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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61043151
· 쪽수 : 112쪽
· 출판일 : 2022-06-15
책 소개
목차
● 시인의 말
제1부 중림동 파출소
마리골드 12
산중의 달 13
해무 14
중림동 파출소 16
서종을 지나며 18
터미널 20
꽃의 변신 22
궁의 아침 24
텃골 26
천사의 나팔 27
홍매 28
개두릅 29
곤줄박이 코드 30
달팽이 31
안녕, 스피치 캐리 32
제2부 전사의 경전
다기 일가 34
죽도암 35
거룩한 산 36
가상현실 37
황제의 귀환 38
전사의 경전 40
풍장 42
숲은 지금 수업 중 43
푸른 문 44
산중에 살아 보니 45
푸른 제국 46
너라는 이름으로 47
남대천 48
전이 50
개망초 51
제3부 가리비의 비행
기사문 아쉬람 54
춘분 55
가을장마 56
석잠풀 57
땅콩밭에서 58
참가자미 60
가리비의 비행 62
늘어남의 미학 63
해변 발사체 64
내가 본 울어 66
나무 위의 길 68
산중에 살다 보니 69
나무 생각 70
뱃사람 71
힘내라, 들깨 72
제4부 강각에서의 하룻밤
숙명 74
숨겨진 우주 75
분천동 속으로 76
배를 기다리며 78
푸른 고라니 79
강각에서의 하룻밤 80
묵언 대나무 82
농암(聾巖)과 놀다 83
일엽편주는 농암종택의 술 84
작은아버지 86
뼈를 읽다 87
그리운 썬힐 88
물들다 90
은퇴자 91
법거량식으로 92
▨ 이명의 시세계 | 이승하 94
저자소개
책속에서
산중의 달
한밤중 잠결에 무슨 소리가 들려
다락으로 올라가 보니
뻐꾸기창에 달이 걸려 달그락거리고 있네요
방으로 들어오려다 창에 걸렸나 봐요
달빛 쏟아져 흥건하고
어둠이 놀라 달아난 자리, 환하네요
다람쥐 쳇바퀴 돌듯
일그러졌다 살아났다 다니는 길로만 다니더니
일상이 지루한가 봐요
그저께는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리더니
일탈은 아무나 하나요
내친김에 푸르게 기화하고 있어요
산중에 살아 보니
산중에 살아 보니 나무도 골반을 가졌다 가지들은 치장을 하고 신발을 신고 다녔다 슬하에는 자식들이 자랐다 어린싹들은 눈빛이 빛났다 벌레들이 다녀가고 딱따구리는 굳은 등줄기에 안마를 하고 꾀꼬리는 우듬지를 떠나지 않았다 손님들의 방문에 생기가 돌았고 봉분은 평화로웠다 아침마다 해가 맑은 얼굴로 인사를 하고 매미가 하루의 피로를 풀어주었다 삶이란 어판장의 경매처럼 흘러갔으므로 옹이투성이 나무, 말없이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다
풍장
최 선장이 들고 온 대구 한 마리
건조망 속에 넣어 처마 밑에 걸어 놓으니
문상객들이 모여든다
검푸른 정장 차림에 빛나는 몸들
고개 숙이며 합장하고 있는가 하면
몸을 웅크려 멍하게 바라보기도 하고
두 손을 연신 비비며 기도하는 듯한
형태는 가지가지
부고는 없었는데 어떻게 알고 찾아왔는지
산중 어깨들이 모두 모였다
문전성시를 이루는 경건한 자세
예의 표시인지
날 때마다 날개에서 사이렌 소리가 난다
바람에 몸을 말리며 누워 있는 모습은 엄숙하다
제사상 으뜸 자리에 오르기 위함인지
세속에 대한 어떤 집착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한평생 물속에서 덕을 쌓으며 살았나 보다
지상의 조문객들이 저리도 많은 것을 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