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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61042437
· 쪽수 : 144쪽
책 소개
목차
● 시인의 말
제1부 그녀의 고향 후포
갈아입을 새 옷 한 벌 ————— 12
시를 낳으며 ————— 14
입춘 ————— 16
엉겅퀴 ————— 17
극락조 ————— 18
장미를 위하여 ————— 19
자목련을 추모하다 ————— 20
그날을 슬퍼함 ————— 22
그녀의 고향 후포 ————— 24
아름다운 것들 ————— 26
장미 숲엔 별이 피고 ————— 28
어떤 소묘 ————— 30
제2부 영흥도 애가
고목 ————— 34
용문사 은행나무 ————— 36
어느 가을날 ————— 38
부부 ————— 39
시월 삼십이일 ————— 40
은행나무 아래에서 ————— 42
어머니의 한가위 ————— 44
억새는 강가에서 울고 ————— 46
양파를 벗기며 ————— 48
겨울비 ————— 50
영흥도 애가 ————— 52
시월에 보이는 모든 것은 시 ————— 54
여름밤의 동화 ————— 56
가을 달 이야기 ————— 58
십일월의 밤 ————— 60
제3부 시간의 이야기
시간의 이야기 1 ————— 64
시간의 이야기 2 ————— 65
한강 1 ————— 66
한강 2 ————— 67
한강 3 ————— 68
중언부언 ————— 69
성산포 일출봉의 바다 ————— 70
살풀이 ————— 72
강진 허브정원의 아침 ————— 74
땅에 구름 피다 ————— 76
귀로의 바다 ————— 78
을왕리 앞바다에 황혼이 오면 ————— 80
동해바다 일출 ————— 81
하얀 돌 이야기 ————— 82
바다와 나 ————— 84
하늘 위에서 그리는 그림 ————— 86
제4부 호치민 빌딩 위에서 영화를
어둠에 앉아 ————— 90
백목련 ————— 94
도그우드 ————— 96
신 탐라 별곡 ————— 98
로키산맥 ————— 100
시애틀의 아침 ————— 102
앙코르와트 ————— 104
중국에 대한 내 시시한 이야기 ————— 106
하롱베이 ————— 108
호치민 빌딩 위에서 영화를 ————— 110
자연을 담다 ————— 112
꽃들의 축제 ————— 114
꽃들의 노래 ————— 117
호미곶 ————— 120
달빛 내리는 여름밤 ————— 122
꽃이 된 그대여 ————— 124
▨ 성용애의 시세계 | 조동범————— 128
저자소개
책속에서
귀로의 바다
우리는 수평선을 향해 가는
복엽기
저기 종착지
두 개의 선 하나로 꼭 다물고 서서
날마다 시침 떼고
거대한 빛 몰고 나타났다가
세상 모든 하루 거둬 사라지는 그곳을 향해
투명한 날개로 날아가고 있다
두 개의 날개를 더 달고
푸른 하늘에 흰 그림자 그려내며 날고 있다
때로는
노을 출렁이는 파도가 힘겨워
몸마디 하나씩 떼어내어
던지기도 하고
짊어진 짐 무거워 추락하기도 한다
알 수 없는 시간의 잔해들은
미세 먼지로 하늘을 덮고
멋진 커튼 드리운 기관실에선
날마다 가능만을 게워낸다
해안에 밀린 즐비한 무덤들
아직도 푸른 무덤에선 또 다른 멋진 이유로
태어나고 사라지며
힘겨운 날개 달고
먼 바다 끝을 향해 가는 사람들은
또 다시 희망을 끌어안은
비행을 시작할 것이다
억새는 강가에서 울고
황해도 사리원이 고향이라는
일동 씨
강가에 금등화 빛 황혼 번지는 오후면
억새 그늘 앉아
푸른 병 거꾸로 세워
이슬방울 떨어뜨리며
헐렁한 푸념 흘려보내고
은빛머리
허공에 들이밀어 도리질합니다
강 언저리 쏟아놓은 그림자
어느새 하얗게 세어버린 스무 살
물속에서 억새꽃이
파르르 떨며 울고 있습니다.
휘청휘청 부대끼며
뿌리내린 오기
깊어질수록
가끔은 물살에 온몸을 버티다
끝내는 몸살로 흔들던
세월
누적누적 가을비 오는 날이면
뚝뚝 떨구어 내리는
눈물
강은 말없이 받아 삼키곤 했었지요.
오늘도
잎새들 서걱서걱 흐느끼는
휘파람 소리 홀로 새우는
겨울밤이
다가오는데 말입니다
시간의 이야기 2
내 둥근 시간의 좌판 위엔 아직도 철부지 숫자들이 재미나게 놀고 있다. 유리벽 너머 유년의 내 뜰에 공주는 보랏빛 오동나무 깍지 낀 손가락으로 피아노 소리에 춤추고 하늘 터지는 폭포 쏟아지는 소낙비 소리에 칸나는 바다 빛 원피스 펄럭이며 빠알갛게 달군 얼굴 식혔지 때로는 실속 없이 커버린 메타세쿼이아 가지 사이로 아스스 아스스 소리 지르며 품을 떠난 숫자들 찾아 들판 길을 헤매고 목화 꽃 하얗게 영근 밭에 풀어놓은 새하얀 새들은 어디로 간 걸까. 얼마 후 오렌지 빛 노을 환하게 켜지면 노오란 은행잎 하늘 가득 풀어 잃어버린 숫자 모두 찾아 빈 내 좌판 가득 채워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