면면이 수치심을 느끼기도 한다.

“너 왜 가난한 사람들이 화를 더 많이 내는 줄 알아? 왜 가난한 사람들이 울컥울컥 화내다가 사고치는 줄 아냐구!”
진만은 숨을 죽인 채 가만히 정용의 말을 듣기만 했다.
“피곤해서 그런 거야, 몸이 피곤해서……. 몸이 피곤하면 그냥 화가 나는 거라구. 안 피곤한 놈들이나 책상에 앉아서 친절도 병이 된다는 헛소리를 늘어놓는 거라구!” _112~113쪽

진만은 특히 정용보다 조금 더 어리숙하고, 여리고, 이른바 생활력도 부족한 인물이다. 애견미용학원 견습생들의 서툰 미용 실습에 동원되어 학대당하는 강아지들을 보며 마음 아파하고, 만화 카페에서 만난 초등학생과 친구가 된다.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유제품 가공업체에 취직했다가 금방 그만두기도 한다. 정용은 그런 진만을 안쓰럽게 보는 한편, 조금은 답답함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 날, 정용은 진만에게 ‘거지새끼’라는 실언을 하게 된다. 더 심한 농담도 주고받았던 둘이지만, 진만이 내지 못한 원룸 보증금을 정용이 대신 전부 낸 후였기에 진만으로서는 허투루 들을 수 없는 발언이었다. 그렇게 둘은 헤어지고 얼마 뒤 진만은 실종된다.

정용은 쉽게 잠들지 못하고 계속 뒤척였다. 잘된 일이라고, 언젠가 따로 살 날이 올지 알았다고 생각하다가도, 그래도 내일이나 모레쯤 다시 아무 일 없다는 듯 돌아오겠지, 짐작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퍼뜩, 정용은 어떤 생각이 들어 침대에서 일어나 앉았는데, 아아, 그랬구나, 그래서 그랬구나, 어두운 벽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보증금 때문이구나, 이 원룸 보증금을 내가 다 냈다고…… 그래서 그 말이 더 상처였겠구나……. 정말 거지가 된 기분이었겠구나……. _269쪽

‘우린 함께 있을 때 가장 안전하다’
위트와 페이소스를 넘나드는 이야기의 힘


『눈감지 마라』는 손쉬운 위로를 건네는 소설이 아니다. 이기호는 정용과 진만에게 ‘적당한’ 해피엔딩을 선사하지 않는다. 그들이 감당해야 하는 현실은 늘 벅차고, 무섭고, 간신히 버틸 수 있을 만큼 아슬아슬하다. 그러나 소설을 읽다 보면 그들은 ‘함께’ 있을 때 가장 안전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기호의 유머는 진만과 정용이 함께 있는 장면, 그들이 빚어내는 화학작용에서 빛을 발한다. 이는 사람들이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주는, ‘연대’의 아름다움과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것일 테다. 또한 소설 후반부에 등장하는 ‘이민재’는 보다 단도직입적인 목소리로 “말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눈감지 마라』에서도 나타나듯 사회를 향한 이기호의 시선은 한층 더 정교해지고, 날카로워지고 있다. 동시대 소설가 중 가장 감각적인 유머리스트의 깊어지는 현실 탐구, 그의 이후 소설 세계가 계속 궁금한 이유이기도 하다.

작가에겐 애당초 보편적인 ‘지방’과 ‘청년’은 존재하지도 않는다. 각기 다른 지방과 각기 다른 청년만 있을 뿐이다. 이야기는 늘 거기에서부터 시작되는 법이다. 나는 지방에서 태어났고, 지방에서 성장했으며, 지금도 지방에서 살고 있다. 그건 누구도 나에게서 빼앗아갈 수 없는 내 감수성의 원천이기도 하다. 나는 그거 하나에 의지해 글을 쓰고 있다. 아마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_「작가의 말」에서

목차

어둠 뒤를 조심하라
이사
이토록 무거운 죽
이 아버지를 보라
빠져든다
옆방 남자 최철곤
휴게소 해후
설명하기 어려운 마음
첫눈
증인
생일 편지
벚꽃 철야
스승의 밤
우리 어깨에 올라탄
분노 사회
천국의 가장자리
롱 패딩 장착기
아주 못생긴 바위 하나
봄밤, 추심
네 이웃의 불행
창작자의 길
황토에서 나온 것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
할아버지의 기억법
모두 견디는 사람들
나를 뽑아줘
젖소의 운명
어떤 졸업식
자가 격리
눈감지 마라
고사리 한 봉지
교회는 어디로 가시나?
아직 살아 있다
어떤 경비원의 삶
영혼까지 끌어 쓴다는 일
메리 크리스마스
카 푸어의 마지막 밤
목걸이
누군가 머물렀던
사소한 작별
빈자리
누가 공평을 말하는가
실종 신고
그의 행적
작고 여린
스무 살 지방러
도로교통법 제154조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일
말할 사람

작가의 말

저자소개

이기호 (지은이)    자세히
1972년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났다. 1999년 <현대문학> 신인추천공모에 단편 「버니」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최순덕 성령충만기』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김 박사는 누구인가?』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 장편소설 『사과는 잘해요』 『차남들의 세계사』, 중편소설 『목양면 방화 사건 전말기』, 짧은 소설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 『세 살 버릇 여름까지 간다』 『누가 봐도 연애소설』 등을 펴냈다. 현재 광주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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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그거 알아요?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고요!
진만의 목소리는 취기를 이길 수 없어 보였다.


나는 왜 늘 그런 벽 뒤에서만 살았을까? 정용은 가만히 그런 생각을 해보았다. 바람보다 소리가 먼저 도착하는 방, 소리만으로도 한기가 느껴지는 집, 벽을 만나면 더 커지는 소리들……. 진만과 함께 구한 광역시 반지하 자취방 역시 그랬다. 밤마다 웅웅웅 어디선가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고, 옆방 남자의 코 고는 소리와 위층 사람의 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 심지어는 누군가의 이 가는 소리까지. 소리는 어두워질수록 더 커졌고, 더 깊어졌다. 정용은 그게 다 가난한 벽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가운데가 텅텅 빈, 합판으로 세운 벽……. 그런 벽 뒤에서 살다 보면 언젠가는 자신의 몸에서도 텅텅, 공기 울리는 소리가 날 것만 같았다.


토요일 밤이었지만, 누군가는 다른 사람의 따뜻한 잠자리를 위해 아찔한 허공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히 그 사람의 직업이었겠지만, 그 모습 자체만으로도 사람들에겐 어떤 위로가 되는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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