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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미술 > 미술 이야기
· ISBN : 9788961961196
· 쪽수 : 432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8
열두 살, 운명을 결정하다 1945~56 10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1957~59 32
젊음이라는 이름의 용기 1960~62 60
바쁘고 어둡고 외로운 1963~64 102
궁상맞은 인생에도 축복이 1965~68 142
인간사 새옹지마 1969~70 170
휘트니의 여장부 1970~74 196
또 다른 도전의 출발점 1974~76 230
새로운 역사를 쓰다 1977~80 252
불혹, 사랑하기 좋은 나이 1980~83 288
나에게도 이런 행운이! 1983~84 310
‘다른’ 건 ‘나쁜’ 게 아니야 1984~93 332
멈추지 않는 도전 1994~95 362
가슴 대신 진정한 열정으로 1997 378
새로운 시작을 위해 1998~2004 394
후기 412
마샤 터커가 남기는 감사의 글 422
편집자가 남기는 감사의 글 424
옮긴이의 말 426
리뷰
책속에서
나는 긴 머리에, 껌을 질겅질겅 씹으며 브루클린 억양을 구사했고, 남자아이들이나 옷보다는 동네 모퉁이 공터에서 구슬치기를 하거나 장판으로 총을 만들어 총싸움을 하며 노는 데 더 관심이 많았다. 학교 친구들은 나를 거북이, 안경잡이, 혹은 ‘100미터 미녀’라고 불렀다. 나는 예쁘게 생기지는 않았을지 몰라도 내 나름의 방식으로 꽤 이름을 날렸다. 가장 친한 친구들 가운데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모아 못난이 클럽을 만들었던 것이다. 우리 못난이 클럽은 회원증을 발급했고(이 카드는 내가 직접 만들었는데, 카드에는 각 회원의 캐리커처를 그려넣었다), 회장이 있었으며(회장은 동아리 창립자들이 서너 달에 한 번씩 돌아가며 맡았다), 동아리 주제가도 있었는데, 텔레비전 프로그램인 「미키마우스 클럽」의 주제가를 패러디한 곡이었다. “못.난.이.클.럽! 못난이! 못난이 클럽! 못난이 클럽! 영원히 우리의 코를 땅에, 땅에, 땅에, 땅에 박고! 다 함께 노래하며 모이자. 못난이 클럽으로! 못.난.이.클.럽! 못난이!”
_ 「열두 살, 운명을 결정하다」에서
나는 너무나 긴장한 탓에 무서워 죽을 지경이면서도 내게는 전설과 다름없는 노마와 빌의 친구들을 만나고 싶은 마음만큼은 간절했다. 앤디 워홀이 그랬다. 이때는 앤디가 지금의 앤디가 되기 한참 전이었다. 당시에는 실제로 그와 대화를 나눌 수도 있었다. 내가 처음으로 노마와 빌의 저녁식사 초대를 받았을 때, 앤디와 나는 우연히 나란히 앉게 되었다. 우리 둘은 소파 위에 앉은 수줍은 두 마리 새처럼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른 뒤 나는 용기를 내어 그에게 무슨 일을 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또 한 번의 긴 침묵이 흐르고 그가 마침내 자신의 영화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는 “제 영화는 길고 지루한 편이예요”라고 말했다.
_「바쁘고 어둡고 외로운」에서
자신의 생각을 바꾸기 위해 자신의 입으로 내뱉은 통렬한 비난에 귀 기울이는 것만큼 난감한 일은 없다. 젊은 큐레이터로서 나는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예술작품을 볼 때 내 얘기를 누가 듣던 상관없이 “세상에, 이건 완전히 멍청한 발상이야. 무슨 생각으로 이런 짓을 하고 있는 거지?”라며 내 의견을 단정적으로 표현하는 나쁜 버릇이 있었다. 1968년 1월, 내가 20세기 미술에 대해 강의를 하고 있던 뉴욕 시립대학교의 제자 몇 명을 데리고 이스트 77번가의 리오 카스텔리 갤러리에서 열리는 브루스 나우먼의 첫 번째 뉴욕 전시회를 찾아갔다. “이건 쓰레기예요.” 나는 주저 없이 말했다. 그러나 그들과 함께 갤러리에서 거리로 나왔다가 나는 학생들을 모두 데리고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그 작품이 왜 그렇게 쓰레기인지 학생들에게 설명을 해줘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 그런데 학생들 앞에서 그렇게 호언장담을 하던 중에 그의 작품이 기존의 어떤 정의에도 맞지 않는 것은 그가 미술처럼 보이지 않는 것을 만들었기 때문이고, 바로 그 점 때문에 그의 작품을 의미를 갖게 된다는 생각이 불현듯 나의 뇌리를 스쳤다.
_ 「인간사 새옹지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