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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60908642
· 쪽수 : 208쪽
· 출판일 : 2024-01-30
책 소개
목차
책머리에 | 계절 인사
1. 나의 계절이 흘러가면
언젠가의 봄
어둠 속에 있다
문맹의 시간
아름답게 어긋나기
봄날의 프루스트
우리가 잔을 높이 들어 올릴 때
꿈이 진실이 될 때까지
꿈 바깥의 삶
2. 당신과 내가 포개지는 지금
나의 여름과 당신의 여름이 만나면
다시 한 살을 사는 마음으로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드는 일에 대하여
다른 나라
나만의 장소
두 사람
나의 나무들
언니
미움의 역사
이안怡安
3. 다시 돌아온 계절 속에서
좋은 섬유유연제를 사는 일
고독을 위한 의자
책 여행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에서
계속 쓰는 사람
풍경 속으로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생각해보면 내 인생은 ‘절대’나 ‘반드시’ 같은 결의에 찬 단어보다 ‘어쩌다 보니’가 훨씬 더 잘 어울린다. 좀 우습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괜찮다. 우습게 보이는 것은 조금 슬픈 일이지만, ‘절대’나 ‘반드시’라는 말로 스스로 만든 벽처럼 무서운 것은 아니니까. 슬픈 것과 무서운 것 중 하나를 고르라면 차라리 슬픈 것을 택하겠다.
글쓰기가 문장을 무덤 속에 파묻으며 언젠가 그것이 집이 되기를 희망하는 일이라면, 번역은 누군가 단단하게 세운 집을 부서뜨리고 그것의 잔해를 옮겨 와 재건하는 일이다.
프랑스에 온 이후 4년 정도는 말 그대로 언어와의 전쟁이었다. 어디를 가도 언어는 나의 장벽이었고, 말을 알아들을 수 없어서 할 수 없던 일들, 말을 제대로 못해서 억울하게 감내해야 했던 일들이 많았다. 그곳에서 외국인에게 언어는 권력이었고, 그래서 나는 프랑스어를 잘하고 싶으면서도 또 동시에 전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언어를 사랑하게 되는 순간들이 분명히 있었다. 이민자들이 각기 다른 억양으로 노래하듯 프랑스어를 말할 때, 외국인들끼리 완벽하지 않은 프랑스어로 서로의 말을 알아들으려 애쓸 때, 가장 간소한 말로 더듬더듬 사랑을 고백할 때, 내게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