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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은 밤의 너머에서 뜬다

어둠은 밤의 너머에서 뜬다

이궁로 (지은이)
  |  
한국문연
2020-12-04
  |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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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은 밤의 너머에서 뜬다

책 정보

· 제목 : 어둠은 밤의 너머에서 뜬다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61042772
· 쪽수 : 128쪽

책 소개

현대시 기획선 44권. 이궁로 시집. 제목인 '어둠은 밤의 너머에서 뜬다'는 "별은 마음 너머에서 뜬다"(존재하지 않는 풍경)라는 시행과 호응한다. 일상의 논리에서는 밤이 되면 어두워지지만, 이궁로 시의 사유 공간 안에서는 밤의 너머에서 어둠이 뜬다.

목차

● 시인의 말

제1부

오늘과 내일 사이의 정지 12
존재하지 않는 풍경 13
지렁이 우는 밤 14
낡은, 16
블랙홀 M87 18
밤의 모서리 20
말[言]이 사라지는 자리 22
신 공무도하가 24
쇳경[石鏡] 26
역질(疫疾) 28
짐승의 바다 30
화염(火焰) 32
이유가 없다 33

제2부

오후를 읽다 36
운주사에서 비를 맞다 37
푸르고 쓸쓸한 달 38
수묵담채화 40
숲의 서사시 42
허기 44
당신은 누구신가 46
푸른 강가에서 48
지나간다 50
꽃의 미열 51
하서항에서 사랑을 묻다 52
읍천에 밤이 오면 54
상처 56

제3부

빈집에 들다 58
금지환 59
연둣빛 저녁 60
연애 62
꽃, 아버지의 64
꽃거지 65
어머니는 사과 광주리를 머리에 이고 68
마지막 시간이 너무 환해서 70
그대여, 한잔하시게 72
꿈에, 74
봄의 환(幻) 76
슬픔의 꽃가루 78
마른 꽃 79

제4부

밤의 해변에서 82
소란한 기억 84
꽃멀미 86
가시연꽃 88
피가, 쓰라리다 89
묘묘(淼淼)한 밤 90
검은 얼굴 92
고우(苦雨) 94
분명 어딘가에 틈이 96
다시, 비망(備忘) 98
묵시 100
코로나19 일기 102
타오르는 슬픔 104

▨ 이궁로의 시세계 | 이숭원 108

저자소개

이궁로 (지은이)    정보 더보기
제천 출생. 2001년 『농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 『만질 수 없는 삶의 안쪽』이 있다. 한국작가회의 회원이며, <봄시>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제3회 울산작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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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어머니는 사과 광주리를 머리에 이고

당신의 열한 살 겨울은 사과향기로 가득했다. 어머니는 사과 광주리를 머리에 이고 밤의 미로를 걸었다. 광주리 안에서 사과가 부딪치고, 부딪쳐 멍든 상처를 안고 천천히 썩어갔다. 그것은 고독한 부패였다. 안으로 곪으며 내는 향기는 눈치 없이 달았다. 당신은 그 사과 향을 오래도록 기억했다.

어머니가 사과 광주리를 머리에 이고 골목을 걸을 때 어린 당신은 밤의 허리에 고래 새끼처럼 매달려 걸었다. 뒤돌아보면 어둠이 밤새 따라오고 있었다. 밤을 지탱하는 것은 어머니의 침묵이었다. 그때, 어머니와 밤이 한 몸이라는 것을 알았을 리 없지만, 어머니는 결코 길의 무게를 말하지 않았다. 밤에 기대어 잠잘 때 사과꽃이 창백하게 저물었다.

사과꽃 피는 언덕에 놓인 사과나무 장작에서 사과 향이 꽃처럼 하얗게 스며 나왔다. 사과 광주리에서 흘러나오던 향이 여기까지 따라온 것이라고 서럽다 했다. 당신은, 다만 붉고 무거운 생을 한 입 베어 먹었을 뿐 사과 광주리는 여전히 비탈진 어둠 속에 있다.


밤의 해변에서

붉은 달이 떠오르던 동쪽은 먼 과거였다. 밤으로 끌어당기는 울렁이는 이랑마다 파도는 날개처럼 펄럭이며 이별의 경계선 만들어내고 있었다. 당신이 달빛을 향해 숨을 뱉을 때 호이오 호이오 하는 숨비소리 들렸다. 당신의 소리는 멀리 바다 밖으로 날아갔다.

먼 곳을 향한 애정이 신기루 같을 때, 사랑한다는 것은 어쩌면 낭설 같은 것. 바다는 비밀을 품고 해변에 달려와 쓰러지며 우레와 같은 소리를 냈다. 어둠은 흉안처럼 빛났다. 저 눈은 깊이를 알 수 없어, 그러나 두렵지 않아.

어디로 가야 하나 신발을 벗어 던지고 발을 내딛는 순간 모래사장은 발의 무덤이 되었다. 당신은 쓰러지고 나는 달려갔다. 우리의 손은 더 이상 잡을 수 없는 미래에 닿아 있고, 우주의 시간이 지나고, 총총하던 별 하나 사라졌지만 여전히 거기에 있을 당신.

먼 훗날 밤의 해변에 또다시 붉은 달이 떠오르고, 서로 낯선 눈빛으로 스쳐 지나며 뒤돌아보면, 당신 옷깃에서 모래가 눈물처럼 흘러내렸다.


짐승의 바다

해변은 소란스러웠다. 무녀들이 적막을 깨고 두드리는 북소리 바다 밑 어둠을 밀어 올린다. 무녀들 북소리는 조각으로 나뉜 만파식적처럼 바다 위를 떠돈다. 사내는 어지러운 전쟁의 시대에 적을 무찔러 이기고 반역자는 잡아 죽여 한 나라를 평정하였다. 이승과 저승에 부끄러움이 없다는 사내, 허무가 그를 덮쳤다. 그는 짐승의 마음을 그리워했다. 마음이 밤과 같이 어두웠다. 저무는 마음은 다시는 밝아오지 않았다. 척연(?然)한 마음에 세찬 바람이 파고들자 짐승처럼 웅크리며 생이 이렇게 피곤한 것이더냐, 일생이 피로 물들었다 이제 명계로 돌아간들 슬프지 않겠다, 고 했다. 쏟아지는 별 그림자가 바다에 드리워지고 죽음이 그를 데려가자, 그는 동해 바다로 뛰어들어 용이 되었다. 뒤척이며 잠들지 못하고 꿈틀거리는 짐승의 바다, 저 어둡게 빛나는 거대한 등짝은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위엄이 있다, 달이 핏빛으로 물들면 용의 몸을 한 물결은 해변으로 달려와 은빛 비늘을 흩뿌린다. 정강이를 찌르고 달아나는 은빛 비늘은 역린에 대한 경고다. 죄를 묻는 자 그가 죄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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