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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여행에세이 > 해외여행에세이
· ISBN : 9788962602760
· 쪽수 : 288쪽
· 출판일 : 2011-06-20
책 소개
목차
글을 열며
1장 여행의 시작_ ‘이것이 바로 생고생이다’
: 길을 떠나는 영혼의 첫 깨달음
01 시작은 얼떨결에
02 가방에 담길 인생의 무게는?
03 백만 스물두 가지의 이유
04 인생의 무게? 우정의 무게도 만만치 않다
05 내일은 오늘보다 나을 것이라고?
06 도대체 왜 걷고 있는가?
07 여행=추억을 담보하는 보험
08 인생의 무게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
2장 길 위의 만남_ ‘사람이 사람을 만나다’
: 또, 부지런히 가보자 어떤 세상이 나오는지
09 누구에게나 포기할 수 없는 무게가 있다
10 인생은 만남의 연속이다
11 길 위에서 맺은 인연
12 어머니의 이름으로
13 까미노에서만 생길 수 있는 일
14 또 다른 인연을 만나는 이별
3장 길은, 삶은 이어지고_ ‘인생을 걷고 또 걷다’
: 판타지가 아름다운 건 현실을 살고 있기 때문!
15 함께하는 여정에도 가끔은 혼자일 때가 필요하다
16 가장 먼 곳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을 만나다
17 할머니의 여심에 마음이 흔들리다
18 목적지로 가는 길을 선택하는 건 내 마음이다
19 마라톤 코스를 하루에 걷다
20 산티아고에 도착하다
21 여전히 인생의 한 부분을 걷는 중
22 계속되는 이야기, 오늘도 걷고 있는 우리들에게
글을 닫으며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왠지 하프의 선율처럼 아름다운 인생을 살아오신 것 같았다. 하프 할머니는 이층침대로 올라가더니 가슴에 손을 다소곳이 모으고는 잠을 청했다. 사십 년 전이라면, 할머니는 영락없는 ‘잠자는 숲속의 미녀’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나도 팬들이 톱스타를 따라하듯 가슴에 다소곳이 손을 모으고 잠을 청했다.
나 또한 피곤한 몸에 적당한 취기가 더해져 쉽게 잠들 수 있을 거라 자신했다. 하지만 정확히 1분 후, 야간공사 소음으로 충혈된 눈을 뜨고 말았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에 앉았다.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 일어나 앉았다.
단 한 사람만이 일어나지 않고 누워 있었다.
하프 할머니였다.
공사장은 바로 우리 방이었고, 하프 할머니는 그 스스로가 건설현장의 중장비가 된 듯 코골이로 굉음을 내고 있었다.
“드르르르….”
할머니에 대한 존경심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마음 저 깊은 곳에서 뜨거운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존경했기에 그에 대한 실망감은 더욱 컸다. 할머니는 아름다운 음악만을 들려주기 위해 순례를 온 것은 아니었다. 할머니는 하프 연주 솜씨도 뛰어났지만, 중장비 성대모사 개인기도 뛰어났다.
“여기까지 와서 일하려고? 버려. 산티아고는 버리러 오는 곳이야.”
‘버리러 온다’는 말이 가슴을 쳤다.
온갖 상념, 집착, 미련 등을 버리러 오는 곳이다. 나는 그런 정신적인 것 대신에 짜잘한 짐들을 버렸지만 말이다.
“하긴…, 드라마도 막 끝났는데…. 딴 거 뭘 더 하겠다고….”
나는 미련 없이 그 책을 쓰레기통에 처박았다. 책의 무게감이 큰 덕분에 정말 ‘미련 없이’ 버릴 수 있었다.
“내 가이드북도 버려. 내가 갖고 온 거 그걸로 같이 보면 되잖아. 기원 씨 것을 버려.”
“….”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의 무언은 긍정의 의미였다.
“이 책이 무겁긴 무거워…. 올컬러에 페이지수도 많고….”
내 입은 시키지도 않았는데 친구의 작품을 버려야 하는 당위성을 내뱉고 있었다. 나는 가이드북을 쓰레기통에 버리기 전에 책표지부터 스윽 넘겨보았다. 표지를 넘기자 친구가 내게 책을 주면서 쓴 메모가 보였다.
‘세상에서 제일 좋은 친구, 기원 씨….’
친구의 글은 이렇게 시작하고 있었다.
친구가 적어준 글귀를 보니 차마 책을 버릴 수가 없었다.
나는 가이드북을 배낭 속에 다시 집어넣었다. 그리고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인생에서 ‘우정의 무게’ 또한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화려한 스카프와 선글래스로 얼굴을 가리고, 화사한 성장을 한 차림이었다. 보통 산티아고를 걷는 사람들은 대개 아웃도어용 기능성의류와 쉴 때 입는 편한 옷 정도만 갖고 오는데, 그녀는 모임에 나갈 때 입는 옷과 신발을 가져온 것이었다. 이제야 그녀의 무거운 배낭의 비밀을 알 수 있었다. 그 무게의 실체는 옷과 신발이었다. 누구에겐 아주 사소한 것이 누구에겐 아주 중요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 누구에게나 포기할 수 없는 인생의 무게가 있는 것이다. 또한 그 무게가 가볍건 무겁건 간에 자신이 혼자서 온전하게 짊어지고 가야 하는 것이다.
“욕심이나 집착이 없다면, 인생의 짐은 그만큼 가벼울 텐데….”
배낭 정리가 대충 끝난 내가 남 얘기하듯 중얼거렸다.



















