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지난 후

“선배님, 저요……. 너무 행복한데, 행복하단 소리를 못하겠어요. 나한테 찾아온 행복이,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싶게 너무 조심스러워서……, 그래서 막 말로 꺼내 놓으면 안 될 것 같아요. 처음부터 내 것이 아니었던 거라고 누가 가져가 버릴까 봐 겁이 나요.”
둘만의 작은 공간에서 불편해할 희수를 배려해서 잠든 척하고 있던 시윤은 결국 한숨을 내뱉으며 희수의 목을 꼭 끌어안고 말았다.
‘난 말야……. 행복도 조심스럽다고 얘기하는 네가 안쓰러워 죽겠어.’
고개를 묻은 채로 희수는 ‘나 때문에 깬 거예요, 선배님?’, 하고 물었다. 시윤은 고개를 젓고 희수를 좀 더 꼭 껴안았다. 그녀의 마음이 안쓰러웠다. 시윤은 자신의 얼굴에 맞붙은 따스한 볼에 대고 얘기했다.
“네 조심스러운 행복 앞에서 절대 배신하지 않을게. 그러니까 제발 마음껏 행복하다고 말해 줘.”
“아아……, 미안해요, 선배님. 내가 선배님을 걱정시켰던 거야, 그렇죠? ……너무 행복해서, 어쩌지를 못할 만큼 행복해서 그런 거예요. 정말 너무 행복해서.”
“하아, 정희수. 맘껏 행복해하지 못하는 네가 안타까워. 하지만 그것보다 더 많이 나는 네 그런 말들에 들뜨고 있고…… 그것보다 더 많이 너를 자꾸 안고 싶어. 너를 자꾸……, 후우, 그래서 난 지금 나만 불순한 세상에 살고 있는 기분이다.”
깊은 숨과 함께 그는 다른 한 팔을 들어 눈을 가려 버렸다. 희수는 가만히 고개를 들었다. 가려진 눈 아래 그에게서 흩어져 나오는 숨결이 따스했다. 들뜨고 있다는 그의 마음만큼이나. 희수는 천천히 다가가 그의 입술에 살포시 입을 맞췄다.
“나도 그래요, 선배님. 근데요, 이렇게 하니까 알겠어. 어쩌지를 못할 만큼 행복하면 이렇게 하면 되는 거구나, 하는 걸.”
희수는 다시 입술을 내려 그에게로 다가갔다. 마주한 그의 입술이 한숨처럼 웃었다. 두근두근. 갑자기 쭉 뻗어 온 시윤의 두 팔이 희수의 목을, 그리고 등을 온 힘을 다해 꼭 끌어안고 그녀의 입술을 두드렸다.
정말 사랑스러운 정희수…… 속삭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