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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한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88961222891
· 쪽수 : 312쪽
· 출판일 : 2012-03-31
책 소개
목차
2화 일식이가 짱 먹었잖아! … 33
3화 일식이랑 사업계획 … 80
4화 씹고 또 씹고 가루가 될 때까지 곱씹는다 … 107
5화 이식의 난(亂) … 125
6화 봉이 박 선달2 … 147
7화 일식,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들다 … 173
8화 부산 어묵 … 201
9화 일식, 민주화 투쟁을 하다 … 226
10화 선거의 제왕, 박일식! … 271
저자소개
책속에서
일식은 머리를 쥐어뜯으며 고민했다. 예산 할머니가 한 말을 듣고 회귀 전의 기억이 떠오른 것이다.
오늘 결혼하는 아저씨뻘의 아버지가 급작스럽게 내일 밤에 돌아가신다. 결혼식을 마친 아저씨 내외는 신혼여행을 떠나 임종을 지켜보지도 못했다.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간 아저씨 내외는 급히 돌아와 상을 치러야 했다.
여느 평범한 일이라면, 어려서 일어난 일이라 기억하기가 힘들다. 그러나 하루 사이에 아들이 결혼식을 올리고 아버지가 죽는 일은 흔하지가 않다. 그렇기에 일식은 기억을 할 수가 있었다.
‘신혼여행을 가지 말라고 할 수도 없는 일이고…….’
그렇지 않은가.
멀쩡히 혼주석에 잘만 앉아있는 친척 할아버지가 내일 밤 돌아가신다고 말하면 욕을 바가지로 먹다 못 해 볼기질을 당할 일이다.
‘그렇다고 손을 놓을 수도 없는 일이고…….’
오늘 결혼한 숙모는 일식에게 잘 대해 준, 몇 안되는 친척 중의 한 명이다.
훗날, 다른 친척들은 일식을 보고 ‘유전자의 삑사리’라고 천대를 했어도 부부간의 사이가 소원해 자식을 못 낳은 그녀는 일식을 보면 늘 예뻐했다.
“에잇, 몰라! 될 대로 되라!”
말은 이렇게 했지만, 일식은 볼기질을 당할 각오로 일을 벌이기로 마음먹었다.
“미안하네. 사장님께서 급한 일로 출장을 가시느라 자네를 보지 못하시네.”
“네?”
일식은 당황해서 순간 손에 쥔 눈깔사탕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어려운 상황에 처한 회사를 구하기 위해 찾아왔다.
그러나 도움을 줄 당사자가 자리를 뜨다니.
이런 난감한 일이 어디에 있는가.
“언제 돌아오시나요?”
일식은 초조한 기색을 감추고 물었다.
“중요한 바이어를 만나 상담을 하시느라 해외로 출장을 가셨네. 돌아오시려면 시간이 꽤 오래 걸릴 걸세.”
최학수는 아이를 상대로 거짓말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김명철의 말을 떠올리고는 생각을 고쳐먹었다.
‘눈빛이 아직 죽지 않았어!’
최학수가 보기에 일식은 아직 기가 죽지 않았다.
“그런가요? 알겠습니다. 약속도 없이 불쑥 찾아와 실장님을 곤란케 해드려 죄송했습니다. 안녕히 계십쇼.”
일식은 말을 마치고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식은 바보가 아니다. 김관희가 해외출장을 갔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만큼 순진하지 않았다.
일식은 쓴웃음을 머금고 천천히 문 밖으로 나갔다.
“이보게!”
최학수가 나가는 일식을 불렀다.
“이건 뭣 하지만 찾아온 자네의 정성을 생각해서 주는 사장님의 성의라고 생각하게.”
최학수는 하얀 봉투 하나를 일식의 손에 쥐어 주었다.
“차비나 하도록 하게.”
봉투를 만져보니 제법 두툼했다. 어림잡아 백만 원 정도.
“아닙니다. 도움을 받기 위해 찾아올 정도로 어렵기는 하지만 집에 갈 차비쯤은 제게도 있습니다.”
일식은 당장 버스비도 한 푼 없으면서 끝까지 허세를 부렸다.
“그 돈, 실장님 자녀분들 과자나 사 드리세요.”
일식은 피식 웃더니 최학수에게 말했다.
백만 원, 큰돈이다.
하지만 백만 원으로는 지금 일식 상사가 처한 어려움을 해결할 수 없었다.
“이, 이보게.”
최학수는 일식의 말에 당황해 뭐라 할 말을 잊었다.
‘이 아이는 내 말이 거짓이라는 것을 눈치 챘단 말인가?’
- 3권
“으으. 그래, 졌다.”
대한민국 최대의 폭력조직 태천파의 두목, 최태천의 입에서는 마침내 항복 선언이 나왔다.
서울은 대한민국의 수도로 심장이나 마찬가지이다.
서울의 밤을 지배한다는 것은 곧 대한민국의 밤을 지배한다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니가 이제 서울의 밤을 지배하는 황제다.”
최태천은 일식에게 고개를 숙였다.
“이 새끼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 했네.”
검정 양복을 입은 아저씨가 발로 그의 머리를 걷어찼다.
“으윽.”
최태천은 고통에 신음을 흘렸다.
“후후후. 난 이 따위 작은 도시의 밤을 지배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어. 난 말이야 세계 정복이 꿈이거든. 그래서 아저씨가 내 말만 잘 들으면 이런 도시쯤은 얼마든지 넘겨 줄 수가 있지.”
일식은 눈깔사탕을 쪽 빨고는 꺼내 톡톡 털었다.
“무, 무슨?”
최태천은 바닥에 쓰러진 자세에서 고개를 들어 일식을 올려보았다.
그는 세계 정복이라는 말에 일식이 거대 야쿠자나 삼합회 두목의 숨겨둔 자식이 아닐까 추측했다.
“이 새끼가 그래도 여전히 말이 짧네.”
검정 양복을 입은 아저씨가 쓰러진 그의 옆구리를 걷어찼다.
“으아악.”
최태천은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일식은 개의치 않고 계속 그의 할 말만 했다.
“이 사람들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아 봐 줬으면 해. 두 시간의 여유를 주지. 할 수 있어?”
일식은 정희 아빠와 정희 엄마의 사진을 최태천의 머리 앞에 던졌다.
자신이 누구인가.
서울의 밤을 지배하는 황제이지 않은가.
고작, 사람을 찾으려고 이 사달을 냈단 말인가. 고작 사람을 찾으려고 태천파를 괴멸시켰단 말인가!
최태천은 분노가 일었다.
- 9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